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뺨 맞았지만 이혼은 하기 싫어요.

ㅇㅇ |2023.03.03 15:16
조회 50,277 |추천 50
간섭과 압박이 심한 친정에서 자라 도망치듯 25살에 결혼했어요.
첫 아이는 유산하고 두번째로 임신해 낳은 아이가 첫째입니다.
남편은 피씨방 사업을 한다고 시가에서 지원 좀 받아 열었는데 친구들 불러 게임하게 해주고 장사는 안 하고 다니니 망해서 접었죠.
아이가 3살 때 였습니다.

첫 아이 임신했을 때 입덧이 너무 심해 병원에 입원해있었는데 시모가 쌩돈 날린다고 그러길래 남편에게 얘기하니 중간에서 중재는 못할 망정 임신한 채로 엄마 욕한다고 뺨을 맞았습니다.
그러고도 이혼하지 못했죠.
25년 전, 부모님께 이혼하고 싶단 말을 차마 얼굴보고 말하기가 죄송해서요.

그렇게 첫 아이를 낳았는데 딸이라고 이런 저런 소리 듣고 남편도 시무룩해있었습니다. 
다음은 아들이라는 시부의 말에 화가 났지만 아무 대응도 못했어요.
첫 아이가 태어나니 그래도 손주 보고싶은 마음에 부르길래 하루 걸러 하루씩 시댁에 갔습니다.
아직도 그러지만, 주택이고 방 안에서 아이 눕혀놓고 담배를 피웠지만 그 상황에서도 어쩌지 못했죠.
워낙 기가 센 사람들이니.

아이가 좀 커가고 피씨방을 닫고 남편이 대리운전을 하고 있을 때, 둘째를 가졌습니다.
딸 아이가 4살 때죠.
둘째를 가지니 입덧이 더 심했는데 첫째 때 들은 말이 있어 병원은 못 가고 친정에 첫째랑 가 있으니 시모가 아들 밥 안 챙겨준다고 했는데 듣고도 이혼할 생각을 못했어요.
그렇게 둘째를 낳으니 아들이라고 시가, 남편 모두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아이가 둘이 됐으니 남편이 회사에 들어갔죠.
그렇게 아이를 키우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즈음, 저도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결혼 전에 하던 일이었는데 제법 돈이 되었습니다.
딸이 중학교에 들어갈 때 즘 되어 제 사업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큰 돈이 왔다갔다 하는 일이라 잘 될 때는 1년에 1억 좀 넘게 벌 때도 있었고 안 될 때는 현상유지 정도로만, 아니 어쩌면 마이너스일지도 모를,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큰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즘 회사를 한 번 옮겨 지금까지 다니고 있습니다.
달에 280을 벌고 있습니다.
가끔 대리운전 하고 싶을 땐 해서 50 정도를 더 벌 때도 있구요.
남편은 분노조절장애, 강박, ADHD가 있는 것 같으나 병원은 가지 않고 있습니다.
이 중 ADHD는 딸이, 분노조절장애는 아들이 물려받았고 딸은 병원에 스스로 찾아가 약을 먹었었고 지금은 중단한 상태입니다.

엄마 입장에서 써 본 글입니다.
저는 첫째구요.
얼마 전 집에 나름대로 큰 일이 있어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위에서 쓴 대로 일이 끝나고 집에 오면 한숨과 짜증, 성질내는 게 일상이고 간섭과 압박이 심한 사람이에요.
초등학교 때는 용돈을 받을 일이 없어 학교 학원 집 학교 학원 집을 반복하다보니 그냥 그렇게 살았고 가끔 준비물이 필요하면 그 날 아침에 엄마가 돈을 주시거나 학교 앞 문방구에 외상을 달아두고 다녔어요.
중학교에 들어가니 친구들은 놀러다니기 시작하는데 저는 용돈을 받지 않고 있었고 그대로 학교 학원 집을 반복하고 부모님 없이 친구들이랑만 놀러가거나, 친구 집에서 자거나, 친구가 우리 집에서 자거나 하는 적 한 번 없이 그대로 고등학교에 진학했습니다.
고등학교에 기숙사가 있어 부모님의 압박과 간섭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숙사로 들어갔습니다.
물론 용돈은 받지 않았고 부모님 카드로 책을 사거나 명절에 친적들에게 받은 용돈을 모아 1학기, 2학기를 생활했습니다. 
중학교 때까지 틴트, 파우더 조차 안 하다가 고등학교를 중학교와 먼 곳으로 가게 되어 나름 치마도 줄여보고 고데기도 해보고, 쌍꺼풀도 만들어보고, 뷰러도 해봤어요.
고등학생이 되어 처음 친구들과 단독으로 놀러다니기 시작했는데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 것 같았습니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 항상 엄마가 하던 말이 '엄마는 대학 다닐 때 장학금 받으면서 다녔으니 너희도 그렇게 해야된다'라는 거였으니 저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하는 건줄 알고 수능이 끝나자마자 알바 자리를 구했죠.

가족끼리 해외여행 한 번 간 적 없고 비행기는 고등학교에서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갈 때 처음 탔어요.
그 때 탔던 비행기가 너무 신기해 수능이 끝나면 꼭 친구들과 해외 여행을 가야지 하는 다짐 때문에 알바해서 모은 돈으로 친구들과 일본을 갔다 왔어요.
대학 등록금은 지금까지 한 번 빼고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대학에 들어가니 과외를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원래 교직을 꿈꾸기도 했고 아이들을 좋아하기도 했으니까요.
과외를 해서 번 돈으로 평생 용돈을 받지 않다 내 돈이 생기니 기분이 오묘하더라구요.
이래저래 놀러다니고 내가 사고 싶은 걸 물어보지 않고 단번에 살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어요.

어릴 때부터 엄마에게 들은 돈돈돈 얘기가 너무 싫었고 스트레스였고 돈 얘기만 나오면 어디서든 그 대상이 나였든 아니든 숨이 조여왔어요.
그렇게 1학년 때부터 학원 알바에 과외하며 대외활동 장학금 학교생활까지 4년을 보냈습니다.
엄마는 아빠가 돈을 많이 버는 편이 아닌데다, 본인이 사실상 가장 역할, 주부 역할을 모두 하고 있으니 제 친부를 싫어합니다.
처음에는 엄마가 친부 욕을 하는 게 듣기 싫어 나름 방어한답시고 엄마가 욕할 기미가 보이면 방에 들어가거나 이어폰을 끼곤 했어요.

그런데 대학에 들어오고 스스로도 생각해보니 저도 친부가 싫은 게 맞았습니다.
동생 방에 가끔 들어가보면 돈이 몇 만원씩 올려져있곤 했는데 항상 친부가 준 거란 소릴 들었고,친가에서 받은 차별들, 친부로부터 받은 차별들을 하나 둘씩 떠올리니 처음엔 서러운 마음에 눈물만 났는데 이젠 그냥 그 사람들이 혐오스러워요.
20년동안 본인들 기분 좋을 땐 예쁜 짓 해봐라, 친구랑만 가지말고 같이 어디 좋은 데 좀 데려가줘라 하고 기분 안 좋을 땐 동생과 남자인 사촌 동생 쪽으로 계란말이, 갈비찜, 생선, 나물 온갖 반찬 다 밀어줬어요.

이제 와서 넌 내가 싫니? 이제 과외로 돈 좀 번다고 만만하니? 하면서 갑자기 사람을 나쁘게 몰아가는 게 미치도록 비참해집니다.

지난 토요일엔 엄마가 퇴근하고 와 저녁 먹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고, 친부는 본인 신발 빨래를 하러 주방 베란다에 나가 있었어요.
저는 감기 기운이 심하게 있어서 자다 일어난 상태였는데 엄마는 본인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거나 짜증나는 일이 있으면 물건을 탁탁 내려두고 설거지를 시끄럽게 하곤 해요.
그 날도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었는지 설거지를 시끄럽게 했나봅니다.
주방 베란다에서 갑자기 친부가 튀어나오더니 엄마 면전에 가까이 붙어서는 터질 듯한 얼굴로 (자세히 표현은 못하겠는데 눈이 정말로 뒤집어진다고 할까요, 화가 나면 꼭 무언가에 씌인 것처럼 얼굴이 변합니다)

'내가 뭘 그래 잘못했는데 함 씨부리봐라'하며 위협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저는 바로 앞 식탁에 앉아 있었던 상태라 '조용히 좀 얘기해라'고 했는데
'닌 어른들 얘기하는데 아가리 싸물어라 확 ㅅㅂ'하며 오른손으로 때리려는 태도를 취했고
저는 또 한 바탕 싸움이 나겠구나 해서 방으로 들어갔죠.

그랬더니 '니도 일로 나와 ㅅㅂ 오늘 다 뒤집어 엎을라니까 ㅅㅂ확마' 하면서 친부가 제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습니다.
전에도 이런 일들이 있었고 저도 맞았기 때문에 무서울 게 없었어요.
일단 112에 전화를 걸어뒀습니다.
계속 욕을 하고 언성만 높이고 때리려는 시늉만 취하길래 제가 '그냥 차라리 하던대로 때려라'고 했더니 오른손으로 제 왼쪽 뺨을 두 대 때렸습니다.엄마랑 동생은 그저 보고있기만 했구요.

그 사이 친부는 집을 나간다했고 엄마가 친부 방에 들어가 몸이 부딪히는 소리가 계속 들렸습니다.
좀 있으니 경찰이 전화와 문자가 왔어요. 
신고가 접수됐으니 현장 방문을 해야한다고 해서 집 주소를 문자로 찍어줬고 경찰이 왔습니다.
사건 정황을 말씀드리고 경찰이 오니 격양돼있던 목소리가 잠잠해지고 쥐 죽은 듯 되더라구요.
전형적인 강약약강 자세가 예상됐지만 막상 보니 더 소름이 끼쳤습니다.
저딴 짐승의 유전자가 제 몸에 흐른다는 게 너무 치욕스럽고 수치스러워서요.
경찰이 오니 엄마는 친부 방에서 나와 갑자기 제게 딱 달라붙어 제 어깨를 계속 만지작 거리면서 저를 보호하는 척을 했습니다.
그것조차 가증스러웠고 경찰이 가니 딱 떨어져 바로 식탁에 앉더라구요.
미칠 것 같았습니다.
정말 돌아버려서 딱 다 끝내버리고 싶었지만 그냥 이런저런 얘기 조차 하기 싫어 그대로 잤습니다.
경찰이 오니 쥐 죽은 듯 강약약강 태도를 취하는 친부는 뭐 원래 그런 성격이니 놀랄 것도 없지만 엄마는 왜 친부가 저를 때릴 때 보고만 있다가 경찰이 오니 제게 달라붙은 걸까요?

저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아서요.

제가 이 집 사람들과 계속 관계를 유지하는 게 맞을지, 엄마는 왜 딸이 이런 꼴을 당해도 이혼을 하지 않는지, 그래놓고 이번 토요일에 외조부모 결혼 기념일이라 요트 타러 갈 건데 같이 가자는 말을 왜 하는 건지, 경찰이 오니 왜 그제서야 내 옆으로 온 건지.

제가 이상한 걸까요?
마음이 너무 답답한데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사진은 가정 내 폭력이 일어났을 때 경찰과 연락한 내용입니다.





추천수50
반대수4
베플ㅇㅇ|2023.03.03 16:37
원룸이든 친구집이든.. 독립해요 성인이잖아요
베플ㅇㅇ|2023.03.03 18:27
독립은왜싫어요?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