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새벽에 잠도 안오고 답답해서 속이 터지겠네요
저는 29이고 남친은 30이예요
만난지는 2년정도 되었습니다
저랑 남친은 먹는 쪽으로 결격사유가 있어요
일단 저는 위가 약해요
소화가 더디고 잘 얹히고 체하고
스트레스 받으면 위가 아픈 만성위염을 달고 살아요
그래서 늘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고
항상 소화제와 위염약을 준비하고 다니고
밥을 꼭꼭 씹어 먹으려고 노력합니다
소화기관이 약하긴 했어도
그래도 20대 초중반에는 나름 잘 먹었었는데
제가 식탐이 있는데다가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잘 먹거든요
예전에는 복스럽게 먹는다고
어른들이 참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는데ㅠ
몸이 아파서 거의 1년간 진통소염제를 복용하다보니
위가 더 약해지더라고요ㅠ
거기다 운동을 못하니 살까지 10키로가 쪄버려서
그거 빼느라 진짜 고생한 뒤로는
이제 식탐 안부리고 적당한 양을 먹으려 하고 있어요
식탐 있던 제가 살 찐 뒤로는 먹는것에
흥미를 잃었다고나 할까...
그만큼 살찐게 너무 충격이어서 뭘 먹기가 두렵더라고요
한밤에 식구들이 치킨이나 족발 닭발을 시켜도
환장하던 제가 이제는 안먹을 수 있는 지경입니다
남자친구는 가리는게 엄청 많아요
날 거 못먹구요
생선이나 고기에서 비린내가 난다 싶음 안먹어요
저는 곱창 막창 닭발 이런거 좋아하는데
남친은 안먹구요
음식이 눈 앞에 있으면 와구와구 잘 먹는거 같으면서도
은근 가리는게 많더라고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게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있는데
뭘 좀만 잘못 먹으면 바로 설사를...
심한 것 같아요ㅠ
아니 심하더라고요..
이런 저희지만 그래도 서로의 고통을 알아서 그런지
먹는거에 많이 배려해주고 맞춰줘서
단한번도 불만을 가진 적이 없어요
제가 위가 안좋을 때는 남친이 죽도 같이 잘 먹어주고
제가 양이 적은 것도 이해해주고
살 때문에 가볍게 먹는 것도 이해해 줍니다
사실 저는 맛집 탐방 이런거 관심 없거든요ㅠ
저도 남친이 안좋아하는 음식은 제가 먹고 싶어도
먹자고 한 적 없고
다른 사람들과 먹으면 되니까 굳이 상관없거든요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안타깝긴한데
남친이 굳이 고치려는 노력은 없는 것 같아서
거기에 좋다는건 약도 사주고 음식도 사주긴했는데
별 효과를 못봐서 그러려니 하고 있어요
그리고 둘다 음식에 환장하는 편은 아니라
그게 너무 좋거든요
예전에 먹생먹사 남자를 잠깐 만났었는데
말 그대로 먹는거가 낙인 사람이라 그런지
맨날 뭐먹으러 갈까 오늘은 뭐먹지
맛있는거 먹고 싶은데
오로지 먹는거 먹는거 먹는거
회 고기 장어 대게 이런 종류의 하드한 걸 특히 좋아하고
음주를 선호해서 저는 싫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남친은 너무 좋아요
저희는 먹는게 중심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어떻게든 저 맛있는거 먹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이제 결혼 이야기가 나와서
남친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거든요
한식 종류의 식사자리였는데
제가 하필 전날에 위장이 탈 나는 바람에
홀쭉해진 모습으로
긴장까지 해가지고 음식을 거진 잘 못 먹었습니다
어른 앞에서는 잘 먹는 모습을 보였어야 하는데
너무 무안했어요ㅠ
그렇다고 억지로 막 먹기에는 한계가 있었어서ㅠ
전날에 이래이래해서 속이 좋지 않아
음식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고 정중하게
말씀은 드렸는데 어머님 표정은 나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 남친 입에서
입이 짧은 며느리는 달갑지 않다고 하셨대요
자기는 요리하는거 좋아하는데
반찬이고 뭐고 해주고 갖다주면
안먹어서 다 버릴거 아니냐고요
그리고 위가 약한게 아이한테 유전되면 어쩌냐구요
순간 ??????? 스럽더라구요...?
입이 짧은 걸로 치자면 본인 아들이 더 심한데
무슨 말이지? 싶었어요
아니 솔직히;;; 아들이 과민성대장증후군에
가리는 것도 엄청 많고 잘 못먹고 그러니까
그런쪽으로는 당연히 이해해줄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입장 바꿔 생각하면
어느 딸 가진 부모가 저런 사위를 원하겠어요
복스럽고 시원스럽게 안가리고 잘 먹는
사위를 원하지..
그래서 우리집안이나 남친 집안이나
둘다 먹는걸로 결격사유 있는건
이해해주고 넘어갈 줄 알았는데
저런 이야기가 나오니 너무 당황스럽고
그냥 왠지 모를 배신감도 느껴지네요...
우리 커플 2년동안
서로 다투는 것도 많이 없고
서로 위해주고 배려해주고 성격이 잘 맞아서
때로는 애인처럼 친구처럼
그렇게 잘 만나왔는데..
둘다 집순이 집돌이라
이성문제 친구문제 그런 것도 없었고
저희 둘다 술도 담배도 안피고
항상 서로가 먼저여서
결혼은 이사람과 해야지 생각했는데
여기서 걸림돌이 생기네요
솔직히 잘먹는 며느리 들어왔으면 하는거
이해 못하는 거 아니지만
그건 남친 어머님 욕심 아닌가요?
본인 아들도 생각해야지..
둘이 이렇게 잘맞고 잘 만나는데
본인 욕심으로 고작 먹는거 하나로 결혼 반대하시고
둘이 헤어지면 맘이 편하실지..
잘 먹는 여자는 반대로 입이 짧은 남친을 좋아라 할까요?
참..반대하는 결혼은 하고 싶지 않은데 맘이 착잡하네요
헤어져야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