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처음으로 감정 쓰레기통이란 단어를 접했고
지금까지의 힘들었던 것들이 내가 엄마의 감정쓰레기통인 딸이라 그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아빠는 외도, 거짓말, 빚 등으로 엄마와 많이 싸우셨어요 그냥 싸우는 수준이 아니라 엄마는 호흡곤란이 오시고 우울증도 걸리시고 1년 동안 아무런 소통없이 지내시기도 했습니다.
(저희 집은 정말 심하게 분위기가 안좋을 때가 정말 정말 많지만 웃기게도 부모님이 화해하고 나시면 가정 분위기가 좋아지는 편입니다. 이걸 좋다라고 해야할 진 모르겠지만 보통 집안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더 혼란스럽습니다.)
저는 13살임에도 불구하고 좁은 집에서 두 분의 소리치며 싸우는 얘기를 다 듣게 되었고, 그 어린 나이에 엄마가 속상하실까봐 비위 맞추며 살았습니다. 6살 차이나는 여동생이 무서워 울 때마다 달레며 지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엄마가 갑상선에 걸렸는데 이게 너 때문이다 라는 말도 들으며 컸습니다.
14살이 되어서도 상황은 비슷하게 흘러갔고 전 부모님이 싸우시는 밤마다 노이로제로 심장이 뛰어서 잠도 못자는 1년을 보냈습니다. 싸우실 때마다 엄마가 호흡곤란이 오실까봐 한 손엔 119가 적힌 폰을, 한손에는 비닐봉투를 들고있는 게 점점 익숙해지고 침착해지는 제가 싫었습니다.
몇년을 불안 속에서 살던 중 벌써 고3이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었어요. 이번에도 아빠와 정말 크게 싸우신 뒤, 1년 간 대화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빠에게 화가 날 때마다 저에게 찾아와 아빠의 나쁜 점, 못된 점, 외도 했던 과거 행적, 친가 가족들 뒷담화 등등 매일 매일 들어왔습니다. 정말 힘들었지만 몇년 전 죽고싶으셨고 올해 자해하신 걸 알게 되어 제가 아니면 엄마가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생각에 하염없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본격적인 감정 쓰레기통이 된 후에 또 다른 고통을 겪게 하시더라구요. 제가 엄마와 다툴 때마다 넌 아빠랑 똑같은 행동을 한다, 역시 피는 못 속인다, 엄마가 아빠 싫어하는 거 알면서 넌 고칠 생각을 안하냐 등등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빠에 대한 욕이란 욕은 다 듣게 해놓고 이젠 제가 아빠를 닮아 못났답니다. 이 얘기를 다툴 때마다 매번 들으니 사람 하나가 미치겠더라고요. 엄마가 그렇게 혐오하던 사람을 닮았다고 하니까 진짜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참고 참다가 입시 얘기를 하며 싸울 때 또 아빠 얘기가 나와서 터져버렸습니다. 입시 때문에 힘든 거 알면 더이상 엄마 힘든 거 얘기 좀 하지마라 라고 했더니 울면서 너가 아니면 어디에 얘기를 하냐며 너만큼 나도 너무 힘든데 말할 곳이 없답니다.
전 가정에서 생긴 일을 치부로 여겨 엄마 아빠는 당연하고 어떠한 사람에게도 털어놓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얘기를 들으니 미치도록 화가 나더라고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엄마의 불안정한 심리와 정말 언제 사라질 지 모른다는 생각에 엄마 얘기를 어쩔 수 없이라도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바보같지만 동생을 생각해서라도 그래야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살고, 그럼에도 부모님이 화해하시면 아빠를 좋은 아빠로 대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에서 힘들었고 이외의 가정사와 겹치며 처음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내가 힘들었다는 걸 알리고 싶었습니다.우리 가족이 아니면, 아니 우리 가족도 모르는 내 고통을 누군가는 알아줄 때가 되지 않았나? 하면서 말이에요. 매번 혼자 울지만 정말 혼자 울어서 소리도 없이 대성통곡을 하고, 감정들을 배출할 통로가 없어 허공에 혼잣말 하고, 어렸을 때부터 동상이몽 같은 프로그램에 나가는 상상을 하고, 이런 행동들이 일상이 된 것이 정말 싫었습니다.
이젠 정말 지쳤습니다. 동생도 심리적으로 문제가 생겨서 싸우실 때마다 정신을 못차리고 울고, 자신의 탓이라며 허벅지를 때리고 해도 지금까진 진정시키고 달래기 바빴지만, 어느 순간부터 난 동생 나이 때 엄마 죽을까봐 걱정하고 동생 달래고 아빠의 모든 행적까지 들으면서 살았어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런 저에게 미쳐버리겠습니다. 또 친구들이 활발한 저와 저의 가정을 보며 화목하다고 생각할 때마다 거짓말하고 있는 것 같고 답답합니다.
그냥 오늘 이 글을 제 감정을 배출하는 수단으로 써봅니다.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많은 조언과 위로 감사합니다!
많은 분들의 객관적인 생각도 알게 되고, 그냥 이런 일들을 누군가한테 위로받는다는 게 처음이라 후련하고 좀 맘이 편하네요
감사합니다 앞으로 거리도 둬보고 상담도 알아보면서 응어리들을 없애야겠어요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