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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제발 아무일 없길 바란다

ㅇㅇ |2023.02.21 20:05
조회 7,464 |추천 25
많은 꿈을 안고 연고지도 아닌 이곳에 왔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곳이지만
나는 잘할 것이라 믿었고 좋은 회사에 오게 되어서 마음이 벅찼다.

긴 휴식 끝에 다시 취업하게 되어서
이제 정말 다시 한번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봐야지 했었다.

긴장감이 신체로 나타나는 스타일이라
매일매일 부정맥 있는 것처럼 두근두근 거리고
긴장감에 매일매일 구역질이 났었지만
잘 적응해 잘 살고 말 것이란 생각을 하며 버텨내고 버텨 냈었다.

하지만
어느순간 정신차리고 보니
내가 있는 곳은 모든 부서 통틀어서
회사를 대표해 욕을 먹는 자리였다.

고객들에게도 무작위로 전화가 걸려오고
폭언을 해댄다. 능력 밖의 일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받는 것 처럼
욕받이 자리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모든 욕먹을 일은 내가 하고 자신들은 칭찬만 듣네

퇴근 후에 기분좋게 한캔 씩 까던 맥주가
어느순간 먹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되고

정신차려보니 나지도 않던 흰머리가 나서
새치염색을 하게 되고

마시지도 않던 소주를 벌컥벌컥 마시고
주말 내내 숙취로 골골대다가 월요일이면 다시 출근하네

그렇게 버텨낸 시간이 10개월
당장 도망가고 싶다.
더이상은 못 버티겠다.

당장이라도 집 내놓고 도망가고 싶다.

당차게 짐 싸들고 나간 자존심에 1년만 버티자 마음 먹었지만
너무 힘드니 출근이 두렵고 자존심이고 뭐고 없어진다.

요즘 들어 한숨 쉬고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가슴팍도 너무 아프다.

전화받기가 무섭고 사내 메신저 켜기가 두려워진다.
하루하루 줄타기 하는 것처럼 불안하다.

당장 오분 십분 후를 알 수가 없다.
욕을 얼마나 먹을지 어떻게 먹을지
수습은 어떻게 할지, 보고는 어떻게 할지
있는 그대로 보고 했다가 그 부서에서 지적질이 들어온다.

맨날 그 따위니까 이 자리가 이 모양이지
대신 욕 먹는 사람 있으니 상관 없다는 모양이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데 몸이 힘든 일이 낫지
마음 힘든 일은 못하겠다.

그전 직장은 야근을 밥먹 듯 했지만 마음만은 편했는데
차라리 몸이 힘들고 말겠다.

이 업계 9년차다 …..
이제 여기서는 더는 못하겠다 싶다.
이 업계는 상당히 좁은 바닥이다.

하고 싶은말 하고 싶은 행동 모두 할 수가 없다.

하지만 두달만 버티자 두달만 힘내자

나랑 비슷한 사람이 있을까 싶다.
혹시 내가 배부른 생각을 하는 걸까 싶다.

아침마다 버스를 타면 다들 어떤 마음으로 출근 할까 싶다.
즐거운 마음은 아니어도
아무생각 없이 출근 해 본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난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한다.

오늘은 제발 아무일 없이 집에 와서 좋은 마음으로
맛있는 저녁 먹고 즐거운 마음으로 자고 싶다고
추천수25
반대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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