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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버스 탈출기(실화)...PS. 친구가 쓴 글..넘 잼있고 소설같아서 퍼왔어여

홍주영 |2004.03.09 00:00
조회 870 |추천 0

그날...

서른 네해를 살아오면서...내게 그렇게도 끔찍했던 밤은 아마도 없었을듯하다..

지금도 그날밤을 생각하면...난 내가 그 끔찍한 어둠속에 있는 것같아 가위에 눌린다...

...

그.날.밤.

 

뜨르르르르르르르....

#1. 봄눈...미친 눈...

  2004년 3월4일, 두달간 끌어온 계약건이 성사 일보직전에 다가와 들뜬 마음으로 전화를 하였다...

  "여보세요? 정xx씨죠? 예, 오늘 저녁에 송탄에서 뵙기로한 거 아시죠? 내려가서 뵙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자료와 계약서를 챙겨 가벼운 마음으로 송탄행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다...

늘상 그렇듯이 지방출장시에는 시간관계상 버스안에서 김밥과 캔커피로 가볍게 끼니를 때우고 잠깐 눈을 감아 마음을 다스리기위해 명상에 잠기곤 한다...물론 그 명상은 곧 잠으로 이어지지만...

여하튼 40여분 남짓 걸려 송탄에 다다른 시각...저녁 8시 30분...약속시간까지는 30분 남았다...

새 봄이 오는 걸 시기하는 듯, 하늘에서는 때늦은 눈발이 조금씩 날리고 있었다...

'아...이 눈이 무슨 의미일까...'

때아닌 기후에 약간의 심상치 않음을 느끼며 전화를 걸었다...

"예, 정xx씨...송탄에 도착했습니다...터미널 앞 커피숖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벌써 도착하셨어요?아...근데...어쩌죠? 오늘 제가 갑자기 손님이 오시는 바라메 못뵐것같은데...다음주에 뵈면 안될까요?"

이게 무슨 말인가!! 손님 만나는 거 끝날때까지 기다리겠노라 수없이 설득하였지만...반복되는 거절에 어쩔 수 없이 화요일날 만나기로 약속하고 다시 수원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조금씩 흩날리던 눈발은 갑자기 함박눈이 되어 머리에 쌓이고 있었다...

'젠장...어쩐지 눈발이 날리더라니...' 열받은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무던히 애를 쓰면서, 버스에 올라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를 감상(?)하고 있었다...

"금일 서울 경기지방에는 기상대 관측을 시작한 1904년 이후 100년만에 3월 강설량으로는 최고의 눈이 내려, 현재 서울 경기지역에 대설경보를 발령중입니다.

'난리났군...쳇' 투덜대며 창밖을 보니 눈발이 장난이 아니었다...순식간에 땅바닥을 하얗게 뒤덮더니 이내 온세상을 하얗게 만들어 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수원역 건너편에 하차하여 전철역으로 이동하는 약 3분간의 시간동안 내 머리위에는 2~3센티 이상의 눈이 쌓이었다...헉!! 눈이 온다...아니....눈이 쏟아진다...아니 눈이 퍼붓는다...

눈이 미쳤다...미쳤다...

군포역에 내려서 택시를 잡으려하였으나...젠장...어찌나 눈이 많이오는지...겨우겨우 20분만에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였다...온몸이 온통 눈으로 젖어 개떨듯이 떨면서...

이것이 나의 참혹한 그날밤이 전조였던것을...몰랐던것이 불행의 첫단추였던 것이었다...

 

#2. 불행의 시작

2004년 3월 5일(금),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새벽5시50분에 기상하여, 샤워를 마친후 폭설로 전철이 붐빌것을 예상하고 평소보다 30분 일찍 집에서 나왔다...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텅빈 전철안...나의 예상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빗나가기 시작했다...

그럭저럭 널럴하게 사무실에 도착하여, 그날 예정되어 있던 대전출장을 위한 자료점검에 들어갔다...

전날내린 눈으로 길이 온통 얼음덩어리였지만, 다행히 눈발이 멈춘 관계로 대전출장을 강행하기로 결정하였던 것이다...

9시 40분, 양손가득 짐을 챙겨 사무실을 나섰고, 고속터미널에 도착하여 대전행 10시 10분 출발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그리고는 아침밥을 못먹은 허기짐보다는 항상 부족한 수면에 지쳐 곧 잠이들고 말았다...

얼마를 곯아떨어졌을까...차량이 멈춘듯한 느낌을 받아 졸린 눈을 억지로 떴다...

아니나 다를까, 천안삼거리 휴게소를 조금지난 지점에서 차가 정차되어 있었다...

창밖으로는 눈발이 휘날리고 있었다....잠이 덜깬 관계로 그 눈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고...운전기사 아저씨의 8중추돌 사고가 났다는 얘기를 듣고...조금 있으면 빠지겠지 하고 또 다시 잠을 청했다...

또 한참을 자고..나는 개운한 마음으로 눈을 떴다....

"어우...잘잤다...근데...여기가 어디지?...헉!!"

아까 그대로다!!시간은 오후 1시30분...

아니 2시간이 넘도록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기사아저씨왈..."눈발이 날려 길이 미끄러워져서 정체되나봐유...쪼금만 기다려보세유..."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일단 기다려보기로 하고 창밖을 물끄러미 쳐다있었다...물끄러미...

한시간....두시간....진행거리...20m!!

장난이 아니다...이건...미친 짓이다...

기사아저씨의 당황해하는 언행과 동시에 켠 라디오에서는..."대전지역 폭설로인하여 고속도로가 정체중입다...대전지역에서는 폭설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고..."

큰일이다...약속!! 재빨리 고객과 통화하여...약속을 취소하였다...그때 시각 오후 4시경

순간, 온 몸에 경련이 일기 시작했다...장시간 앉아있던 관계로 온몸이 꼬이는 듯한 느낌에...

아침부터 굶은 속은 고푸다 못해...아푸기 시작했다...

그렇게...나를 비롯한 그 버스안의 사람들은 10시 이후로 물한모금 못마시고 그 버스안에서 고립되기 시작하였다...마치...붕괴된 막장에 갇힌 광부들 마냥...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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