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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차라리 치매 걸리고 싶다네요.

쓰니 |2021.11.13 22:20
조회 136 |추천 0
안녕하세요. 저는 21살 여자구요.. 대학생이예요.

저희 집은 소위 말하는 막장 집안이구요.

아빠가 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여자를 갈아타며 바람폈고
그 탓에 엄마랑 아빠는 매일이 살얼음이고
제 위로 오빠 하나 있는데 저랑 사이는 개판입니다.(어릴때부터 저를 때려서)

그냥 다른 막장 집보다 그나마 나은 점이 있다면
아빠가 돈은 계속 잘 버시고 엄마도 맞벌이셔서 집에 크게...뭐 잘 사는 편은 아니지만 어쨌든 크게 부족하진 않았어요.

또 엄마랑 아빠 사이는 망했더라도
그와 별개로 딸인 저 자체한테는 그래도 <자식>이라는 거 때문에 꽤나 잘해주시구요.

저는 21살 이때까지 이 모든 가정불화의 시작인 아빠가
너무 원망스럽고 증오스럽고 그러다가도 어떻게든 집에 마음 붙이게 해보려고 가증스러운 노력도 해보다가..... 다 해탈하고.... 그냥저냥 살고 있습니다.

아빠와는 더는 가족이 아니라고 속으로 이미 정리한 상태라...
그냥 아빠 돈 죄책감 없이 써버리고 그러다 돌아가시면 뭐 남들처럼 가슴 아파 눈물흘릴 일은 없어서 다행이겠구나 여기며 살아요.
나한테 가족이란건 엄마밖에 없구나라고 깨달아서 살았구요.

엄마는 어릴적부터 아빠가 바람피는 이야기를 저한테 많이 했고 저한테 죽고 싶다 이야기도 많이 하셨구요.
뭐 자살할려고 마음먹었던 이야기부터 아빠 내연녀 이야기까지 저한테 굉장히 많이 털어놓으면서 저한테 심적으로 의지를 많이 했는데.... 저도 정말 힘들었지만 자식된 도리로 들으며 살았습니다.

오빠는 이미 글러먹었고... 저라도 엄마 잘 챙겨드려야겠다 싶어서 성인 된 이후부터는 정말 엄마에게 헌신했고 엄마도 그 노력을 알아주시는지 많이 밝아지셔서..제 정신은 다 무너져가는 것 같은데도 죽을힘을 다해서 엄마에게 잘하면서 살았어요.

그런데 엄마가 이제 나이가 오십 중반이 넘어가는데 요새 나이가 드셔서 기억이 깜빡깜빡한다는 소리를 한 2년째 푸념 하시고 계세요. 그래서 저도 치매에 좋다는 약이나 치매 방지 연습?? 같은것도 자주 찾아드리구 살았구요.

근데 어젯밤에 엄마랑 누워서 치매 검사를 가볍게 해봤다가(엄마가 갑자기 해보고싶다 하심) 엄마가 전혀 치매 걱정을 할 필요 없다는 좋은 결과를 받았어요.

그래서 기뻐서 와 엄마 치매 걱정은 안해도 되겠다 라고 기뻐했는데

엄마가 표정이 뚱하시면서 아닌것같다고 역시 자기는 머리가 깜빡깜빡한다며 자꾸 딴지를 거셨습니다.

그래서 아니 검사가 정상으로 나오는데 반응이 왜 그러냐. 마치 치매 걸리고 싶은것처럼 보인다.. 그랬더니

엄마가...ㅋㅋㅋ

차라리 치매에 걸려서 모든 걸 다 잊어버리고 싶다, 고 하시는거예요.

아 정말........ 절망적이였어요.

하나 남은 엄마라는 가족도 결국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니...
그렇게 노력했던 결과가 겨우...ㅋㅋㅋ 이거라니.

그래서 순간 너무 울컥해서
뭐 나도 잊어버리고 싶은 거냐고 그럼 이런건 왜 검사하는거냐고 물었더니

그래 너도 다 잊어버리고 싶다 그냥 다 잊고 싶다 치매 걸려서 내 인생 다 잊어버리고 싶다.....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를 박차고 그냥 나가버리시더라구요.

하ㅋㅋㅋㅋ...

치매는...정말 의지적인 부분이 큰 병이라 본인이 잘 간수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찾아오는 병이라는데 저런 마인드로 살고 계셨다면... 그냥 이거는 확정될 미래라는 생각에 너무 우울합니다.

제가 이기적인건지 모르겠지만...
어릴적부터 엄마를 위해 싸워왔고
엄마를 위해 헌신했고
엄마가 행복해지길 바라서 노력했지만...
결국 그 상대로부터 너도 다 잊어버리고 싶다....이런 소리를 듣고
그러면서 치매에 걸린 엄마까지 부양해서 살아야 할 미래의 제가....너무 불쌍해서....
하나 남은 가족도 저런다는게....제가 너무 불쌍해서......
눈물도 안나옵니다 그냥...

지구에 저 하나 남은 이 비참한 기분을 뭘 어째 다스려야 하는거죠?

저보다 인생 선배님들께 세상에 가족 하나 없는 이 참담한 심정에 어떻게 이겨내어 살아야 하는지.....
또 가족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그냥 조언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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