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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족에게 폐만 끼치는 것 같아

쓰니 |2021.12.01 22:11
조회 107 |추천 0

저는 이제 고3을 앞두고 있는 학생입니다. 저희 집은 대체로 활발하고 무뚝뚝한 아버지와 다정한 엄마, 그리고 지금은 기숙사로 떠난 남동생이 있습니다. 엄마는 시댁과 무뚝뚝한 아버지 일로 많이 힘드세요. 이혼을 걱정해서 이 글을 올리는 게 아닙니다.

전 오히려 이혼하는 걸 찬성하는 편이에요. 친가에서 얼마나 엄마를 무시하고 바보 취급해왔는지 아니까요. 저희 아버지가 엄마를 때린 장면을 목격한 적도 한 번은 있으니까. 다만 저에게는 재미있고 다정하려고 노력하는 아버지예요.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엄마입니다. 23살에 절 낳은 엄마는 모든 청춘을 포기하고 사셨어요. 저도 이 부분에서는 엄마에게 죄송하고 항상 감사합니다.

그리고 엄마는 그래서인지 자주 술을 마시고 술주정을 부리세요. 폭력적인 술주정이 아니라 사람을 조금 귀찮게 하는 그런 거 아시잖아요.

저는 시험이 이제 2주도 남지 않은 고2입니다. 저번 시험을 못 봐서 이번에 잘 봐야 제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는데 많이 초조하고 힘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남들에게 내가 이렇게나 많이 힘들다라는 표현을 잘 안 해요. 해도 장난스럽게 농담인 듯 하거든요. 제 얘기를 듣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보는 게 미안해서 그러는 편이에요.

그런데 어제 엄마가 술을 드셨어요. 꽤 많이 드셨어요. 평소에는 스터디 카페에서 새벽 1시까지 공부하고 집에 가기 때문에 바로 잤는데 어제는 학원이 늦게 끝나서 집에서 공부하려고 왔습니다.

한참 공부하는데 엄마가 부르더라고요. 처음에는 영양제 먹으라는 말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짜증을 조금 부렸습니다. 이건 제가 백번 잘못했어요.

엄마는 절 위해서 말한 건데 제가 투정을 부렸으니까요. 그래서 투덜거리면서 먹고 다시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5분도 지나지 않아서 또 부르더라고요. 물 좀 가져다 달라는 말이었어요. 저는 장난스럽게 엄마에게 또 투정 부리듯 나 공부하고 있었는데 몰랐어? 라고 말하며 물을 가져다 드렸어요.

그런데 또 부르는 겁니다. 이번에는 어떤 것에 관해 말하려고 하는 걸 제가 좀 단호하게 관심이 없다, 공부 중이니까 양해해달라 말하고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어요. 근데 말을 하니 엄마가 화가 나서 너 그대로 방으로 들어가봐라 라고 하시는 거예요.

제가 무시하는 것처럼 말했으니 화가 날만도 해요. 그런데 또 부릅니다. 넷플릭스 결제시켜달라고요.

저는 새벽 2시가 가까워지는데 그 전날에 3시간도 못 자서 정말 피곤했습니다. 빨리 정해진 데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래서 엄마에게 진지하게 시험이 2주도 남지 않았으니까 내가 엄마를 못 도와주는 걸 양해해줘라고 했더니 엄마가 계속 그런 식으로 나와봐 라고 하며 서운한 티를 내셨습니다.

그리고 한참 공부하는데 이번엔 상을 치우라고 하더군요. 정말 화가 났어요. 절 무시하는 기분이었으니까요.

그래도 화가 났어도 엄마한테 제가 자식인데 좋게 말했어야 했는데 엄마가 화난 목소리로 이리오라고 소리치니까 저도 대들었어요.

엄마는 시댁이랑 남편 때문에 힘든데 너까지 이래야겠어? 말했습니다. 엄마는 23살에 절 낳아 청춘까지 포기하시고 절 키운 분인데 여기서 제가 이성을 잃고 화를 냈어요.

버릇없게 말했습니다.

나: 내가 좀 사정을 봐달라고 했잖아. 이게 뭐하는 거야? 왜 자꾸 불러? 나도 피곤하다고.
엄마: 내가 괜히 이래? 힘드니까 너 계속 부른 거잖아. 나 원래 이렇게 안 살았어. 너 때문에 내가 포기한 게 얼마나 많은데.
나: 그게 왜 나 때문이야? 내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어? 진짜 짜증나게 왜 이래?

엄청 대들었습니다. 그때는 제가 잘못했다고 안 느꼈는데 아빠랑 대화해보니까 제가 좀 잘못한 거 같은 거예요. 아무리 그래도 낳아주신 부모님인데 제가 너무 막 대든 거 같은 거예요.

결국 그날 밤 엄마가 제게 손찌검을 한 거에 대해 화를 낸 건 미안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엄마도 다신 손찌검을 하지 않겠단 약속을 깼습니다.

다만 저 때문에 저희 집이 냉랭해지고 다 저를 불편해하는 것 같아서 방에서 못 나오겠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다 제가 잘못한 것 같아요. 사실 엄마가 요구할 때 그냥 대충 맞춰주면 되는 문제였는데 제가 너무 예민했던 것 같아요.

엄마한테 사과하고 싶은데 엄마랑 대화만 하면 화가 나요. 엄마는 엄마가 잘못한 건 애초에 없거든요. 다 제가 잘못했다고 하니까 화가 나서 그때 뭐라고 저도 하는데 생각해보면 저도 잘못한 것 같은 거예요.

엄마도 말을 자주 바꾸고 자기 유리한대로 생각하는데 그냥 이런 갈등을 피하려면 빨리 집을 나가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데 저도 변덕이 심하니까 제가 기억을 못하는 걸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제 말은 엄마한테 사과하고 싶지 않은데 사과를 해야 한다는 거예요.

사과하면 또 안 받아줄 것 같은데 그럼 온 가족이 저를 무시해요. 엄마가 화났으니까요. 그럼 저는 죄인이 된 것만 같아요. 가정을 제가 이렇게 만들었으니까 다들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겠죠.

혹시 다들 이러면 어떻게 해결하시는지 묻고 싶어요.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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