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전히 사랑하는 너는 그렇게나 아픈 눈을 하고 이유를 물었지만 감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사실 수백번 고민했다. 그러나 말하고자하는 그 글자들에 가시가 돋아 내 목구멍을 아주 따갑게 만들었고 견뎌내야할 너를 생각하면 그 가시 돋은 말들을 다시 삼켜낼 수 밖에 없었다.
이왕 쓰는 김에 더 솔직해져 보자면 무서웠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내 곁에 꼭 있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네가 없는 그 새벽이, 내 코에 호스를 꼽고 몸에 주사 구멍을 3-4개씩 내는 그 순간보다 더 아팠다.
시간이 꽤나 지난 지금의 너는 곁에 새로운 사람도 있고 내년이면 유학도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유감이지만 나는 오늘 사망동의서를 쓰고 왔다. 긴 시간동안의 싸움 끝에 마지막 싸움을 해보려 한다. 매번 수술대에 오를 때마다 쓰는 동의서지만 이번만큼은 그 의미가 달랐다. 동의서 내용을 천천히 읽고 어쩌면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때 부모님께 죄송하지만 네가 제일 생각이 났다. 아니 사실 작은 세포덩어리와 싸우는 기간 내내, 너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는 너를 잊은 적이 하루도 없다.
고맙다. 평범하지 않는 내게, 세상에 사랑은 없다고 생각한 내게,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라곤 사랑뿐이라고 알려준 너를, 아마 난 죽 어서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다음생에 태어나면 부디 나를 만나지 말아주라. 나는 비가 되고 눈이 되어 종종 너에게 찾아갈테니 너는 그저 행복만 해라.
이제 진짜 안녕,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