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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더글로리 보이면 마음이 갑갑합니다.

쓰니 |2023.03.04 13:00
조회 297 |추천 2
요즘 더글로리 영향인가 학교폭력 가해자들한테 사회적으로 질타가 많이 쏟아지는 모습을 보면 갑갑한 마음이 듭니다.
아, 물론 학교 폭력 가해자들이 불쌍하다 이런 말 하려는 거는 아니구요..
그냥 트리거 눌린다고 해야하나..
그냥 잊고 살고 싶은데 누가 학교폭력을 해서 하차를 했다 이런 이야기 들으면 자꾸 중학교 시설 당했던 일들이 떠올라서요.

물론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사회적으로 질타받는 상황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천륜의 죄를 진 범죄자들이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으레 생각하듯이 학교폭력가해자들이 그들의 과오를 뒤집어쓰고 진탕을 굴렀으면 좋겠다는게 솔직한 제 심정입니다.
앞으로도 학교폭력가해자들이 유명인으로 기어나왔을때 논란떠서 피해받았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그거랑은 별개로 그냥 일상생활에서 계속 안좋은 추억을 떠올릴만한 소재들을 너무 많이 접하게 되어 심적으로 피곤하네요.
길가다가 더글로리 광고를 보면서 지나가는데 숨이 턱 막히더라구요.
뉴스속에, 극중에 가해자들은 흔히 말하는 '참교육' 당하지만 저를 괴롭게 만든 인간들은 잘먹고 잘 살고 있겠죠.
유명해지지 않는 이상 그냥 철없었던 추억으로 기억속에 남아있을 수도 있어요.
아니, 사실 유명해져도 제가 저의 피해를 감수하고 나서지 않으면 아무일 없을거에요.

생각하고 생각합니다. 더글로리가 유명하다는데 너희도 봤을까.
보고서 너희도 가해자를 욕했을까.
걔네들이 더글로리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았을까봐 너무 무섭습니다.

그냥 쓰다보니까 넋두리 하고 싶어서 제 이야기를 조금 꺼내보자면,
저는 중학교 3학년 시절에 같은 반 남자아이들한테 성희롱을 당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BJ가 논란이 있었던 BJ였거든요.
(BJ분께서 기분나쁠수도 있으니 누구인지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 BJ의 팬 굿즈로 나온 물건을 필통에 넣고 다녔었는데 알아보고서 표적이 되었습니다.
피해내용은 그 BJ의 이름을 넣은 섹드립을 저를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했던 것 입니다. (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단어였음)
그 섹드립 단어에는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와 같은 음이 들어가 있었고,
그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언급될 때마다 쉬는시간이고 수업시간이고 가리지 않고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물론 그냥도 저 들으라고 외쳤고, 제가 화장실 다녀오면 야, (섹드립단어) 왔다. 야, (섹드립단어) 어디갔냐? 이런식으로 지칭했구요.

반에 남자애들이 20명 정도 되었는데 그중 한 13명 정도는 가담했던걸로 기억합니다.
피해받기 전에는 그냥 내가 무시하면 되는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한 단어가 나올때마다 대여섯씩 되는 남자애들이 저한테 들으라고 섹드립을 외치는 경험은 생각보다 무섭고 끔찍합니다.
저를 섹드립단어로 지칭하는 것 또한 굉장히 모멸감과 수치심이 들어요.
하지말라고 욕도 하고 소리도 질러봤습니다만 열 몇명씩 되는 남자애들이 뭉쳐있는데 여자애 하나가 소리질러봤자 야 ㅋㅋ 쟤 욕한다ㅋㅋ 이러고 웃으면 저만 괴로워요.
너한테 한 이야기 아니야~ 우린 그냥 BJ욕하는건데 왜 네가 난리야~ 이러면 저만 바보되는거죠.
중학교때 새벽에 자다가 일어났는데 해가 뜨고 있길래 해가 뜨면 학교에 가야하고, 그럼 또 그 단어가 나와서 그 섹드립 치는걸 보고 있어야한다는 사실에 혼자서 끅끆 운것도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반응하면 반응할수록 신나하는지라 저는 내이야기 아니다 혼자 세뇌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 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그만하겠지 하면서 무시했지만 친구들한테는 걔네 앞에서 하지말라고 소리지르면서 내 손목 그어서 걔네한테 피 뿌리고 싶다고 말했어요.

나중에 그 무리 중에 남자애랑 친분이 있었던 제 친구가 남자애한테 물어보니까 오히려 지가 피해자라고 했다더군요..ㅋㅋㅋ 억지로 제앞에서 섹드립 외치게 하고 하고나면 일부러 웃으라고 강요했다고..ㅋㅋㅋㅋㅋㅋㅋ (너가 제일 나빠 ㄱㅁㅅ(그 애 이름 초성))

그래서 더글로리 보면서 자꾸 그 생각이 들었나 모르겠어요.
아 너희는 너희가 피해자라고 했으니까 더글로리 보면서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한테 몰입하겠구나.
너희는 너희 잘못을 모르니까 극중 가해자들을 보면서 화가 나겠구나.

중학생 당시에는 제가 무시하면 되는일이라 생각했고, 가해자들이 같은 반 구성원에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점 때문에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언어폭력이었기에 증거를 모을 자신도 없었고, 해봤자 그냥 저희는 BJ욕한거에요~ 라고 대답하면 어떻게 대답할지도 모르겠어서요..
그래서 그렇게 그냥 제 마음속에 묵혀뒀더니 제 마음이 썩어버렸나 봅니다.
솔직히 지금은 좀 나아졌어도 그 또래 남자애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거 보면 아직도 저도 모르게 긴장되고 무섭습니다.
성인이 되어 정신과에 갔을때, 회사일때문에 힘들어서 간 것이였음에도 어느샌가 상담하다보면 이시절의 이야기를 하며 펑펑 울고 있는 저였습니다.
가해자들이 어렸다고 해도 저도 어렸는걸요.. 시간은 지나버렸고 이제 저는 이 응어리를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게 너무 슬퍼요.
나쁜건 걔네들이었는데 계속 안고가야하는건 왜 저일까요.

가끔은 차라리 그래 너희들 중 누군가 유명해져라. 그러면 내가 터뜨려주마. 싶기도 하다가
제가 소비해야할 감정을 생각하면 그것도 못할 짓 인것 같구요.
아, 얼마전에 제일 악질로 앞장섰던 애 소식을 들었습니다.
프로게이머가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하필 유명해져도 프로게이머라니..ㅋㅋㅋ 그쪽판은 성폭행 논란이 있어도 그냥저냥 활동한다고 하길래 공론화도 포기했습니다.
나중에라도 더 유명해져서 TV같은데 안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제 눈에라도 안보이잖아요.
왜 걔가 잘못했는데 제가 무서울까요.
걔가 유명해져서 내 심력을 갉아먹을까봐. 그리고 그때처럼 아무것도 못할까봐.
그리고 또 다른 아이들이 내 눈앞에 나타나서 날 더 괴롭게 할까봐 그게 계속 머릿속을 맴도네요.

휴.. 그냥 넋두리 좀 해봤습니다. 요즘 계속 생각나서 속이 답답해서요..
인천 모 중학교 졸업한 나 괴롭혔던 친구들아.
너희가 인생에 길에서 평생 순탄치 않았으면 좋겠다.
더 좋은 길은 항상 너희를 피해가고 불행만이 너희를 반겼으면 좋겠다.
그냥 너희가 잘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살아가지 말고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
내가 스물셋인데 열 여섯의 너희를 생각하면 아직도 괴롭다.
그리고 너희 잘못으로 내가 더 괴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추천수2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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