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수정 추기경 “정의구현사제단의 활동은 비이성적”
교황청 공식 일간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와 인터뷰에서 밝혀
"한국에는 더 이상 권위주의적인 정부 없다"며 시국미사 간접 비판염수정 추기경이 교황청 공식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활동을 “비이성적”이라고 비판하고, “더 이상 싸워야 할 권위주의적인 정부는 없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교황청 공식 일간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에 실린 인터뷰에서 염 추기경은 “오늘날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정부가 국민과의 공감대를 잃어버린다면, 5년 후에는 바꿀 수 있다”며, “사제단의 활동은 비이성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염 추기경은 현 정권이 ‘유신의 부활’, ‘불통의 정부’ 등의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을 전면 부정했다. 그는 자신이 정의를 구현하기 위한 사제들의 활동에 직접 참여한 적은 없지만 “1987년 이전에는 그들과 연대했다”고 밝히면서, “하지만 오늘날의 정치적 상황은 확실히 변했다. 더 이상 싸워야 할 권위주의적인 정부는 없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사제단이 과거에 한국 사회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무엇보다 정부에 반대하기보다 그들의 역량을 사람들의 실질적인 요구를 위해 쏟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보다 더 복음적인 방법을 사용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가 그들을 소외시킬 것”이라고 경고하는 한편, “분열된 이미지가 교회를 손상시키는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사제단 소속인 김인국 신부(청주교구)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제단을 향해서는 얼마든지 정신이 나갔다고 해도 되지만, 과연 이 세상이 이성적인 세상인지를 먼저 봤으면 좋겠다”고 반박했다.
김 신부는 “군부 독재 권력이 물러난 자리에 자본이 들어왔다. 교황님도 이를 ‘독재’라 부르고 우려하셨다”면서, “인간이 소모품으로 버려지는 일들이 밀양과 강정에서, 여러 사업장마다 벌어지고, 대학생들마저 안녕하시냐고 묻는 상황에서 추기경은 무엇을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인식의 차이가 너무 크다”며 “그러한 인식에 세상이 얼마나 동의하는지 추기경과 사제단의 공개토론을 제안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염 추기경은 해당 인터뷰에서 한국의 순교자와 평신도의 역할, 여성수도회의 기여, 북한과의 관계 등 여러 질문에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특히 평양교구장을 겸하고 있는 염 추기경은 북한 교회와의 교류에 대해 “(북한에서) 미사를 집전할 자유가 면전에서만 이뤄지는 것을 깨닫고 더 이상 방문하지 않으며, 몇 년 간 사제들을 파견하던 일도 그만 뒀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평양에 성당이 하나 있는데, 사제가 천주교인들을 찾아갈 때마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됐고, 우리는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북한 교회의 규모에 대해서는 “전쟁 이전에는 53개 본당에 신자 5만 명이 있었지만, 공산정권 치하에서 평양에만 성당 한 곳이 남았고, 북한 사람들에 따르면 3만 명의 신자가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최근 순교자 124위 시복 결정과 관련해 염 추기경은 중국어로 봉헌된 조선에서의 첫 미사를 통역한 최인길과 백정 출신으로 세례를 받은 황일광 등 순교자들의 일화를 중요하게 소개했다. 염 추기경은 “한국교회사를 되돌아보면 교회가 시작할 때 뿐 아니라 마지막 병인박해시기인 1866-1873 이후로 계속 이어지는 평신도들의 역할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교회 내 평신도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일년에 한 번 평신도가 미사 강론을 맡는 한국 교회의 전통을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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