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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나 좀 살려줘...

ㅇㅇ |2023.01.01 02:58
조회 301 |추천 1
나 특목고 썼는데 떨어졌어
너무 열심히 준비했는데 떨어졌어
너무 가고 싶었는데 떨어졌어
빨간 글씨로 쓰여있는 '불합격'을 보는 순간 심장이 철렁하더라
나는 내가 갈 줄 알았어
나는 내가 가길 바랐어
그렇게 했는데도 절대 일어나지 않길 바랐던 순간이 일어나더라
이게 진짜인가 믿기지 않아서
계속 꿈이길 바랐어
그런데 꿈이 아니더라
계속 그 순간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선생님은 날 안아주고 계셨고
나는 그 품에 안겨서 울기만 했어

'아...나 진짜 떨어졌구나.'

내가 확인하기 전에 교무실에는 이미 다른 친구도 있었어
걔도 같은 학교 썼거든
걔는 '와~축하합니다~선생님 저 안아주세요~'
이렇게 말하면서 합격했어

너무 잔인하더라
내가 너무나 바라던 모습이 내 앞에서만 일어나고
나한테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게
엄청 펑펑 울지도 못했어
너무 싫어서
그냥 내가 이 상황에 놓여서
다른 친구들의 안타까운 시선을 받고
선생님들의 위로를 받고
기뻐해야 할 친구들이 눈치를 보고...

그런 상황이 싫어서 맘껏 울지도 못하고 빨리 집으로 향했어

엄마 보자마자 눈물이 펑펑 나더라

진짜 어린 애처럼 엄마를 안고 계속 울었어
'엄마...엄마...'
외치면서

울음 그치고 그 동안 나를 도와주셨던 선생님들께 다 말씀 드리고
주변 사람들한테도 말해줬어
다들 내가 될 줄 알고 있었는데 안돼서 많이 놀라시더라
그 상황이 또 싫고

원래 붙으면 맛있는 것도
필요한 것들도 사고
가족들과 즐겁게 보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것도 싫고

아무것도 눈에 안 들어오니까
뭐가 문제였을까
왜 안됐을까
난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내가 가야하는 학교는 어떻게 생겼지
현실로 돌아와야하는 것도 싫고

그 하루는 그냥 울다가 그쳤다가를 반복했어

다음날에는 기분 전환도 할 겸 밖에 나갔다가
저녁에 들어왔는데
집에 들어오니까 또 현실이더라

어제까지만 해도 위로만 해줬던 엄마가
계속 고등학교 얘기에
대학교 얘기에
미래 얘기에
너무 진절머리 나더라

새해되기 1시간 전인데 제발 그만하라고
새해에는 좀 행복하고 싶다고
말하고 새해 맞이했지

안 행복할 것 같아

합격한 친구들이
내가 원하던 학교의 교복을 입고
내가 원하던 학교에 들어가고
내가 원하던 입학식에 가서
내가 원하던 그 장면에 있을 걸 생각하니까
너무 서러웠어

이제 진짜 시작인데
난 이 모든 게 끝인 것 같고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의 첫걸음이 잘못 디뎌지니까

참을 수가 없어

너무 죽고싶어

엄마는 술 마시고
내가 너무 가슴이 아려와서
빨리 현실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데

난 이게 전혀 힘도 위로도 되지 않아
지금은 그냥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
그냥 대충 살다가 얼른 죽고 싶어

고작 고등학교 하나 떨어진건데 싶지만

계속 상상이 돼서 미치겠어

내가 너무 원하던 학교에 가지 못하고

다른 학교로 향하는 내 모습이 너무 비참해서

내 불합격에 기뻐할 누군가가 미워서

내가 원하던 학교에서 내가 원하는 수업을 들을 친구가 부러워서

이 와중에 연락 없어서 헤어지자며 투정 부리던 전남친이 싫어서

내가 너무 비참해

엄마가 나보다 더 힘들어 해서
이제는 울 때 엄마를 부르며 울 수도 없어
혼자 그냥 서럽게,
어디 털어놓지도 못하고 이러고 있어

주변 어른들이
괜찮다고 너는 씩씩하니까 어떤 아이인지 내가 잘 아니까
잘 할 수 있다는 위로도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아

고작 고등학교 떨어진 거 가지고 이러는 게
너무 어이 없겠지만
아무도 이 글을 읽지 않겠지만

그냥 모르는 사람이라도 내 얘기 들어주면 좋겠다
난 이게 처음으로 경험해본 실패라 힘들다고
어떻게 해야 괜찮아지는 지 모르겠다고
위로해달라고
더 이상 괜찮은 척 못하겠다고
괜찮아 보여도 속으로는 몇번이고 죽었다고
간절한 마음으로 간절히 준비하던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그냥 말하고 싶다...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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