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교사이자 아직 아이가 없는 유부녀입니다.
아이들이 너무 예쁜데 시간이 갈 수록 도무지 아이를 가질 용기를 잃어요. 저나 남편이나 유년기 너무 가난했고 힘든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었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정말 부모 되어도 되나 내내 고민이기도 했는데 이번에 옮긴 새 어린이집 아이들 보니 더 생각이 많아지네요.
저희 부모님은 소위 흙수저 부모님인데 그렇다고 학대한 부모님이냐 하면 아니요... 오히려 돈 생기는 대로 본인은 굶더라도 자식 입에 뭐 하나라도 더 넣어주려하고 본인들 옷은 삼년이 지나도 한벌 늘어나질 않는데 제 패딩 작아지는건 못참고 야간 알바도 나가고 부업도 하고 해서 그래도 들어봄직한 브랜드 뭐로 하나 사주는 분들이었어요.
자식한테 뭐 하나 달라 안하고 칠십 나이에 고물도 줍고 텃밭해서 채소 다듬어 시장 노전에서 팔고 그냥 정말 배운 것 없어 몸으로 떼우고 사시는 그런 부모님들이라 감사하고 애틋하고 안타깝고 부담스럽고 복합적입니다.
아무리 노력하셨다고 해도 빗물흐르는 반지하도 아니고 그냥 지하에 창문 하나 없는 곰팡이가득한 창고를 빌려다 집이라고 살고 (엄마 아빠 정말 열심히 일하셨는데 몸쓰는 일이니 열심히 할만큼 하다보면 병나서 또 얼마간 앓아누워버리고가 반복이니 돈이 생길 수가 없더라고요 ㅎ) 늘 부족하게 살아서 열등감이랄까 패배감이랄까 ....
그런 마음 끝에 어린 시절 열등감으로 기죽은 나같은 아기들, 엄마아빠 일하느라 남겨진 아이들 잘 돌보고 싶어 짧은 배움에도 할 수 있는 어린이집 교사로 직업을 정하게 되었어요.
언젠가 나도 그릇이 커지고 경제력이 좀 더 안정되면 아이를 가질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작년부터 집에서 좀 멀지만 제법 비싼(10억 중반대-20억초반)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어린이집에서 영아반을 담당하게되었어요.
아이들 부모님들 평균적으로 다 좋은 분들이고 직업에 만족하며 다니지만 종종 멍해지고 이 아이들이 너무 부럽고 어린 시절 내가 가여워져요.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들도 보육하는 통합반이 있는데, 그 반에 있는 친구조차, 발달에 있는 문제를 최대한 지원해주고자 부모님들이 듣자하니 수백만원 되는 치료 시키면서 데리고 다니시고 귀하게 아껴 키우시고, 저희 반 애들 번갈아가며 평일 결석해요. 제주도 가기로 해서, 에버랜드 간다고, 롯데월드 간다고, 오늘은 아쿠아리움에 상어보고 싶다해서 등등... 옷도 늘 예쁘고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디자인에.... 놀이하다 걸려 튿어져서 당황스럽고 죄송한 마음에 말씀드리니 오히려 손사래치며 애가 별나게 놀았나보다고 선생님 고생하셨겠다하고.... 안보려고 해도 애들 옷 갈아입히고 기저귀 갈고 하면 보이는 브랜드명.. 수십만원 백화점 브랜드 옷, 못해도 몇만원 족히 넘는 맨투맨이며 바지며ㅠ
애들은 그게 뭔지도 모르고 그냥 당연스럽게 누리면서 살더라고요. 누가 뭐 가지고 싶다하면 그냥 대수롭지않게 사주시고.... 못구하는거랑 어디서 구하는지가 문제지 있는건 그냥 뭐 조건없이 사주시네요.
애들이 버릇 나빠졌나? 아뇨 ㅠ 그냥 언제나 원하면 가지니까 그런지 나눠주고 빌려주고가 엄청 유해요들.... 그냥 너무 부럽고 괜히 기죽고 그러네요. 주말에 뭐하고 보냈나 알림장 올려주신거 보면 별세계에요.
조각에 만원가까이 하는 케이크 애가 다 먹지도 못하는데 뭐 먹을지 못골라하니 세개 다 시켜서 먹는건 일도 아니네요 ㅜ
여기가 뭐 진짜 부잣집 자녀들만 모였나 하면 것도 아니고 그냥 보면 중산층정도로 여유가 있다 수준이라고 하는데 ㅜㅜ.... 그러면 내 위치는 서민층 저 밑이겠고 만약 내가 아이를 낳으면 거기 속하겠구나 하니까 더 못낳겠어요 ㅠㅠ 남편은 그런 저를 반만 이해하고요ㅠㅠ....
이 마음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극복하는게 맞을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