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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를 처음본 건 고등학교 강당에서였다. 왜 불려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지만 전교생이 모여 앉은 그곳에 교장 선생님의 이런저런 훈화 말씀이 지루하게 이어졌었다. 지루함에 조용히 떠들거나 장난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때였을까 교장선생님은 새로 오신 교생선생님들을 소개시켜준다고 말씀했고 풋풋해보이는 어른들이 단상 위로 올라갔다.
‘여고라 여자들만 보낸건가’
생각하는 찰나 교장선생님이 하나하나 맡은 반을 소개해주기 시작했다. 수줍어하며 자기가 맡은 반이 호명되자 인사하는 여자 교생 선생님들 사이에 남자는 그 사람 한 명 뿐이었다. 인사하는 여자 선생님들의 고개에 맞추어 아이들의 환호가 쏟아졌다. 그리고 이미 여학생들 사이에 남자 교생이 어떤 반을 맡을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었다.
멀리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교장선생님의 소개와 함께 남자가 앞으로 나오자 강당은 소음 하나 없이 얼어붙었다.
조각 같이 빚어진 얼굴에 차갑게 식어버린 표정, 그리고 끝이 없이 어두운 검은 눈동자였다. 그런 눈빛을 나는 처음봤었다. 아니, 사람에게서 그런 눈동자를 본 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는 그저 나지막이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했다.
그의 목소리와 표정과 강당 안 모든 여학생들은 호흡을 멈췄다. 당황한 여자 교생선생님이 인사를 마치고 내려오다 넘어질 정도였다. 강당 안에 있던 모든 여학생들은 느끼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사람이란 것을.
17살 밖에 살지 않은 어린 여자 애들도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자 사소한 행동 하나, 표정 하나로 저 사람의 인생을 조금이나마 유추 할 수 있었다. 한 타임 늦게 박수가 터져나왔고 그 남자는 단상에서 내려와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사람이 맡은 반은 내 옆반이었다. 그렇게 소개가 끝나고 거창한 교장 선생님의 마무리 말씀과 함께 소개식은 끝이 났다.
친구들과 강당을 빠져나올 때 교복을 입은 누군가 그 남자에 대해 했던 말이 기억에 남아 있었다.
“악마 같았어.”
그 남자는 한 달도 안되서 가족사를 핑계로 교생을 그만 두었다. 가족 사이에 일어날 수 없는 너무나 말도 안되는 사건이라 모두들 핑계라고 믿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수연은 그 뒤로 그 남자를 볼 수 없었다.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근육으로 더 다부져진 몸에 검은 양복 차림으로 카페에서 케잌을 떠먹고 있는 그 남자를 우연히 다시 보기 전까지…
디저트로 가나슈를 좋아하는 몸 좋은 남자.
3/12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