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할 당시 남편은 번듯한 회사에 취직한 지 얼마 안됐을 때고 저는 프리로 일을 막 시작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결혼했기 때문에 돈개념이 별로 없었고 각자 돈 벌테니 알아서 살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아이가 생기니 이야기가 달라지더군요.
독박육아에 남편이 취미생활 하러 다니는 것까지 보고 주말마다 시댁에서 자야했으며 일요일에는 어머니 기사노릇을 하루종일 했어야 했습니다.
집장만을 위해서는 아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나서 남편에게 경제권 얘기를 했더니 내 공인인증서를 왜 너와 공유해야하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오픈을 안하더군요. 치사해서 더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에 다단계하는 어머니에게 투자를 하겠다 하더군요.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돈벌고 싶지 않다고 하지 말라고 했는데, 어머니가 제게 돈관리를 누가 하는지 묻더군요. 남편이 한다고했더니 어머니는 착하다면서 요즘 애들은 남편돈 다 뺏는데 너는 착하다 했습니다.그 뒤에 보니 남편이 저몰래 1차로 투자를 했더군요. 그래서 다 빼라고 헀고 그러겠다고 다짐 받았습니다.
얼마뒤 신문에 그 다단계가 망했다는 기사가 났고 전 그 기사를 보고는 내 말대로 빼기 잘하지 않았냐고 했는데 남편은 답이 없었습니다. 알고보니 1차로 빼기는 커녕 2차로 돈을 더 넣었더군요. 그렇게 집장만을 위해 아껴 모았다 생각했던 돈을 다 날렸습니다.
전 돈보다도 모자에게 사기당했다는 충격이 심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그런데 남편은 자기 부모님 힘드니까 그 앞에서는 내색하지 말라고 하더군요.충격이 컸지만 애도 있고 남편도 어느 정도 제 눈치를 보는듯 싶어 힘들게 부부사이를 회복했습니다.그때 한번만 더 돈사고 치면 이혼이라고 다짐도 받았구요.
자기 엄마가 이사하면 날린돈 대주겠다 했다고 장담하길래 일부러 무리해서 집을 샀습니다.빚을 내야해서 제일 싼 저층으로 이사했습니다. 역시 돈을 대주긴 커녕 모르쇠... 기대도 안했죠. 그래도 처음 내집 장만했다고 쓸고 닦고 변변찮은 집이라도 참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몇년 후에 집을 팔면서 빚에서도 놓여나고 처음으로 몫돈을 통장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운좋게 회사사택에 들어갈 수 있어서 정리를 했구요.
여윳돈이 생기니 남편이 주식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넉넉하지 못하게 자라서 한번도 자기 돈을 맘놓고 써보지 못했던 사람이라.. 천만원 정도만 갖고 하라고 했습니다.전 그게 이해와 배려를 해준거라 생각했는데...남편이 통장의 돈을 전부 주식, 그것도 톡방에 들어가서 찍어주는 거에 투자해서 다 날려버렸습니다.당장 사택에서 나가야 하는데 돈이 없더라구요. 그 지경이 돼서야 숨기다 저에게 털어놨구요.
거기까지도..애 생각해서.. 어떻게든 극복해보려고 했는데...점입가경은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일단 남편은 이렇게 된 자기 신세에 스스로 연민해서 내 충격과 배신감따위를 헤아리기는 커녕 자기를 이해하고 품어주지 않는걸 원망하더군요.이단 시어머니는 돈관리 왜 니가 안했냐고 제 탓을 했구요.삼단 사네 못사네 하면서 곪아가는 며느리에게 시아버지는 요즘 사람들은 자기들만 잘 지내고 부모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둥 돌려까기를 볼때마다 했구요.사단 내키지 않는 시가모임에 친척분이 너희는 왜 집을 못샀냐며 남편이 벌어온 돈 니가 다 썼냐는 말을 대놓고 제게 했습니다. 당연히 저만 기막혀하고 남편을 비롯한 시부모님은 남의 일 보듯이 가만히 있었구요.
사단계에서........ 순간 마음이 정말 싸늘해졌습니다. 어떻게 해도 회복이 안될 정도로... 내가 여기서 뭐가 못났다고 잘나지도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러고 있어야 하지....물론 친정이 든든했다면.. 경제적 독립이 됐다면 애들이 없었다면 진작에 뛰쳐 나왔겠죠.
이게 친정이 싫어서 한 결혼의 끝이었습니다. 애초에 선택부터 여기에 이르기까지 다 제가 잘못 선택한 결과죠.자기 피붙이도 못견딘 사람이 남의 가족 사이에 들어가서 진짜 가족처럼 사랑받고 잘 살거라고 믿은 제가 어리석었죠. 결국 그들 행복의 완성을 위한 희생양. 그게 제 꼴이었습니다.
분노도 잘해보고자 하는 노력이었다는 걸..정말 마음이 차갑게 식으니까 알겠더라구요.사랑은 커녕 이 사람들은 남이라는 아니 오히려 나에게 남보다도 못한 사람들이었다는 결론이 나니까... 이제는 여기서 나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안드네요.
아직도 제대로 된 사과는 받아본 적 없고, 그들은 예전처럼 자기들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며느리 도리 하지 않는 저를 자기들이 착한 사람들이라서 참아준다는 식으로 나옵니다. 제 입장에서는 정신승리죠.
때가 이르면 깨끗이 정리하려고 합니다. 인생 헛산 것 같고 정말 억울한데 그런 생각으로 스스로 곪는 건 그만해야겠죠. 지난 시간을 돌릴 수는 없으니까요.
끄적여봤습니다.
나중에...나에게 없던 일인 것처럼 내가 너무하다는 식으로 나오면... 링크 보내주려구요.제 말은...미숙하고 성장과정이 불우해서 멘탈이 자기들처럼 올바르지 않은 능력없는 여자가 하는 말 정도로 치부하니까요.
이 모든게 그들이 굽실거릴만큼 능력없는 제 탓이라 생각해서 꼭 설욕할 날이 오기를 바라며 독립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통쾌한 순간이 꼭 오기를 바랍니다. 아마 그때가 돼야 진짜 털어버리고 용서할 수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