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출청소년이다
그게 무슨 자랑이라고 시작부터 대문짝만하게
크게 써놓느냐고 비아냥거릴지 모르겠지만
어쩌랴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선
이 방식밖에 없는 것을
사실 내게 엄마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 것은
좀 시간이 지난뒤의 일이었다
사실 내게 엄마가 부재한다는 것을 느낀 것은
아마 대충 대여섯살때부터의 일이었는데
내가 그 무렵부터 아빠한테 ‘엄마는 어디있냐 ?’고 물으면
아빠는 꼭 엄마는
외국에 돈벌러 가셨다던가 공부하러 가셨다는식으로 둘러대더라
근데 아빠도 참...
만약 시나리오 같은걸 쓸 능력이 못된다면 차라리
일관성 있는 거짓말이라도 미리 준비를 해놓던가 하지
어떨땐 중동의 건설회사에서 일하신다 어떨땐 호주에 영어공부하러 가셨더
어떨땐 미국 의회 사무처에서 일하신다 어떨땐 카나다로 유학가셨다
매번 이렇게 바뀌는 엄마의 존재에 대한 아버지의 대답
어릴땐 순진하게 그걸 곧이 곧대로 믿었지만
대충 초둥학교 4-5학년때쯤...사회과부도 대충 뒤적거리기 시작할 나이가 되니까
생각해보니까 세상에 그런
미국이나 카나다,호주 심지어 중동,유럽등지까지 커버하는
그런 거대한 글로벌(?) 기업체(?)나 학교(?)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라
- 나중엔 아프리카나 중남미 국가까지 들먹이지 않은게 다행이지...
그래서 그때 깨달았던거야
엄마는 미국에 어학연수를 가셨다느니 중동에서 건설업에 종사하신다느니 하는
매번 바뀌는 엄마의 현재 위치에 대한 아버지의 대답
그래서 그때부터 ‘난 애초부터 엄마가 존재하지 않았던거구나’ 그걸
깨닫기 시작한거지...
그러다 초등학교 5학년때쯤 가출을 했어
단지 엄마가 없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야
그 당시 좀 집안에 이런저런 복잡한 사정이 있었고
난 나대로 사춘기가 좀 일찍 찾아왔는지
그때부터 공부도 하기 싫어졌고 아버지한테 반항만 하고 그러다
집을 나온거지
집을 나와선 순천의 한 전통된장,고추장등을 담근다는
전통장 할머니 댁에서 한동안 일했어
하지만 그 일도 머지않아 싫증이 났는지 한 3-4년쯤 지나
대략 중학교 2학년 지나서 3학년 올라갈때쯤
된장 할머니 통장의 돈을 좀 훔쳐서 거기에서도 달아났지
생각해보면 가출해서 집나와 떠돌던 날 그래도 거두어주신
할머닌데...은혜룰 원수로 갚은 셈이라고나 할까
그런 고마운 할머니 돈까지 훔쳐
그곳에서도 달아났으니까말야
그곳마저 나와서도 한동안은 여기저기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다
어떤곳에서...집단생활을 시작했어
집단생활이라기 보단 음...뭐랄까...
일단 조폭이나 그런데 가담한건 아니구
조폭까진 아니구 그냥 나랑 비슷한 가출청소년이나
좀 시시껄렁한 동네 건달같은 형이나 이런애들
한 몇 명이 같이 생활하는 그런 공간이 있더라
그곳 형들이 ‘오갈데 없으면 우리랑 같이 살자’고 해서
그 형들이랑 어떤 폐가가 된 별장 같은데서
같이 살았어
그곳에서 형들과 같이 살며
보통 겨울에는 군고구마 장사를 하고
봄부터 가을까지는 대충 봐도 모조품이나 밀수입된 것 같은
싸구려 혹은 짝통 보석이나 가방,티셔츠 이런것들을
수레에 싣고 돌아다니며 그렇게 장사를 해서 돈을버는
그런식으로 생계를 삼는 일을 하면서 지냈지
그리고 그곳에서
난 나보다 한 열 살정도 많은 형과
한 방을 쓰게 되었어
사실 나도 말이 좀 없는 편이지만
그 형도 처음 나랑 같이 살때는
한동안 거의 말을 안하더라
다만 대충 느낌과 분위기가 뭔가 한과 사연이 많아보여서
그 형에 대해서 나도 웬만해선 자세한것도 묻지 않고
말도 잘 걸지 않았지 솔직히...
헌데 한 1년쯤 그래도 그 형과 같이 지내니까
형이 조금씩 경계심이 풀리는지
이렇게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더라
사실 그 형은 서울 인근 농촌지역 한 이장님의
6남매중 막내였는데 실은 입양된 아이였데
허나 사춘기가 되면서 나처럼 이런저런 반항기가 생겼는지
그때 자신을 입양해준 이장님댁에서조차 나와
이후 한 10년을 집도절도 없는
떠돌이 생활을 했다는거야
헌데 그러면서도 그 형이 내게 이러더라
지금와서 보니 그때 그렇게 이장님댁에서 가출한걸 후회한다며
자신의 고향인 경기도 OO군의 OO리 마을로 돌아가고 싶다며
나보고도 ‘집에가’라고 설득하려 하더라...
하지만 나도 나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기에
‘집에가’라는 형의 말을 곧이 듣지는 않았지
그 형도 그 형 나름대로 내가 걱정되어 한 소리지만
솔직히 난 집에 돌아가고 싶어도
이미 돌아갈수 있는 처지가 못된다는 것을
그 형은 모르는 것 같더라...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우리가 사는 거처(일종의 아지트랄까) 분위기가 좀 뒤숭숭해졌어
무슨 폭력사건이나 범죄사건 같은데 연루되기라도 했는지
- 조폭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저그런 집나온 사춘기 청소년이나
껄렁껄렁한 건달들이 모여살면서 장물이나 짝퉁팔며 그러는 애들이었으니
충분히 그런데 연루될만한 애들이긴 하지
여하튼 경찰차가 여러번 다녀가고
우리 거처에 사는 형들이 나랑 OO이형(나랑 한방쓰던)까지
포함해서 평균 5-6명선 많을때는 열명 가까이도 되었는데
다들 뿔뿔히 흩어지고...심지어 OO이형까지 온데간데 없고
옆방의 다른 10대 후반의 형 두명정도...그리고 나까지
한 세명정도만 남은 상황이 되었어
그리고 또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웬 나이많은 할아버지가 그곳을 찾아왔어
그 할아버지는 자신이 바로 OO이형 아버지라고 하더군
- 처음엔 좀 놀랐어. 대충 나이가 70은 넘어보이는
그런 초췌한 할아버지가...그때 아직 나이 20대 중반의
OO이형의 아버지라고 보기엔...
나이많은 어른들은 어떻게 볼지 모르지만 사실 우리세대만 해도
마흔살 이상 차이가 나는 부모-자식간은 상상하기 쉽지 않거든
다만 난 처음엔 그 할아버지가
아마 OO이형 잡으러온 (경찰 관계자든 또는 어떤 범죄사건 피해자쪽
가해자든) 할아버지려니 지레짐작하고
‘OO이형 나쁜사람 아니다. 그리고 나보고 ‘집으로 가’라고 했다‘고
사실 난 그저 OO이형을 옹호해주려고 한 말인데
- 그래도 한 1년 넘게 같은방 쓴 형과의 정리가 있으니
좀 뜻하지 않은 반전이 일어났어. 그 할아버지가 날더라 그러는거야
’얘...가만 그러면 OO이형이 널더러 집에 가라구 했다구 ?
얘..넌 그럼 집에 가야 해‘
그렇게 설득(?)하시는거야
난 그저 단순히 OO이형 옹호해주려고 한 소린데
그게 이야길 이상한 방향으로 끌고가더라
그리고 아마 그 할아버지가 생각하기에 혼자서 나이어린 날
집에까지 데려다주긴 좀 위험하다고 생각하셨는지
그 할아버지 마을 아저씨를 세명이나 더 나중에 부르시는거야
일단 할아버지는 그곳은 아무래도 위험하다 생각했는지
- 사실 그곳도 그렇게 위험한곳은 아닌데...물론 질나쁜 형들도
없지는 않지만...이미 그 사이 대체 무슨 폭력사건이나 범죄사건에
연루되었는지 이미 다 뿔뿔히 흩어진 상태고...
옆에 다른방 쓰는 10대 후반의 다른 형 두명도 지들끼리
차라리 달아날까 어쩔까 그런 궁리를 하던 그런 분위기였기 때문에
사실 그 아지트라고 해도 딱히 위험한 분위긴 아니었는데
적어도 그 당시에는
할아버지는 아무래도 위험하다 생각했는지 나를
그곳에서 좀 멀리 떨어진 모텔방까지 데려다주시고
그곳에서 날 쉬게하면서 거듭 ’집으로 가렴 아가‘ 이렇게
설득하시더군.
그리고 나중엔 그 할아버지가 부른 할아버지 동네 아저씨
세명이 더 합세
결국 날...집에 데려다주려 하시더라...
사실 난 그때
’전 집으로 돌아갈수 없는 몸‘이라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씀드려야 했는데
무슨 일이 잘못 꼬이려 했는지 아니면
괜히 일만 더 복잡해지면 골치아파질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지
묵묵히 할아버지와 그 아저씨 시키는대로 하기로 했어
할아버지와 아저씨들이 날
원래 살던 집 앞으로 데려다주셨지
그러니까...초등학교 5학년때 가출한 집을
실로 한 4년만에 돌아가게 되는건데
집 앞에서 그아저씨 세분중 한분이
뭔가 하나마나한 도덕군자 담론 같은 말씀 몇마디 더 해주시고
- 솔직히 무슨 이야길 했는지 기억도 안 남. -.-;;;
그렇게 날 집으로 돌아가라 거듭 설득하신뒤
할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부른 동네 아저씨들은
자기네 마을로 돌아가셨어...
사실
막상 할아버지와 할아버지 동네 시골 아저씨들이 돌아가고 나서
집 앞에서 많은 번민의 시간을 보냈다
바로 집으로 들어가지 못한채
별도의 100부작 일일극을 한편 더 써도 될것같은 분량이 나올만한
번민의 시간을 잠시 보냈지만
어차피 맞을매고 어차피 거쳐가야하는 고비라면
일단 큰 결심하고 벨을 눌렀지
잠시후 집안에서 누가 나오더라
근데 뜻밖에도...
웬 낯선 젊은(대략 20대 초반 정도) 흑인 혼혈 여성이 나오더라
그리고 유창한 한국말 실력으로
그러나 무척 낯선 10대 소년과 마주친 그녀는
무척이나 경계하는듯한 말투로 이렇게 물었어
’얘, 너 누구니 ?‘
난 일단 용기 백배해서 우리 아빠 이름을 불렀어
’여기...OOO 선생님 댁 아니냐 ?‘구
그러자 그 젊은 흑인 혼혈여성은
나보다 훨씬 놀라고 더더욱 겁이 난 표정으로
기겁하듯 안으로 들어가며 이렇게 말하더라
’여보,여보 !!! 빨리 좀 나와보세요. 웬 이상한 아이가 당신을 찾아요
아무래도 구걸하는 아이 같은데...‘
사실 진짜 머리 나쁘고 상황판단 안 되는 아이였다면
아직도 상황파악 못하고 바로 집으로 들어갔을지도 몰라
허나 난 최소한 그래도 눈치가 좀 있는 아이였기에
모든 상황을 바로 파악할수 있었지
바로 세상이 떠나갈듯한 비명소리를 있는대로 지르며
그 자리를 뛰쳐 달아났던거야...
아버지가...그 젊은 흑인 여성의 말을 듣고 대문으로 나왔을때는
이미 어디로 갔는지 흔적조차 찾을수 없을 정도로
그래도 혹시 아직까지도 상황파악 안될지도 모르는
조두류들을 위해 설명을 덧붙이자면
아빠는 그 사이 그 젊은 흑인 혼혈여성과 재혼을 하신거야
내가 집을 나오고 이미 4년의 시간이 흘렀고
아버진 그 사이 재혼을 하신거니
나나 그 젊은 흑인 혼혈여성이나 서로의 존재를 알수가 없었던거지
천지가 떠나가라 있는대로 비명소리를 지르며
집 앞에서 달아나버린 나
한참을 달려갔지
머지 않은곳에 놀이터가 하나 보이더라
그러고보니...내가 어릴 때...어차피 집에 엄마도 없고
아빠도 회사일로 늘 늦게 들어오시니까
어차피 넓은 집에 덩그러니 나 혼자만 있을께 뻔해서
해질녘까지 혼자 시소도 타고 그네도 타고 미끄럼틀도 타고
정글짐안도 막 왔다갔다하며
그런 시간을 보냈던 반갑고도 그리웠던 놀이터였어
다만...
초등학교땐 꽤 커보였던 놀이턴데
4년이면 그리 긴 시간이 흐른것도 아닌데
놀이터가 그때보다 많이 작아진 느낌이더라...
그곳에서
인근 편의점에서 산 술을 마시며 아픈 속을 달랬지
- 중3 정도밖에 안된아이가 벌써 술에 입을 댔냐고 뭐라고 하진 마라
술은 가출청소년등 건달 청소년,청년들과 함께 살던 아지트에서
형들이랑 함께 지낼 때 배웠으니까...
언제였을까
아마 80년대쯤 한 소년잡지에 연재된 만화인데 이런 내용이 있었어
아마 좀 특이하게 산골소년들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연재만화였는데
억보랑 독고출이란 주인공 소년들이 있었는데
지들 딴에는 지들이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로 돈 벌어 보겠다고 서울로 올라왔는데
정작 농산물들은 사기꾼들에게 다 빼앗기고 심지어
인신매매단에게 넘겨질 위기에까지 빠지는 그런 내용이었어
억보와 독고출이는 일단 자신보다 먼저 붙잡혀와있던 어떤 형의 도움으로
천신만고 끝에 극적으로 탈출했지만
문제는 그 다음...억보와 독고출이는 지들 살던 고향으로 돌아가면 그만이지만
정작 그 둘을 구출해준 형이
’형 집은 어디냐 ?‘고 궁금해서 묻는 억보와 독고출한테
이렇게 답하며 허망하게 눈물짓더라
’집도절도 없는 떠돌이신세‘라고
그러자 억보와 독고출이
’형, 그럼 우리 사는 마을로 가. 거긴 인신매매단도 사기꾼도 없고
공기좋고 인심좋은 살기좋은 곳이야‘ 라고 해서
같이 자기네들 사는 고향인 산골로 데려가는 그렇게 마무리되는 에피소드가 있었어
놀이터에서 편의점에서 산 소주 두병을 마시고 곯아떨어진뒤
깨어나보니 아침이 되어 있더라
아직 전날 마신 술기운이 다 가시진 않았지만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를 어루만지며
정신을 수습해보려 했어
발걸음을 옮겼지
황당하겠지만
차라리 월북을 시도해볼까하는 생각을 해봤어
평범한 보통사람들이 볼때는 황당한 소리겠지만
가령 북한이 미사일 도발하는데 고작 김정은한테
싸이 보내서 말춤공연 구경시켜주자는 헛소리나 하고
김여정을 생각보다 미인이더라고 할 정도로
북한에 대해 쿨한 사람이라면
최소한 나의 월북시도 동기는 이해해줘야 한다
- 너같으면 새파랗게 젊은 흑인 혼혈여성을
새엄마로 인정하며 살고 싶겠냐 !!! -.-;;;;
집에 가...
원론적으로야 틀린말은 아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갈수 없는 처지인 사람은 어떻게 해야할까
- 심지어 한 10년을 집에서 히키코모리형 백수로 산 사람한테
집으로 가란 소리는 이건 진짜 어이없게 만드는 소리다
교회 수위나 청소부로라도 취직을 시켜줘도 시원찮을판에...
-.-;;;
일은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 꼬인걸까
건달형들과 함께 살았던 아지트에서
거기서 OO이형을 만났을때부터 ?
아니면 그 형네 시골 고향
할아버지를 만났을때부터 ?
아니면 할아버지가 데려온 시골 아저씨들이
날보고 ’집에가‘라고 설득했을때부터 ?
아니면 아예 거슬러올라가
사실은 엄마가 없는건데 무슨 카나다로 유학을 떠나셨다느니
사우디에서 건설회사 CEO를 하신다느니 하는
말도 안되는 거짓말이나 한 아버지한테 속은게 분해서
초등학교 5학년때 가출을 시도했을때부터
일은 꼬여버린걸까...
어쨌거나 이러고 살 바엔 차라리
북한으로 가버리는게 낫곘다는 생각을 했다
젊은 흑인 혼혈 새엄마랑 사는 끔찍한 시간을 겪느니
차라리 그리로가서
장군님 시다바리나 하며 잘먹고 잘사는게
나을 것 같겠다는...
판단을 한거거든... -.-;;;;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