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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고 무기력해

쓰니 |2023.03.27 04:25
조회 6,706 |추천 24
밖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그래서 그런가 오늘따라 더 살기 싫고 살 이유가 없는 것 같고 그러네. 잘 때가 되면 자기 싫고 일어날 때가 되면 일어나기가 싫어. 집도 있고 가족도 있는데 왜 이렇게 시궁창 인생을 사는 것만 같은지 모르겠어. 내가 이런 말 하면 꼭 너보다 못 한 인생이 셀 수도 없다는 식의 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말을 들으면 자괴감에 빠져. 내가 별 것도 아닌 일로 투덜대는 사람 같고 감사할 줄 모르는 멍청이 같아. 내 또래에 주변 친구들에 비해서 겪은 일이 많은 것 같아. 안 좋은 쪽으로. 그래서 좀 지친 것 같아. 요새 비가 하루 걸러 하루 오더라고. 어릴 때부터 비에 묘한 공포심을 느꼈어. 왠지 물이 불어나서 잠겨 죽을 것 같은 공포. 이젠 비가 온다고 울지는 않지만 옛날 일이 생각 나. 일주일 전에는 아빠가 낫을 들고 위협했던 일. 나흘 전에는 엄마 애인이 아빠를 때렸던 일. 어제는 아빠한테 맞고 동생이랑 도망쳤는데 엄마가 여전히 애인이랑 살고 있었던 일. 오늘은 아빠한테 너는 니 엄마처럼 사기꾼이나 몸파는 여자가 될 거라는 말을 들었던 일. 그래서 잠이 안 와. 나는 할머니를 좋아했어. 내가 또래보다 글을 빨리 뗀 편이라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할머니가 집에 오시면 온갖 동화책을 다 펴두고 읽었었거든. 할머니는 아무 얘기도 안 하고 들어주시다가 내가 책을 덮으면 내가 우리 집안을 갑부집안으로 만들어줄 게 분명하다고 이렇게 똑똑한 애는 살면서 본 적이 없다고 막 칭찬해주셨어.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병문안 가서 중간고사 끝나면 또 오겠다고 했었거든. 그러니까 할머니가 열심히만 하면 빵점 맞아도 괜찮은 거라고 해주셨어. 그게 마지막이었는데. 지금 나는 뭔가 열심히도 안 하는 빵점짜리 같아. 그래도 누군가 나를 위로해주고 사랑해줬으면 좋겠어.

막 되는 대로 휘갈겨 쓰니까 좀 후련해지는 것 같아.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열심히 살아볼게. 힘내자 다들.
추천수24
반대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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