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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외국 기숙사에서 쓰는 인생 썰

스쿠너영이 |2022.02.15 14:27
조회 95 |추천 0

개강한지 2주일이 지난 시점. 심각하게 느낀 것이 있다. 수업시간 뒤쪽에서 컵라면을 먹는 친구가 있었다. 충격이었다. 저게 20살 어른이 할 행동이란 말인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고등학교 일진들이 하는 행동을 하는 학생들이 자주 보였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난 점점 더 같은 반 친구들에게 벽을 치기 시작했다. 나 혼자 심각했다. 이게 20살의 행동이란 말인가. 점잖고 어른답게 행동하는 20살은 없는것인가. 반 회식이 있을 때 내게 같이가자고 했던 친구들에게도 전부다 거절을 했다. 술을 먹는게 뭐가 재밌있는가. 그저 정신없고 시끄러운 술게임만 하고, 소리만 꽥꽥 지르고 정말 한심해 보였다. 저건 진정한 어른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점점 기숙사 룸메이트 형만 오길 기다렸다.하지만 그 형님은 간호학과 친구들이랑 노는 게 더 재미있었나보다 나와는 다르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술에 취해 늦게 들어오고, 여자애들이랑 노는게 너무 재미있다고, 애들 너무 잘 논다고 하더라, 나는 그 모습 조차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점점 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수업이 끝나자마자 기숙사에 가려고 정리를 하는데, 학회장 선배들이 들어와 잠깐 다들 앉아보라고 했다. 빨리 기숙사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속으로 짜증이 났다. 그러곤 학회장 선배님이 들어와 1학년 중에 학회인원을 뽑으려고 하는데 관심있는 사람들은 알려 달라고 했다. 그 당시 내 지식으로는 학회인원이 되면 학회 OT, MT, 축제, 운동회, 등등 여러 행사를 운영하고 계획하는 일을 학교생활과 동시에 하게 됨으로써 상당히 힘들고 피곤한 일이라고 알고 있었다. 물론 반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는 나로서는 전혀 흥미가 없는 얘기였다.


근데 다른 흥미가 생겼다. 학회장 선배님 2학년 선배인 누나였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얘기를 해주는데 말도 정말 잘하고, 톤도 정말 좋았다. 무엇보다도 웃는 모습이 정말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처음이었다. 웃는 모습만 보고 뭔가 설레더라. 학회인원 관련 얘기를 누나가 마무리 하면서 앞쪽에 있는 화이트 보드에 본인의 휴대폰 전화번호를 적으며, 혹시나 관심있거나 궁금한 게 있으면 이 번호로 언제든지 연락 하라고 하며 마무리 지었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 기숙사 책상에 앉아 과제를 하는 동안에, 씻고 침대에 누워서 잘 준비를 하는 동안에, 자꾸 자꾸 그 누나의 웃는 표정이 생각이 나더라. 하지만 금방 잊혀지겠지 생각하며 그냥 오랜만에 저런 사람을 봐서 그런 가 보다 하며 잠에 들었다. 솔직히 내가 학회를 할 것도 아니고 사회생활을 엄청 잘해서 1학년 중에서도 인싸면 모를까 동기들이랑도 벽을 쌓고 지내는데 그것도 선배들이랑 친해져 본다? 내게는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그런 마음이 또 있었다. 내가 옛날부터 꿈꿔왔던 20살 청춘 낭만 핑크 생활을 이렇게 지루하고 흑백인 상황으로 보낸다? 그건 너무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다. 문뜩 웹툰의 한 대사가 떠오르더라 ‘1999년의 봄은 다시 오진 않는다고’ 나도 이 흑백인 내 인생을 컬러풀하고 활기차게 한번 바꿔보고 싶다고, 드라마같이, 영화같이, 웹툰같이 한번 살아보고 싶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부터 행동해야 한다고, 바뀌어야 한다고.

다음날 아침, 핸드폰을 들어 화이트 보드에 적혀 있던 누나의 전화번호 찾아 문자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저는 1학년 신입생 1반 OOO입니다. 여쭈어 보고 싶은게 있어서 이렇게 문자 드립니다’


결과가 어찌됐든 난 아직도 그때의 행동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컬러풀 까진 아니더라도 적어도 흑백은 벗어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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