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친구 두 명이 있어 걔네끼리 유치원 때부터 쭉 친했었고 나는 육 학년 때 전학 와서 이 학기 쯤에 친해졌었어 그렇게 반 년 지내고 같은 중학교 들어가서 일 년 정도 더 친하게 지내다가 내가 이사를 가게 된 거야(전학도 같이) 겨울 방학 이제 막 시작한 애매한 시기라 얼떨결한 상태로 가게 됐지 가서 짐 정리하고 일이 좀 꼬여서 이사 간 동네 학교 이틀 더 다녔었거든… 그런 상황인데 우리끼리 있는 단톡에 연락이 온 거야 걔네들끼리 막 얘기하다가 놀자는 이야기가 나왔나 봐 날 또 부르더라? 솔직히 나는 거리도 멀고 이 상황에 놀기엔 몸도 피곤하고 이삿짐 정리도 도와줘야 하는데 가족들한테 눈치도 보이잖아 그래서 일부러 씹었어 그땐 좀 대화하기도 싫었고 머리도 아프고 일이 꼬여서 짜증 났었거든 그리고 나중에 보니까 걔네끼리 놀러 갔더라 잘 됐다 싶어서 그렇게 거의 삼 주 정도가 지났어
방학이라 마음 편하게 평소처럼 거실에서 영화 보고 있었는데 또 연락이 오는 거야 계속 도배하면서 부르더라 대답 안 하고 읽으니까 별명 부르면서 2월 9일 날에 놀자고 그러는 거야 그때가 아마 1월 중반 쯤이라 너무 일찍 잡는 거 아니야? 이랬더니 이렇게 일찍 안 잡으면 내가 자기들을 안 만나준대 그건 나도 찔려서 일단 일정 보고 연락 준다고 지금 영화 보고 있다고 그랬거든 그리고 계속 연락 오길래 나도 짜증 나서 폰 전원 끄고 한 시간 정도 보다가 중간에 다시 켰는데 이제야 읽었다면서 어쩌구저쩌구 자기들끼리 막 그러데? 그리고 2월 9일에 뭐 하는지 계획 짠다고 전화하자고 계속 조르는 거야 그래서 내가 두세 번 영화 보고 있다고 안 하겠다고 못 한다고 답했는데 지금 아니면 다른 애가 시간이 없다는 거야 어이가 없잖아 내 딴에는 2월 9일까지 시간 엄청 남았는데 무슨 시간이 없어 나한테는 핑계로
보였거든 그래서 그냥 내가 꾹 참고 방 들어가서 전화 받았었거든 그리고 계속 대화하다가 나한테 따지는 거야 아까 폰 끈 거부터 마음이 상했었나 봐 나한테 싹수가 없어졌다는 둥 예전엔 착했었다는 둥 그랬었거든 맞는 말이기도 하고 기분도 안 나빠서 웃으면서 넘어갔어 그리고 계속 수다 떨다가 계획 짠다고 본론으로 넘어갔거든? 근데 계획이 나한테 너무 불리한 거야 일단 걔네 중 한 명의 집에서 놀기로 했었는데 일단 난 거리가 멀기도 하고 버스 공포증 있어서 타기 무서워하는데 그거까진 괜찮았거든? 근데 걔네가 합 맞춘 것처럼 ‘쓰니는 오전 10시까지 오고 늦게 오면 화낸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장난으로 학교 가냐면서 왜 이렇게 일찍 만나냐고 그랬었거든 근데 걔네가 정색 하면서 ‘무슨 학교야; 너가 일찍 일어나면 되겠네’ 이러는 거야 그래서 내가 불합리하다고 앞에 말했던
불합리한 이유까지 말했거든 근데 걔네는 귓등으로도 안 듣고 이번에 또 파토 내면 화낸다고 그러데? 그래서 그냥 정적 일어났을 때 막무가내로 끊는다고 하고 끊어버렸어 그리고 계속 연락 안 읽다가 생각 정리 끝내고 다 차단해 버렸어 솔직히 지금 좀 무서워 나도 잘못한 거 많고 무작정 그런 거라 불안하기도 해 이거 내가 잘 대처한 거 맞아? 너네가 보기엔 내가 잘못한 것 같아 아니면 걔네가 잘못한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