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영에게 삶은 바둑판처럼 선명했다.
아군과 적군. 내 식구과 나의 식구. 예스 아니면 노.
흐릿한 것이 끼어들 수 없는 흑과 백의 세상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안개처럼 흐릿한 한 여자가 자꾸만 궁금해지더니,
급기야 태양을 따라 도는 해바라기처럼 그 여자를 쫓고 있었다.
도영은 안다.
인생에서도 대국에서도, 백보단 흑이 유리하단 걸.
평생 흑만 잡아 왔었는데 지금 도영은 백을 잡고 있다.
판당 오만 원, 한 판 더 어때요?
-그건 도박인데.
그런가요?
-좋죠, 도박.
원래 그렇게 질문이 많으세요?
-원래는 과묵해요, 안 믿겠지만.
궁금하신 게 많겠어요. 물어보세요.
-안 추워요? 옷이 얇은데.
언젠가 복수가 끝났을 때 연진이 옆에 아무도 남기지 않으려구요.
친구도 부모도 딸도 남편도, 그 어떤 사람도 그 어떤 사랑도 다.
아직도 아픕니까?
그런 계획치곤 별로 적극적이지가 않았는데, 생각보다 수위도 약하고.
모른다는 말 싫어하는데 모르겠네요.
그러니까 우리 또 봅시다.
처음 봤을 땐 호기심이었고, 한동안 안 보였을 땐 기다려졌고,
다시 봤을 땐 이기고 싶었는데 주도권도 다 뺏기고 허둥거렸어.
그런 순간도 갖고 싶었어. 바둑을 두면서 그런 숨막히는 순간도.
이 복수극 끝나면 문동은 씨는 행복해집니까?
-그랬으면 좋겠어요. 행복해 죽을 만큼 딱 그만큼만 행복해졌으면 좋겠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