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서른살 여자이고, 저에게는 10년 만난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동거중이고, 결혼까지 생각하고 만나왔습니다.
2년 전쯤 남자친구가 했던 말로 아직까지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그당시 남자친구와 헤어져보려고도 해봤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컸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남자친구를 조금은 용서할 수 있게 될 줄 알았고, 다른 좋은점들을 보고 결혼할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괴롭습니다.
서로를 위해 관계를 완전히 정리하는게 맞을지, 아님 남자친구를 이해하고 결혼까지 하고 살아도 될지 많은 인생 선배님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제 상황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사람이 떨어져 죽는다'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어렸을 때 옆동 할머니께서 떨어져 돌아가신 후로 투신자살에 대한 공포감이 커졌습니다.
몇초의 차이로 그 장면을 직접 눈으로 볼 뻔했거든요.
높은 건물들을 볼 때마다 저기서 떨어지면 사람이 어떻게 될까 같은 생각이 종종 들고, 고층 아파트 단지 주변은 피하곤 했었습니다.
그래도 살아가는 데에 문제가 있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요즘입니다.
'나는 가끔 높은 곳을 보거나, 고층 아파트 단지를 걸을 때면 사람이 떨어져 내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끔찍한 모습이 상상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 그런 장면이 나올 때도 보기 힘들어서 눈을 가린다 '
등 살면서 제게 가장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미리 귀띔했고, 그런 주제에 대한 얘기는 피해주기를 부탁했습니다.
그러던 중 2년 전쯤 했던 남자친구와의 대화가 제 트라우마를 더 공포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제가 어떤 일 때문에 창피했던 상황을 얘기했더니 남자친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와, 여보는 진짜 옥상 올라갔겠다"
순간 당황했지만 남자친구가 생각 없이 말할 때가 종종 있었기에 본인의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라고 "방금 뭐라고 한거야? 옥상을 왜 올라가?" 라고 되물었습니다.
그래도 남자친구는 자신의 말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아니, 쪽팔려서 뛰어 내리는거 아니냐고." 라고 말하며 뭐가 문제냐는 듯이 절 쳐다보는 겁니다.
그 후론 높은 곳에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 볼때면, '내가 여기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떨어져보면 어떨까?' 하며 저를 빗대어 상상하게 됩니다.
누군가가 맞은편 동에서 투신하다 저와 눈이 마주치는 꿈, 세가족이 차례대로 떨어져 죽는걸 보는 꿈도 자주 꿉니다.
남자친구는 친구들끼리 장난으로 '나가 죽어라.' '쟤 한강 못가게 해라.' 이런식으로 말 할때가 있어서 자신도 모르게 농담으로 말한 거라고 미안하다고 합니다.
친구들끼리 저런 말을 자주 한다지만,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여자친구에게까지 저런 말을 한다는게 충격이였습니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 저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저런 말을 들었다는 사실이 저를 자꾸 무너지게 만듭니다.
저도 제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병원도 다시 다녀볼 예정입니다.
제게 이런 트라우마가 있다고 해서 10년동안 남자친구에게 피해줬던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조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미리 귀띔을 해주었던 것 뿐입니다.
이 사람과 결혼을 해서 남은 인생을 함께 하는게 맞는 선택일까요?
저를 향한 따끔한 충고도 감사히 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