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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THE MASK)-13

바람 |2004.03.10 21:24
조회 336 |추천 1

3. 상천제(上天帝) 막개의 죽음

 

 

어둠.
자연의 빛이란 찾아 볼 수 없는 끝없는 어둠의 길.
그 길을 막개와 초개를 업은 치우가 화섭자의 빛에 의지하여 걷고있었다.
그들은 동굴 속에서의 치열한 혈투 끝에 이곳으로 도망쳐 오기는 했지만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시간도 모른 체 얼마를 걸어 들어갔을까.
끝없이 이어 질 것 같던 좁은 동굴이 점점 넓어지기 시작하였다.
동굴은 점점 넓어지더니 십 여명이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커 졌다.
막개는 동굴로 숨은 이후부터 급격하게 몸이 안좋아졌다.
적들을 따돌렸다는 안도감에 힘이 빠지기도 했지만 혈도(穴道)를 막아서
눌러놓고 있던 한독공(寒毒功)의 독이 다시 발작하기 시작한 것이다.
단전(丹田)에서부터 차갑게 올라오기 시작한 독은 점점 몸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막개는 계속해서 퍼지는 독을 막기 위해 애를 썼지만 소용없었다.
오히려 더욱 그 기운이 강해져 고통만 더해 갔다. 이제는 혈도를 막아 놓아도
소용없었다. 그렇게 고통을 참아가며 어두운 동굴을 계속 걷고 또 걸었다.


 동굴은 꾀 깊었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을 것만 같았다. 마치 끝없는 지하 세계로 들어가 것 같았다.
 동굴 속에서 계속 헤메는 동안 초개는 몇 번 깨어났다가 다시 기절하곤 했다.
그런 초개를 보며 치우는 걱정되어 막개를 보았지만 그의 얼굴이 너무 창백하고
무거워 보여 더 이상 막개에게 초개의 치료를 부탁 할 수 없었다.


 얼마를 걷고 또 걸었을까.
동굴 앞쪽에서 물소리 같은 것이 들려오는 듯 했다.
 치우와 막개는 걸음을 멈추고 소리를 듣기 위하여 귀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동굴에 울려서 그 음향이 자세히 들리지는 않았으나 소리가 맑고 시원한 느낌을 주는
것이 분명히 물이 흐르는 소리임에 틀림없었다.
지쳐서 쓰러질 것 같던 치우는 물소리에 기뻐하며 소리쳤다.


"무...물이다! 아저씨 물이 있나봐."


막개도 물소리를 듣고 기뻐서 치우를 재촉했다.


"빨리 앞으로 가보자!"


앞으로 들어갈수록 물소리가 더욱 크게 들려오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그 소리가 너무나 커다랗게 동굴에 울려퍼지며 들려와 오히려 두려움을 자아냈다.


 일다경(15분)정도 더 들어갔을까 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앞쪽엔 십 여장에 달하는 커다란 폭포가 거대한 굉음을 내며
쏟아지고 있었다. 폭포에서 쏟아지는 물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떨어져 내렸는데
어두운 동굴에서 보는 것이라 아름답다기 보다는 오히려 두려운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너무나 커다란 폭포가 어둠 속에서 굉음을 내며 튀어나오니 마치
신비의 동굴 속에 있다는 전설의 묵룡(墨龍)이 괴성을 지르며 덮쳐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폭포에서 쏟아지는 물은 모여 강물처럼 끝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는데 그 물이
어디까지 가는지는 알 수 없었다.
세상 밖으로 흘러 들어가 강물을 이루는지 아니면 더욱 깊은 지하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화섭자를 가지고 이곳 저곳을 비추어 보던 치우는 동굴의 또 다른 신비함에
매료되었는데 이번에는 순순한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였다.
 동굴의 천장과 바닥에는 기괴하게 생긴 석순(石筍)과 기기묘묘하게 자란 종류석들이
곳곳에 퍼져 있었는데 그 모양새와 색깔이 너무도 특이하고 아름다워 뭐라 말로
표현 할 수 없었다.
특히 화섭자를 대고 둘러 볼 때마다 동굴 벽에서 반짝이며 반사되는 돌들이 있었는데
무척이나 영롱하고 아름다웠다. 그래서 작은 화섭자 하나가 켜져 있는데도 동굴 벽에
불빛이 반사되어 무척이나 밝아 동굴 내부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마치 수 천 마리의 반디불이들이 동굴의 벽에 붙어서 어둠을 빛내고 있는 듯 보여
치우는 그 환상적인 아름다움에 자신이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도 잊었다.


"와! 너무 멋있다!!"


막개도 예상치 못한 동굴의 아름다움에 빠져 입을 다물지 못했다.


"대단하군!"


동굴의 아름다운에 넋을 잃고 있는 치우에게 막개가 손짓하며 불렀다.


"치우야. 이리 와 봐라"


치우가 다가가자 막개가 초개를 쳐다보며 말했다.


"계속 걷는 것은 나와 초개에게는 더 이상 무리다. 일단은 이곳에서 좀 쉬어야
 할 것 같다. 아마 놈들도 이 곳까지 쫒아 오지는 못할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치우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그런데... 초개는...... 어떻게 되는 거야?"


동굴에서 갇히고서 부터 계속 막개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이었다.
그러나 목구멍까지 올라 온 질문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혹시라도 자신의 물음에 생각하기 싫은 답변이 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든 것이다.
 그것은 막개 또한 마찬가지 였다.
치우가 묻지는 않고 있지만 얼마나 궁금해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차마
자신의 입으로 초개의 죽음을 말할 수 없어서 계속 밀어왔던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진실을 숨길 수는 없었다.
막개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초...개는....음.........미안하다!"


치우는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개로 부터 직접 대답을 듣자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의 두 볼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초개와 처음 만나던 때가 스쳐지나가며 슬펐던 기억 , 즐거웠던 기억이
머리 속에서 지나갔다.
몇 시간 전 만해도 자신을 쫒아 나오겠다고 때를 쓰던 녀석이 죽어가고 있다니...
막개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그 무슨 말로 치우를 위로 할 것이며 초개를 위할 수 있겠는가.
그저 치우가 슬퍼하는 것을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한 동안 침묵을 지키던 치우가 볼멘소리로 물었다.


"얼....얼마나 더 살 수 있지?"


"글세.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 그러나 몇 시진 견디기 힘들 거야."


"그...럼...이렇게 깨어나지도 못하고 ...죽...어?"


"아니. 내가 초개에게 기를 주입하면 정신을 차릴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래....오..래...쿨럭..쿨럭.. 버티지는 못해........컥!"


말을 하던 막개가 갑자기 기침을 심하게 하더니 입으로 피를 토해냈다.


"아니! 아저씨 괜찮아?"


깜짝 놀란 치우가 다가가자 막개는 손을 저었다.


"크...괘...괜찮다! 걱정마라.....아직은..."


치우는 막개의 상처도 꽤 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
가슴에 큰 상처를 입고도 살아난 사람이어서 걱정하지 않았는데 피를 토하니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막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접어들었다. 초개의 치료 때문에 독이
몸 안으로 스며들었고 그 상태에서 호웅사묘(號熊獅猫)와 겨루면서 심한 내상을
입어서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막개가 한동안 거친 숨을 몰아쉬더니 진정이 되었는지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미안하다. 너에게 짐만 되는 구나!"


쏟아지는 폭포를 바라보며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너와 초개에게는 정말 미안하다. 내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되지도 않았을 텐데...
 그러나 이제 와서 무슨 소용 있겠는가! 시간을....되돌릴 수만 있다면 ....
 그때 너를 쫒아 오지 않았을 텐데...."


막개의 말을 듣던 치우는 갑자기 화가 났다.
따지고 보면 자신에게도 잘 못이 있는 것 아닌가!
그런 것을 이제 와서 따진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만해!! 나한테도 책임이 있어. 이미....지난 것을 말해 뭐해."


"맞다."


"초개를 깨워봐 아저씨. 초개와 마지막 인사는 해야 할 것 아니야."


치우의 우울한 말을 듣고 막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정신이 들고 얼마나 버틸지 나도 모른다."


"알았어"


막개가 초개를 앉히고 그의 명문에 손을 대었다.
그에게 기를 주입하여 정신을 차리게 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것은 사실 막개에게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이미 막개의 몸속에 독이 퍼져서 내공을 운기 한다면
독이 더욱 빨리 몸 속으로 퍼져 나가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하다. 그러나 초개를
정신차리게 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다.
 막개는 자신으로 인해 이런 불행이 일어났다고 생각되어 위험을 무릎 쓰고 초개에게
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나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는다. 좀 늦게 죽나 빨리 죽나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막개의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맺혀 떨어졌다. 굵은 눈썹을 찡그리고 있는 것이
그가 얼마나 힘들게 기를 끌어올리고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초초하게 지켜보던 치우는 막개가 걱정되었다. 그 마저 잘못되는 것이 아니가
생각되어 겁이 났다. 여태 살아오면서 힘든 적도 많았지만 두렵거나 무서운 적은
없었다. 어차피 가진 것 없이 태어나서 잃어버릴 것도 없었기 때문에 마음만은
항상 편안하고 좋았다. 그러나 지금은 두려웠다. 아니 무서워졌다.
사랑하는 초개를 잃는다고 생각하면 앞이 깜깜했다. 항상 혼자 외로이 고아로
살아오던 그에게 초개는 친동생과 같았다. 항상 같이 구걸을 했고 같이 밥을
먹었으며 또한 같이 기뻐했다. 그런 그가 지금 자신의 곁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홀로 남겨진다는 것이 무척이나 슬프고 두렵기까지 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감겨서 떠질 것 같지 않던 초개의 눈이 천천히 열렸다.


"혀....형아!"


초개는 치우의 얼굴을 보고 밝게 웃었다. 전혀 아프거나 고통받고 있는
얼굴이 아니었다.


"그래! 이제는 괜찮아"


"꿈을 꿨어. 한번도 본적 없는 엄마가 나를 찾아와서 같이 가재, 그래서
 내가 형아 한테 물어보고 간다고 했어. 히히"


"좋았겠다. 꿈에서 엄마도 보고..."


치우의 눈가에 다시 눈물이 맺혔다. 해맑게 웃는 초개의 얼굴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치우는 초개의 머리를 쓰담으며 말했다.


"엄마 얼굴 보니까 좋지?"


"응. 한번도 본적 없는 엄마지만 너무 따뜻했어."


"그래....엄마 품은 항상 따뜻해....아프지 않니?"


"응. 형아도 아프지 않지?"


"그래. 나도 아프지 않아....미안하다."


"헤헤. 뭐가 미안해?"


"오늘이 네 생일인데...."


"울지마 형아....난 괜찮아 이제 좀 있으면 엄마도 만나는데 뭘."


초개의 작은 손이 치우의 굵은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우울하게 말했다.


"내가 없으면.....형아는 어떻하지..."


"초개야!"


치우는 초개를 꼭 끌어안고 참았던 눈물을 다시 터뜨렸다.


"미안하다....흑흑흑!....정말 미안해..."


초개의 작은 손이 치우를 안아 주었다. 마치 동생을 달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끌어안고 한동안 울었다.


 막개는 초개를 깨우기 위해 무리하게 힘을 써서 기운을 회복하기 위해
눈을 감고 행공에 들어갔다. 치우가 초개와 할 이야기가 많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들을
방해하고 싶지 않기도 했다. 그의 머리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한동안 서로를 부여잡고 울던 치우와 초개는 슬픔이 어느 정도 잦아들자 서로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마음껏 울다보니 마음속이 편안해 졌다.
치우는 초개의 눈에 맺혀있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었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운
동생이었다. 해맑게 웃는 초개의 얼굴을 보니 다시 슬픔이 몰려왔다.


"형아. 이제 울지마! 나도 다 알아 내가 얼마 살지 못한다는 것을... 그런데 이상하게
 무섭거나 슬프지가 않아"


초개는 치우의 얼굴을 만지며 계속 말했다.


"꿈에 엄마를 만나서 그런가봐. 엄마가 그랬거든 그곳에 가면 배고프지도 않고
 남들에게 구박받지 않아도 된데....그리고 엄마가 항상 날 안아 준다고 약속했어."


"그래?"


"응. 그러니 형아도 슬퍼하지마. 나도 형아하고 헤어지는 것이 무척 싫은데...."


초개의 눈가에 다시 이슬이 맺혔다.
 어떻게 죽음이 무섭지 않고 슬프지 않겠는가.

 어쩌면 죽는다는 자체보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한다는 슬픔이 더욱 무서운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초개는 지금 치우와 헤어진다는 것이 더욱 마음 아팠다. 그것은 치우도 역시
마찬가지 였다. 그래서 일까. 그들의 대화는 멈출 줄 몰랐다.
 치우는 초개와의 대화가 잠시라도 멈추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더욱
이야기에 열중했다. 어떻게든 좀 더 많은 시간을 초개와 보내고 싶었다.
이렇게 허무하게 보내 줄 수 없었다.


"그랬구나. 미안해 난 네가 너무 노래를 못 불러서 그런말을 했던 거야"


"나도 알아. 그래도 그때는 섭섭하더라구. 헤헤"


"사실은 오늘 아침에 너와 태동로에 가지 않은 것은 널 깜짝 놀라게 할려고 그런
 거였는데..."


"왜?"


"바보! 오늘에 네 생일이잖아 그래서 생일선물로 맛있는 음식을 장만해서 가려고
 했는데 그 이상한 놈들 때문에....."


"헤헤. 괜찮아 형아."


"미안하다. 다 형 잘못이야."

 

치우는 초개를 꼭 끌어안았다. 다시 가슴이 시려왔다.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한동안 초개의 몸을 안고 있던 치우는 갑자기 차가운 느낌이 들어 깜짝 놀랐다.


"초개야!"


치우가 초개를 보니 그의 얼굴이 하얗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 온 몸을 덜덜 떨며
이를 악물고 있었다.


"초개야! 괜찮아?"


치우가 놀라서 소리치자 초개는 입가에 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고통이 심한지 계속 인상을 쓰고 있었다. 초개의 몸은 마치 얼음덩어리
처럼 차서 치우가 잡고 있는 손이 얼얼할 정도였다.


"막개 아저씨!"


치우가 소리치자 행공 중이던 막개도 놀라서 초개에게 달려와 그의 몸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가 몇 군데의 대혈을 누르자 심하게 떨던 몸이 어느 정도 진정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얼음처럼 차가운 몸은 쉽게 따뜻해지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야? 아저씨."


초개의 몸 구석구석을 주무르던 막개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독기가 이미 그의 심장까지 퍼지고 있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그는 말을 마치며 초개의 몸에 다시 순양기(純陽氣)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이미 그 자신도 기를 더 끌어올리면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초개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는 없었다.
 따스한 기운이 초개의 몸 속으로 퍼지자 그의 얼굴에 약간 붉은 기운이
돌아왔다. 그러나 그 것 뿐 더 이상 좋아지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난...난 괜찮아 형아"


막개의 순양기에 의해 초개의 정신은 돌아왔으나 몸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초개야!"


"괜찮아 형아....어....엄..마가 날...데리러 왔어...."


초개의 불안한 모습에 치우는 허둥대며 막개에게 소리쳤다.


"아저씨! 어떻게 좀 해 봐요!!"


"미...미안하다. 초개에 몸 곳곳에 독이 퍼져 손을 쓸 수가 없다."


막개는 굳은 얼굴로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그의 눈은 안타깝게 타 들어가는
촛불을 보듯 초개에게 머물러 있었다.


"하....하....괜찮아요. 아저씨 고....마...웠어요...허....헉....."


"초개야!"


점점 죽음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초개를 보며 치우는 울음을 터뜨렸다.


"혀....형아....우....리....어...어...엄...마가...왔..............."


힘들게 허공에 손짓을 하던 초개는 말을 다 잇지 못하고 고개를 힘없이
떨어뜨렸다.


"초......초개야!!!"


어두운 동굴에 슬픔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이제 10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초개의 죽음에 치우는 슬픔을 참을 수 없었다.
초개와 지내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괴로웠던 일, 즐거웠던 일,
이제는 그 모든 것이 추억 깊은 과거 속으로 숨어버릴 것이다.
 치우를 보며 막개 또한 마음이 괴롭고 아팠다. 초개의 싸늘한 시신을 부여잡고 우는
치우를 보며 막개의 눈에서도 눈물이 맺혔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초개는 무척이나
귀엽고 재미있는 아이였다. 초개로 인해 한동안 마음이 푸근하고 좋았었는데
이렇게 안타까운 일을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모든 것에 화가 나고 답답했다.
이 모든일이 자신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 생각하니 더욱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났다.
그러나 이미 시간은 되돌릴 수 없는 것.

 

 한동안 어두운 동굴에 정적이 감돌았다.
그저 굉음을 내며 쏟아지는 폭포수 소리만 커다랗게 동굴 속에 메아리 쳤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는지, 밤인지 낮인지도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것은 지금 중요하지 않았다. 동굴 안은 아직도 슬픔의 기운이
떠나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한동안 초개의 시신을 앉고 울던 치우는 시간이 지나면서 진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도 언제까지 이렇게 울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치우는 초개의 시신을 계속 방치 해 둘 수 없어 땅에 묻으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동굴 바닥은 두꺼운 암벽으로 되어있어 그곳을 판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그대로 둘 수 없어 돌로 무덤을 만들고자 했으나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동굴엔 바위나 돌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기괴하게 자란 석순과 종류석 만이
가득 할 뿐이었다.


"아! 죽음도 서러운데 땅에 묻히지도 못하고 너를 덮어줄 돌 하나 없다니..."


치우는 다시 서러운 마음이 들었다. 평소 잘 대해주지 못했는데 죽어서도 제대로
무덤을 만들어 주지 못하니 마음이 무척이나 아팠다.
 그때였다. 치우의 말을 들은 막개가 일어서더니 동굴 바닥과 천장에 자란 석순과
종류석들을 검으로 쳐내며 자라내기 시작했다. 그의 검이 한번 움직일 때마다
수많은 종류석들이 잘라져 나갔다.


"오랜 세월을 자란 것들이라 이렇게 잘라내긴 미안하지만 내 어린 친구를 위함이니
 용서해다오!"


 막개는 중얼거리듯 말하며 수많은 석순과 종류석을 잘라내어 초개의 시신 위에
하나씩 올려놓았다.
 막개의 모습을 보던 치우도 밝은 얼굴이 되어 잘라진 종류석들을 주어서 돌무덤을
만들기 시작했다. 초개의 몸은 크지 않아 돌무덤은 금방 만들어 졌다.


 작은 돌무덤을 보자 다시 슬픔이 몰려왔다. 초개의 시신을 그냥 볼 때는 혹시라도
다시 살아나지 않을까 생각되어 죽음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의 작고
초라한 무덤이 만들어지자 현실이 더욱 뚜렷하게 각인 되어왔다.
 무덤이 다 만들어지자 그들은 초개의 명복을 빌며 절을 했다.


"미안하다. 초개야 이런 어두운 곳에 너를 남겨두어서...."


"부디 좋은 곳으로 가길 바란다."


그들은 한동안 초개의 명복을 빌다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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