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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그 후... <제 3 회> - 모닝콜(Morning call)

박준욱 |2004.03.05 17:53
조회 591 |추천 0

[She...]

 

"안 일어나니...?! 일어나야지...?!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아직까지 자고 있니?"

 

엄마의 재촉하는 목소리가 나의 귓가에 울려됐다.

나는 애써 잠에서 깨어나려 몸을 몇 번 뒤척이고 나서야 그나마 칼칼한 목소리라도 나왔다.

 

"몇 신데...?"

"벌써 7시 반이야. 지금 서두르지 않으면 학교에 늦겠다. 어서 일어나."

 

난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았다.

엄마는 나의 아침을 준비하시려는지 막 나의 방을 나서는 것 같더니 다시 문 틈 사이로 고

개를 내미셨다.

 

"근데 오늘은 네 남자친구한테 전화 안 오니? 학교 가는 날이면 아침마다 매일 같이 울리더

니?"

 

난 엄마의 말에 그저 함구(緘口)만 할뿐이었다.

지금 나의 안색이 어떠한지는 거울을 보지 못해 모르겠지만 엄마는 잠시 나의 얼굴을 쳐다

보시곤 나의 심정을 눈치라도 채신 듯 아무 말 없이 방에서 나가셨다.

나 역시 등교할 준비를 위해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머리 뒤로 쓸어 넘기며 자리에 일어날 찰

나였다.

머리가 핑 돌았다.

아니, 그 느낌도 받기 전에 지끈대는 두통에 다시 침대에 주저앉고 말았다.

게다가 문득 거친 기침까지 터져 나왔다.

 

고작 어제 맞은 눈 때문에 감기에라도 걸린 건가?

아니면 그와 헤어졌기 때문에...?

 

감기의 원인을 찾으려고 하는 쓸데없는 상념(想念)에 나의 몸은 더욱 나른해졌다.

결국 나의 몸은 침대에 맡겨진 듯 다시 걸터앉았고... 다시 누웠다.

아니, 누워져 버렸다.

학교는 가야하는데 몸은 이렇게 따라주지 않으니 한 숨만이 터져 나올 뿐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고개까지 이리저리 돌리며 몸을 뒤척였다.

순간 지난 밤, 그의 전화번호를 지우고 던지듯 놓아둔 휴대폰이 나의 두 눈에 아른거린다.

 

그를 사랑하고,

그의 은은하고 나직한 목소리로 아침부터 들려오는 그의 전화는 언제나 나의 하루의 시작을

의미했다.

어제 아침까지만 해도 그에게서 전화가 왔고, 덕분에 학교에도 제시간에 갈 수 있었는데...

이제 그로부터 전화는 오지 않는다.

아니, 오지 않을 것이다.

 

그 때문일까...?

 

문득 그의 목소리가 그립다.

하긴 그와 헤어진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그 '미련'이란 미련한 감정이 아직 나의 마음

한 구석에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미련은 미련일 뿐이다.

이 미련으로 인해서 다시 그를 사랑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고개를 돌려 휴대폰을 외면한다.

 

그에 대한 미련도...

 

 

[He...]

 

밤새 한숨도 자지 않았다.

아니, 자지 못했으며...

아니, 잘 수가 없었고...

아니, 잠이 오지 않았다.

어둠 속의 적막만이 나의 조그마한 방안에서 흐르고 있었고, 나의 눈에는 이별의 눈물이 흐

르고 있다.

 

그러다 살며시 창안으로 스며드는 새벽빛이 이 곳을 차츰 밝혔고 어느새 나의 눈시울에 있

던 눈물의 흔적과 더불어 슬픔의 흔적들도 조금씩 말라갔다.

그리고 그 슬픔... 감정의 메마름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나에게 피곤함으로 몰려왔다.

나의 눈꺼풀은 쇳덩어리라도 달아 놓은 듯 점점 무거워진다.

나의 두 눈이 피곤에 점차 감겨진다.

 

그때였다.

힘없이 쥐고 있던 휴대폰의 벨소리가 울려댔다.

비몽사몽(非夢似夢), 여전히 두 눈을 지긋이 감은 채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여전히 벨 소리만 들릴 뿐이다.

난 겨우 눈을 살며시 뜨곤 휴대폰 화면을 보니 그저 알람이었다.

우선 휴대폰의 알람을 죽이고는 시계를 보니 7시였다.

나의 검지 손가락은 휴대폰의 1번 버튼을 꾸욱 누른다.

이내 휴대폰의 화면에는 지정되지 않는 단축번호라는 메시지가 나타난다.

 

이런...!

피곤함에 지쳐 잠시 망각했다.

그녀와 이별했던 사실을...

 

하지만 그녀가 걱정된다.

잠이, 특히 아침잠이 많은 그녀였기에 제때 일어날 수 있을까?

항상 나의 전화에도... 나의 목소리에도... 겨우 일어났던 사람인데...

 

이제 그녀에게 그런 것을 해줄 수도... 해줄 자격도 내겐 없다.

물론 아직까진 그녀의 전화번호가 나의 머릿속에 남아있지만 말이다.

난 전화할 수도 없으면서 괜스레 그녀의 전화번호를 눌러나 본다.

그리고 다시 지워버린다.

 

이렇게...

 

그녀에 대한 사랑도... 미련도 지워버릴 수 있다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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