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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분노...폭발되다!!
그렇게 나를 비롯한 십여명의 사람들은 한시간 두시간 세시간...무려 9시간을 갇혀있게 되었고...슬슬 사람들의 기다림은 분노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온몸이 굳어가는 느낌에 몸을 뒤척이던중, 나는 뒷자리의 머리짧은 청년에게 시선이 멈추었다...
애뗘보이는 외모에 짧은 머리...필시 군바리가 틀림없었다...
나는 다가가서 그에게 말을 건넸다..."저 혹시 담배한가치만 빌릴수 있을까요?"..."네..."
청년은 내게 던힐 한가치를 건네주었고, 나를 따라 담배를 한대피우러 차밖으로 나왔다...
"군인이에요?".."네...군인은 아니고, 의경입니다. 휴가나왔는데, 휴가첫날 이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아....정말 불쌍하다...피같은 휴가를 버스안에서 개기다니...
"그래도 저는 이 버스안이 익숙합니다...저희들 원래 출동하면 하루종일 아니 어떤때는 며칠동안 버스안(그는 정확히 닭장차라고 표현하였슴)에서 생활해야 되거든요...저는 이제 수경(육군으로따지면 병장)이라서 뒷자리에 퍼져있으면 되는데 쫄따구때는 맨 앞자리에서 전방 15도를 응시하면서 부동자세로 앉아있어야됩니다...ㅋㅋ"
불쌍한 의경들...몇마디 나누고 우리는 다시 버스에 올라탔다...여전히 버스는 움직일 기색이 없었다...
또 그렇게 몇시간이 흘러 오후 7시가 넘었다...
모든 사람들이 허기와 갈증에 지쳐 점점 거칠어져 가고 있었을 즈음...난 참다못해 도로공사에 전화를 걸었다...몇번의 통화중신호가 들려왔으나 광기어린 집착으로 결국 통화에 성공하고야 말았다...
"여보세요? 도로공사죠? 지금 이게 뭡니까? 이거 언제쯤이나 뚫립니까?"
"아...예...지금 한참 제설작업중입니다...아마도 1시간후쯤이면 소통이 될겁니다...불편하시더라도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요."
"한시간후요?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도로공사의 거짓말의 시작이었다.
한시간이 지난후 다시 전화를 하였다....
"여보세요...이봐요 당신들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이야? 한시간 지났는데 왜 안뚫려? 나랑 지금 말장난하자는 거야?"
"죄송합니다...지금 차량이 워낙 정체가 되어서 제설차량이 진입을 못하고 있어서요...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요..."
"아니 여보슈...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당신들 머리 없어요? 여기 한번 나와서 보슈...여기 제설차가 들어올 수가 있나...당신들 지금 제설차량 두어대 보내놓고 지금 그렇게 앉어있는거야? 여기는 지금 인력을 보내야되 이사람들아...인력을!! 그리구 지금 여기 사람들 다 탈진해서 쓰러져가고있어 이사람들아...의료진이나 아님 지방자치단체, 유관기관하고 긴급협조를 해서 식수라도 공급을 하던가...아님 날짜지난 빵이라도 공급을 하던가...뭐 대책이있어야 될 것 아냐? 당신네 도로공사 사장 어딨어? 그사람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그사람 머리는 있는거야?"
분노에 찬 나는 점점 이성을 잃어 가고 있었다...전문용어로 시간또라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잠시 차분해진 말투로 그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여보세요...지금 상황이요, 여기 제설차량이 들어올 수 없습니다...그러니까 제생각으로는 중앙분리대를 헐고 회차할 차량들은 회차시키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그리고 교통경찰이나 군부대에 긴급협조를 부탁하시구요 나와서 회차하는 차량들 사고나지 않게 정리하면서 해주시고, 지방자치단체나 지역공공단체에 긴급협조하셔서 여기 지금 물한모금 못마시고 열몇시간씩 묶여있는 사람들한테 다으면 따뜻한 식수라도 공급좀 해주세요...여기 지금 긴급재난지역이나 마찬가지 상황이라구요..."
도로공사 직원이 대답했다..."제 마음 같아서는 그러구 싶은데요...오늘이 토요일이구 지금 오후고...또...."
아이큐낮은 도로공사 직원이 불난데 휘발유를 부었다...
"야이 사람들아...그걸 지금 말이라구 해? 당신 사장바꿔봐...사장 지금 나와있어?아님 골프치러갔어? 여기 지금 한번 나와봐 이사람들아...어떻게 된게 도로공사 직원들은 한명두 안보이나? 일단 나와보고 얘기해...왜? 나오면 맞아죽을꺼 같아서? 제발좀 나와봐요...나와본다음에도 그런 얘기가 나오나...사람들 지금 목숨걸구 먹을꺼구하러 건너편 고속도로로 건너가구 있어 이사람들아...!!"
"아..예...알겠습니다...지금 바로 보고해서 어떻게 조치를 강구하겠습니다...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잠시후 전화 한통화가 왔다...김 0 0 이었다...
"어..너 어디냐? 우하하하...너 미치겄다...ㅋㅋㅋ 밥은 먹었냐? 난 지금 냉면하구 만두 먹구있는데...근데 뉴스보니까 중앙분리대 철거한다거라? 그리구 빵하구 라면 4000개씩 공수한다구 하던데? 쪼금만 기달려다...곧 뭐가 오겄지..후~~~후~~~(뜨거운 만두 입으로 불어서 식히는 소리)"
염병할 눔...약올리나...하여튼 속보를 전해줘서 고맙다...
그래도 내 전화에 도로공사에서 뭔가 대책을 세운것 같아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고...난 잠시 생각에 빠졌다...하지만 배고픔에 젖은 나의 생각은 곧 잠으로 이어졌고...얼마나 잠을 잤을까 시끌벅적한 소리에 눈을 떴다...그때 시간 오후 10시...차에 올라탄지 정확히 12시간이 되었을 때다...
"여보세요...아니 당신네들 도대체 뭐하는 사람들입니까? 도로공사 이따위 밖에 안되요? 나두 공직생활에서 꽤 높은 직위에 있었던 사람인데 난 그 시절에 이런식으로 안했어요? 도로공사직원들 도대체 여기 현장에 나와는 본겁니까?..........사장은 뭐하고있어요?.............세금받아 쳐먹고 아무것도 안하는 겁니까?........"
그 아저씨는 70이 넘어보였고 아까 내가 통화했던 내용을 그대로 말하고 계셨다...
그랬다....도로공사는 나와의 통화를 하고도...그리고 방송에 조치사항을 내보내고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분노가 폭발하였다....전화기를 다시 들었다...그러나!!
나를 걱정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통화를 하다가 그만 밧데리가 올인 되었다...
큰일이다...
잠을 다시 청하려하였으나 이미 너무 많이 자서 잠이 오지 않았다...
잠시후 하늘이 도왔는지...어디선가 고속도로 정체시 항상 출몰하는 소쿠리꾼이 왔다...
빵과 음료수...담배를 들고...
나는 그것마저 올인될까봐 얼른 뛰어나갔고...빵하나와 물...담배한갑을 무려 9000원을 주고 샀다...
뒷자리의 군바리 아니 의경은 이미 곯아떨어져있었다...
내 자리로 돌아온 나는 허겁지겁 빵을 먹기 시작하였고...어느정도 허기를 해결할 수 있었다...
빵을 반쯤 먹었을까? 문득 그 의경이 눈에 들어왔다...불쌍한 의경....
난 자고있는 의경을 깨워 빵을 건넸다...물은 이미 다 마셔버려서 빵만 주었다...
의경은 마파람에 게눈감추듯 미어지는 목구멍을 왼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리면서 빵을 꾸역꾸역 해치워버렸다...
헐...이건...이미 사람의모습이 아니었다...
전쟁중에도 아마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간단히 허기를 속이고...잠시 더 기다렸다...역시나 상황은 그대로였다...
분노는 극대화되었지만...체력이 바닥나고 너무 지쳐 모두들 버스안 의자에 시체처럼 늘어져버렸다...
그렇게 다음날이 찾아오고 있었다...
#4. 필사의 탈출...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지쳐버린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잠을 청하려하던 순간...문득...대전에 내려가있는 동생이 떠올랐다...
'아!! 그거다...'
나는 황급히 뒷자리의 의경을 깨웠다...
"이봐요...당신 휴가를 여기서 다보낼수 없지? 내가 좋은 방법이 있는데..."
나는 여기서 탈출해서 건너편 상행선으로 가서 차한대 아무거나 잡아타고 청원휴게소로 간 후 동생에게 연락해서 그걸 타고 천안으로 가자고 제안을 했다...
역시 군바리나 의경의 동작은 신속했다...
옷을 챙겨들은 의경은 나를 따랐고...우리는 고속도로 중앙분리대를 뛰어넘어 상행선으로 건너갔다...
한 아저씨가..."어디들 가슈?"하고 물었다...
"탈출합니다...반대편으로..."
우리의 탈출은 성공이었고...십여분을 기다리던 끝에 승용차를 한대 잡았다...그리고 청원휴게소에 도착하게 되었다....
휴게소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어...난데...나 지금 청원휴게소거덩...여기로 와라...대전하고 신탄진 IC가 진입이 금지되었으니까 청주IC로 오면 된다..."
동생과 청원휴게소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우선 핸드폰 밧데리부터 충전한 후에 식당에 가서 배불리 속을 채웠다...
잠시후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따...
"청준데...여기두 꽉막혔어...조치원으로 돌아서 갈께...일단 눈좀 붙이고 있어"
다행히 고속도로 휴게소에 사우나시설이 있어서 우리는 그곳으로 향했고 거기서 추위를 피할 수 있었다...
피로가 몰려온 우리는 이내 잠이 들었다...조만간 집에 갈수 있다는 부푼 기대감으로....
마치 훈련소 마지막날...집에갈수 있다는 방위병들만이 느낄 수 있는 설레임처럼....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