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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회 후 3년차 결혼

ㅇㅇ |2022.07.11 18:01
조회 15,178 |추천 29
안녕하세요
3년 전에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헤다판 기웃거리면서 눈팅만 하다가 
남친한테 연락이 와서 글을 썼던 적이 있던 사람입니다.
당시엔 헤다판에서 서로서로 응원도 해주는 분위기고 
아픈 마음 솔직하게 공유도 하는 분위기였어서 참 위로를 많이 받았던 것 같은데
오랜만에 와보니까 그 때에 비해선 사람들이 너무 날이 서있는 것같은 느낌이..ㅎ
전체적으로 비관적이거나 부정적인 견해들이 엄~청 많아진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 제가 적을 경험담도 욕을 더 많이 먹을 것같긴 하지만.ㅎㅎ
당시에 제가 그랬듯 누군가에겐 위로가 될지도 모르니 용기내서 적어봅니다.

우선 저는 밀당같은거 잘 안하고 이것저것 엄청 퍼주는 스타일이였고
왜 헤어지게 되었는지, 어떻게 연락 받았는지는 옛날 글에 적혀있어요.

그 이후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남자친구한테 '나는 더이상 남은 감정이 없고, 상처가 너무 커서 돌아갈 자신이 없다'라고 답했었어요.
남자친구는 읽고는 답이 없더니 3일 뒤에 저희 집 앞에 찾아왔고 제가 무시하고 들어가려고 하니깐 막아서더니 무릎꿇고 엄청 빌더라구요.
자기 그냥 단순히 변심해서 온거 아니고 몸이 그리워서 온것도 아니다. 정말 너의 소중함을 깨달아서 온 거라고, 네가 받아주지 않아도 그건 내 탓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렇지만 뒤늦게라도 상처준 행동과 마음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저는 분리감의 힘이 대단하긴 하구나 싶으면서도 남자친구의 저런 모습에 엄청 흔들리는 저를 보면서 나는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이렇게 붙잡혀주면 결국 나중에 또 떠나가겠지. 어차피 깨진 그릇은 다시 이어붙일 수 없겠지 하는 부정적인 생각때문에 오히려 더 잡히기 싫더라구요.
분명 남자친구가 이러기 전까진 다시 만나고 싶고, 내가 어떤 대우를 받던 남자친구 옆에 있고 싶었는데 이상하게도 붙잡으니깐 제 마음이 더 작아졌었던 것 같아요. 버림받았던 마음을 어느정도 보상받았기 때문이겠죠.
근데 남자친구는 멈추질 않았어요. 1~2일 간격으로 계속 연락을 해오고, 묻지 않은 자기의 하루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자신에게 기회가 한 번만 더 주어진다면 절대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계속해서 제게 말했어요.
그렇게 한달 반 정도가 지났을 때, 어느 날은 일주일 동안 계속 연락이 없더라구요. 기분이 이상했어요. 이제 포기했나? 그렇게 후회한다더니 이젠 할만큼 했다는건가? 오히려 제가 다시 분리감을 느끼면서 남자친구가 궁금해지더니 마음이 쓰이더라구요. 분리감이 진짜 무서워요.
내가 너무 오랫동안 답을 주지 않았나 싶고, 조금만 더 노력해보지 싶고 먼저 연락 한 통 해봐야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집 앞으로 남자친구가 찾아왔어요. 엄청 굵은 노트를 건네주면서 자신의 2개월이 전부 적혀있다고, 더이상 네 마음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으니 나는 이걸 전해주는걸 마지막으로, 그래도 네 마음이 바뀌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힘들어도 혼자 감당하겠다고. 미안했다고 했어요.
집에와서 노트를 읽어보는데, 그날은 정말 우느라고 한 숨도 못잤던것 같아요. 3년전 저 글을 올릴 당시에 댓글로도, 쪽지로도 엄청 부정적인 의견들을 많이 보내주셨었는데, 그런 말에 휘둘려 남자친구의 진심을 무시했던 것 같아서 많이 미안해졌었어요.
그렇게 저와 남자친구는 다시 만나게 되었고, 이후 3년 동안 분명 싸우기도 했지만 남자친구는 그 때 제게 말했던 것처럼 두 번 다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어요. 서로가 인생의 전부가 되었고, 차선은 있을 수 있겠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최선이라는 걸 암묵적으로 확인했어요.
고비도 어느정도 있었지만 그게 관계를 멍들게 할 정돈 아니였고, 그렇게 잘 지내다가 결국 저는 프로포즈를 받고, 결혼까지 하게 되었답니다.
요즘 퐁퐁남이니 맘충이니 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증오가 가득하고 믿음이 부족한 것 같아요. 마치 좋은 감정은 모두 순간일 뿐 허구이며, 타락만이 진실이라는 것처럼요.
그러나 저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봐요. 상처받고 힘든 마음을 방어하기 위해 다들 날을 세우고 있을 뿐,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름답고 좋은 감정들을 누리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결국 그들도 진정으로 사랑받고 싶어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도 그랬어요. 남들같은 연애하다가 남들처럼 끝날 뻔 했지만, 결국엔 이렇게 결혼까지 하게 된 것처럼요. 그러니 너무 내 감정을 숨기고, 상처받지 않기 위해 방어만 하려들기보단 또 아플 것이 겁이 나더라도, 부딛혀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기를 받아가고 나눠주고 뭐 이런 밈은 아예 사라진 것 같지만^^; 그래도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한 분이라도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들을 위해 기도할게요.  부정과 증오로 점철된 현재 사회의 분위기도 꼭 다시 좋아지길 바라고, 그래서 여러분들도 진정한 행복을 다시 찾으시길 바래요.
추천수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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