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번에 저장강박증 이야기로 글 썼던 쓰니입니다.혹시 못 봤을 분들을 배려해서 이야기 하자면 할머니께서는 저장강박증이 있습니다. 먹는 음식이든 안 먹는 음식이든 일단 얻어오고,일단 만듭니다. 쓰는 물건이든 안 쓰는 물건이든 일단 가져오고, 일단 넣어둡니다. 그렇게 해서 냉장고,옷장,베란다,화장실이 가득 찼습니다. 썩은 음식들로 인해서 벌레도 많고 냄새도 고약합니다.
제가 조금 정리하거나 버리면 온갖 욕을 다 합니다. 한 번은 동생과 함께 안 입는 옷들을 정리해서 버린 적이 있는데 들켜서 집 나가라는 소리도 들었고 한 달 내내 엄청 혼났습니다. 버렸던 옷들도 다 주워왔습니다.
집안이 온갖 짐들과 쓰레기들로 인해 발을 디딜 틈이 없습니다.화장실과 가스가 나간지 오래임에도 불구하고 고칠 수가 없습니다. 사람이 들어올 수가 없으니까요. 들어올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할머니가 부끄러워합니다. 부끄러워 하면서도 집안을 치울 생각은 하지 않고 밭일 하기 바쁘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동생이 여러명 있습니다. 동생들도 할머니 상태를 알고,아빠,고모도 알지만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는 이상 바뀔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정리하거나 치울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10년이 넘도록 정리하자고, 정리 좀 도와달라고 이야기 해봐도 매번 무시 당했기 때문에 저도 바라지도 않습니다.
저는 이제 고3입니다. 대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할머니 집 외에는 갈 곳이 없어요. 아빠는 나름 자취방을 구해주는 것 같았고 저는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빠에게서 돌아오는 연락은 암 말기로 입원해 계신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제가 졸업하고 대학교를 다니게 된다면 저장강박증이 있는 할머니와 동생과 함께 살아야 할 것 같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저를 3살때부터 키워주셨습니다.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제가 어떻게 해서라도 은혜를 갚고 싶은 사람입니다. 어떻게 해서 저를 키웠고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는지 말 안 해줘도 잘 압니다.
하지만 할머니와 사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빠 말은 제가 대학교를 다니면서 집안을 청소하고, 밥을 해주면서 알바를 하며 살아야 한다는 건데 벌써 눈앞이 캄캄합니다.
아빠도 제가 어떻게 살아왔고 할머니가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는데도 저보고 할머니와 함께 살아야 할 거 같다고 합니다.
제가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냐고 묻고,아빠가 모시고 살면 안 되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을 뿐더러 오히려 저보고 방법이 있냐고 묻습니다.
제가 왜 이런 고민을 해야 하고, 이런 걱정을 해야 하는지 저 스스로가 너무 불쌍하고 죽고 싶다는 생각 밖에 안 듭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현실적인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