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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결국 남의 편 (feat. 시부모)

먼저 시부모와 친정부모는 같은 지역에 사세요. 차로 10분 거리죠. 저희 부부는 양가 부모님 댁과 다른 지역에 살고요. 차로 3-4시간이 걸리는 지역입니다.

명절이 되면 추석과 설 2-3일 전에는 시댁에 내려가 아이들도 보여드리고 같이 시간도 보낼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하며 차례준비도 적극 돕습니다. 그리고 설이나 명절 당일엔 시댁에서 점심쯤에 나와 친정으로 갑니다. 그리고 친정에서는 하룻밤 보내고 저희집에 옵니다. 연휴가 그쯤이면 끝나니까요.

제사 때는 다릅니다.
일년에 5번의 제사가 있는데 결혼생활 8년 동안 출산 100일 전에 찾아온 제사 때만 빼고는 모두 아이들 데리고 시댁 제사에 참여했는데 (심지어 조산기 유산기 진단 받아 장거리가 위험하다 할 때도 성의를 보이는 차원에서 내려가 제사준비를 도왔습니다. 배나온 임산부가 쪼그리고 앉아 전부치는 게 얼마나 고욕인지 아시지요? 심지어 입덧 시기조차 기름냄새로 헛구역질 해가며 부쳤습니다.) 애가 하나였을 때 평일제사날이면 남편 퇴근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기차 타고 애 안고 내려갔습니다. 심지어 남편 해외출장일 때도 애 안고 내려갔네요. 가능할 때 정성을 보이면 나중에 일터로 복귀했을 때 못내려가도 "얜 이런 애가 아니었는데 못온다는 걸 보면 정말 못 오나보다" 하실 거라 여겨서였습니다. 그리고 제사가 평일에 걸렸을 때만 빼곤 대부분 제사 전날밤에 시댁으로 내려가 다음날 아침부터 어머님 도울 수 있도록 애썼지요.

쓰다보니 제가 호구짓을 하고 있었던 게 맞는 거 같은데, 제 딴엔 최선을 다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친정도 제사가 많아 저희 엄마가 고생했던 걸 누구보다도 알기에, 제가 요령을 피면 시어머님이 그만큼 힘드시다는 걸 알기에 제가 더 노력했던 것입니다. 헌데 시모는 제가 친정에 간다고 하면 "벌써?" 이러고.. 친정에 들렀다 오늘밤에는 올라가야할 거 같다.. 친정에서는 하룻밤도 못 머무는 걸 그리 얘기하면 "그래 잘 했다. 빨리 올라가라."그러십니다.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 것도 참 맘에 안 들어요)

게다가 제가 시집오기 전, 시부모님께서 약속한 게 있으셨는데 시조부모가 다 돌아가시면 시부모님 선에서 제사를 정리하고 절로 모실 거다.. 그러니 시조부모님 살아계실 때까지만 그분들이 원하는 대로 제사 해드리자.. 그러셨습니다.

지금은 시조부모님 다 돌아가셨습니다.
약속은 이행이 됐냐고요?

돌아가시고 나더니 효자 효부 노릇 하시려는지 제사 없앨 생각을 안 하세요. 심지어 제사 고집하는 시부는 밤치는 것조차 안 돕고 제사날까지 당구장 가서 시간보내다 옵니다. 자기 부모 제사를 왜 남의 집 자식 손 빌려 하려고 하는지 짜증이 나네요.

시모는 처음엔 자식 새끼들에게 벌초하는 수고도 안 주겠다며 화장하겠다 하더니, 지금은 화장은 화장대로 하고 무덤도 만들어달라네요. 시조모 묻히신 걸 보니 자기도 그게 좋아 보인다고.. (그럼 화장은 왜 해달라는 건지, 일만 더 키우는 꼴이에요) 제가 결혼 전 제게 제사 없애겠다는 약속을 하셨었다 제사 걱정말고 시집와라 하셨었다.. 했더니 "어머 내가 그랬었니? " 그러시더군요. 헐..

평소 앞뒤 다른 행동에 매번 헷갈리긴 했습니다.
전형적인 충청도 분이신데, 매번 아니다 괜찮다 끝까지 끝까지 그러시다가, 저희가 아무래도 찜찜해 그냥 하겠다 하면 그제야 활짝 웃으며 "그럴래?" 그러시고 일 진행되는 중에는 "아효~ 너희가 알아서 맘을 알아주니 맘이 좋긴 좋구나.. " 그러시며 일가친척 친구들에게 다 자랑하고..

아버님 생신이 한 여름인데, 코로나로 어디 가족들이 모여 외식도 못하고.. 그렇다고 가족들 다 모여 집에서 식사하면 그게 또 일이라 생각되셨는지... 남편이 캠핑을 제안했는데, 문제는 시부모와 시누이 내외 가족이 모두 모여 캠핑을 하고 그 호스트가 저희 남편이었으면 누가 제일 고생하겠어요. 접니다. 심지어 요리도구가 잘 갖춰지지도 않은 캠핑 장에서 시부모의 생일상을 준비해야하는 거지요.

첫번째 캠핑 때는 시모의 이중성과 시부의 기대감을 알기에 제가 아침부터 미역국도 끓이고 불고기도 하고 1시간 거리까지 나가 케잌도 사와 생일 이벤트를 하고 저녁엔 바베큐 파티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시부는 내내 허허 만족해하셨고 시모는 내내 귀에 딱지 앉을 만큼 "고맙긴 하지만 캠핑장에선 카레와 라면이면 되는 거"라고 담부턴 그러지 말라고, 그러지 말라고 캠핑을 하는 건데 너는 왜 그러니 그럼서 칭찬인지 핀잔인지 모를 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해 생신에도 (아, 참고로 시부모 생일이 매우 비슷한 날짜에 있어 매번 아버님 생일에 어머님 생신 상까지 같이 합니다. 그러니 집안에서 생일파티를 하면 제가 다 해야하는 꼴이었던 거죠. 것도 시댁살림으로.. 두분이 생신상 받아먹자고 오진 않으신다니, 저희가 내려갈 수밖에요. 심지어 시누이댁도 시댁(자기친정)까진 2~3시간 거립니다. 시부모님들이 움직이시면 나머지 식구가 모두 편하고 순조롭지만 그건 또 싫다 하시네요.) 지난해 캠핑이 참 좋았다며 또 하자 하시더이다.

저는 남편에게 그렇게 작년처럼 할 순 없다. 내가 너무 힘들었다고 하자, 남편도 미역국 불고기 그런 거 하지 말고 그냥 같이 캠핑을 한다는 게 중요하니 간단한 캠핑요리로 먹자 하더군요.

시모도 계속 카레와 라면 타령을 했고, 저는 점심만 카레로 하고 아침 저녁은 해물감자수제비와 토마토 리조또로 준비했습니다. 저녁엔 바베큐였고, 남편은 또 1시간 가까이 걸려 케이크를 공수했지요.

근데 제가 화가 난 부분은, 카레 라면 타령하던 시모가 캠핑장에 불고기와 김치3종 미역국에 모듬전까지 부쳐갖고 온 겁니다. 시아버지 생일상에 어떻게 간단히 올리냐며..

결국 제가 무슨 캠핑요리를 근사하게 한 들, 시모는 미역국에 불고기, 모듬전은 있어야 생일상 같던 사람이었던 거죠.

캠핑장에서 김치만 3종이라니.. 이것부터가 말이 안되지 않나요?

캠핑장 아이스박스도 작은데, 시모가 싸온 반찬을 한 여름에 어디에 보관하며, 제가 준비한 식재료는 어디에 두겠습니까. 그렇다고 시모가 준비한 음식을 상하게 상온에 두겠어요? 결국 제가 싸오거나 사온 식재료를 상온에 두고 시모가 싸온 걸 아이스 박스에 챙겨야 했고, 캠핑장 부엌 공간은 이미 정리고 뭐고 겹겹이 쌓아놓고 어질러놓은 어수선한 상태로 지낼 수밖에 없게 버렸습니다.

돌아오는 길, 다시는 시댁 식구들과 캠핑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턱끝까지 차올랐는데 남편은 효자노릇 했다고 생각하는지 자기 만족에 보람차 하더군요. 캠핑 장에서 찍은 사진들이 단체카톡방에서 오고가는 가운데, 제가 어머님의 이중성에 대해 언급하며 부부싸움이 되고 말았습니다.

남편도 자기 부모의 이중성을 인정하나, 그게 악의는 없으니 그러려니가 안 되냐! 하고 나는 악의는 없어도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니 악의와 비슷한 결과로 힘들게 되지 않았냐. 그럼 중간에서 당신이 잘 발란스를 지켜내던지.. 이게 뭐냐. 당신 가족은 편하고 즐거운 캠핑이고, 난 시집살이가 됐는데 나 힘든 건 안 보이냐? 자기아내 힘들게 한 부모에 대해 대신 사과는 못할 망정, 지금 아내가 힘들다는 얘기조차 하지 말라식이냐며 싸운 거지요.


한 여름이 지나고 이제 완연한 가을인데, 남편이 또 가족캠핑 얘기를 하기에 그때 싹 해결하지 못한 앙금이 또 튀어나와 엊그제 또 싸웠습니다.

캠핑 게스트로 왔으면 호스트가 준비한 대로 편히 놀다 먹고만 가시게 해라. 텐트 겨우 치고 이제 3시인데 쌀 씻어와라 저녁은 뭐할 거니 계속 일 부리는 시모 필요없다. 난 시집살이 하는 캠핑은 싫다. 그렇게 캠핑엔 카레와 라면이면 된다면서 미역국이며 갈비며 준비하시는 건 제대로 생일상 하고 가야 맘편해 그런거 아니냐며 시모의 이중성이 힘들다 했고 정작 손 하나 까딱도 안하면서 효자 노릇하겠다며 결혼 전 약속을 엎어버린는 시부의 이기심이 얼마나 며느리 힘들게 하는지 아냐며 싸우고. 남편은 자기 부모 비난했다고 노발대발...

이젠 가급적 알아서 하는 효도 안 하려 하고요.
제사도 남편만 보낼 생각입니다.
캠핑도 시부모랑은 안 할 거고요.
저 쉬자고 가는 캠핑만 하려고요.

다만, 남편과는 여전히 냉전 중인데..
저는 결혼 해서도 앞으로 같이 살아갈 아내보단 지 부모가 더 중요하다 생각하는 남편에 너무 서운하고, 저이가 저런 식으로 나오면 나 역시 그간의 정성이 허무해지는 마당이니 그 어떤 성의도 시댁에 보이지 않을 참입니다.

참고로 지금 사는 이 집도 친정에서 더 많이 보태줬어요.
앞으로는 시댁말고 친정에나 신경 쓸랍니다.
친정은 저희에게 저희 네 식구 잘 사는 거 밖에는 그 무엇도 바라는 게 없으신 분이라 제가 저희만 잘 살려고 했는데, 이제보니 남편은 지 시댁식구까지 제 결혼생활에 끌고와 같이 살라고 했던 거 같네요

앞으로 정신차리고 냉정히 살 생각인데,
남편이 또 억울해하거나 지부모 비난한다고 욕하면
속 시원하게 한 방 맥일 얘기가 뭐 없을까요?
이왕이면 차분한 어조의 팩트 한 방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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