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고민을 풀어볼까해요. 고민들어줄 사람도 없는데계속 가지고만 있으려니 사람이 피폐해지는것같아익명의 힘을 빌어 그저 쏟아내기만 하고 싶습니다.
제 생각이 이상하다면 가차없는 댓글도 감사해요(굉장히 긴 글이랍니다..)
-------------------일단 제가 말하고자 하는 사람은 아버지입니다.저는 부모님의 2녀중 둘째입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시골에서 올라온 어머니를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엄청 엄청 싫어하셨어요그래서 그런가 저희도 엄청 싫어했고요
다른 사촌들 챙기는건 눈에 보일정도인데, 저희 싫어하는것도 너무 빤하게 보이더라고요
사촌들 오기 쉽게 5살도 안된 언니를 주차자리 맡아놓으라고 한겨울에 내보내는거나다같이 먹는 저녁자리에서 너희먹는건 아까우니 다른거 먹으라는거나..
뭐 여기야 정말 싫은사람이랑 결혼한 제 아들이 불쌍해서 그런가 싶어서 그러려니 넘어간다지만가장 이해 안되는건 아버지에요
아버지가 우리 가족을 사랑하긴 했는지가 가장 큰 의문이랍니다
업무상 해외를 자주나갔다오셨는데, 우리를 위한 선물은 단한번도 없어요자신을 위한 선물을 사죠
한번은 엄마가 새우버거를 먹고싶은데 사다줄수 있냐고 물었고, 아버지는 자기가 좋아하는 치즈버거를 사왔습니다. 하나만요
초3때 한창 자전거에 재미가 들려서 열심히 타고다니다가 어느날 자전거가 안보이더라고요아버지에게 물었죠. 아버지가 그러더라고요, 친구 딸이 자전거를 갖고싶다고 해서 줬다고.
보통 자기 자식에게 더 신경쓰지 않나요? 아닌가..
아버지는 자신의 가족을 돌보는 방식이 '방임'이라고 말을 하곤했어요.자신은 모든걸 독학으로 배웠으니 너희도 스스로 배우라고요.저는 그 말을 듣고 늘 [방치]라 생각했지만요
그러다 가족 상황은 점점 안좋아지고 중3때 부모님은 이혼을 하게 됐어요아버지는 만약 두딸이 자신을 따라온다면 보육원에 보낸다고 했어요. 키우기 싫다고요그래서 당연히 언니와 저는 어머니를 따라갔어요.
고3때 대학진학문제로 잠시 아버지집에서 살았던적이 있어요.학원이 너무 늦게 끝나서 도저히 집에 갈수 없었거든요 (이혼 후 우리는 시골로 내려갔답니다)다행히 언니도 대학+알바문제로 같이 살았던터라
아버지의 기억은 거의없어요. 새벽 2시쯤 들어와서 다른방에서 잠들어있으면 굳이 깨우지 않고 등교를 했으니까요
그 와중에 아버지는 여자친구가 생겨서 연애를 하기 시작했어요저희보다 나이가 많은 남매와 같이사는 아줌마였어요
그분은 저를 보고 종종 엄마라고 부르라며 편하게 대하라고 했죠저는 엄마가 살아있는데 왜 이혼한 아버지의 여자친구를 엄마로 대해야하나 싶어서 무시했고요
하루는 아버지가 아줌마의 아들딸이 자신을 '아버지'라 불러줬다며 너무 행복하다고 그러더라고요저는 잘 모르겠어요. 잠깐 같이 살던 친 두딸보다 여자친구의 자식들이 소중했던걸까요?
고3 겨울방학이 좀 지나고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친할머니와 사이가 좋지않았던만큼 살갑게 대해주시면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니 식장을 지키는 3일동안 오만가지 생각도 들더라고요그 3일은 수/목/금 이었고 저는 보진 못했지만 이모들 말로는 아버지가 잠깐 찾아와서 쫒아냈다고 하더라고요.
토요일엔 학교에 갔어요1시쯤 까지 수업을 마치고, 삼촌의 결혼식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지요
삼촌의 결혼식과 동시에 아버지와 그 아줌마의 결혼식도 함께 진행하더라고요그리고 그 아줌마의 어머니가 찾아와서 저에게"내가 너의 외할머니란다"
.... 저는 아직도 이 말이 가슴에 남아요분명히 제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던 장례식장에 찾아왔던 아버지가,,그다음날 아무도 몰랐던 결혼식을 하는것까지야 넘어가지만,,
아줌마 어머니가 제 외할머니라뇨?
그날 기억이 그 말 이후로 선명하진 않지만 엄청 화를 내고 울면서 나왔었던것 같아요도저히 참을 수 없었어요
그리고 한동안 아버지와 연락을 끊었어요. 그쯤 대학입시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상황이라 더 이상 같이 살 필요도 없었고, 같이사는 그 아줌마도 꼴보기 싫었으니까요
대학생이 되고 첫 등록금을 제 실수로 할아버지가 내 주는 일이 있었어요제가 학자금 대출 신청일을 착각해서 기한을 놓쳤거든요.그래서 어쩔수 없이 명절마다 할아버지댁에 가게됐습니다
갈때마다 들은 말은 [너보다 더 중요한곳에 쓸 적금이었는데 너무 아깝다][이왕이렇게 왔으니 니 엄마대신해서 집안일좀 해라] [진작 찾아와서 쓸고 닦아야지 뭐하느냐]뭐 이런 내용입니다. 삼촌이 결혼했으니 엄마가 아닌 며느리가 있었는데, 그분에게는 굉장히 친절하시더라고요. 아들이아니라며 박대하던 저희와 달리 삼촌의 딸에겐 지극정성이었고요.뭐든 저희가 문제였겠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찾아갔던날 명절인데도 불구하고 아줌마와 같이 보내느냐고 아버지가오지 않았던날. 할머니가 그러더라고요. [쓸모없는 며느리 대신 니 아버지가 정신 차려서 다행이다. 너희 외할머니도 얼마나 좋은분이니]
제 외할머니는 돌아가셨는데... 그 쓸모없는 며느리가 제 어머니인데..
저는 그 이후로 친가와 연락을 끊었어요누구에게도 연락받지 않고 아버지하고도 전화하지않고 문자하지 않고 만나지 않고
그 후로 한 5년쯤 지났나, 언니가 결혼을 했어요.언니는 그동안 아버지랑 계속 연락하고 친가와도 꾸준히 대화했다고 하더라고요저는 별로 궁금하지않았고요 (물론 결혼식에 찾아오진않았어요. 염치는 있어야죠)
또 시간이 흘러흘러 조카가 상당히 말을 잘하게 됐을때..할아버지 / 충주할아버지 / 안경할아버지 부르는걸 들었을때안경할아버지가 아버지 더라고요. 언니는 그동안 꾸준히 연락하고 만나고 지냈더라고요아무생각없이 언니집에 놀러갔다가 아버지랑 마주쳤을때의 기분이란...손녀가 귀여워서 자주찾아왔었다고 하는데... 흠
그 쯤 겨울. 할머니가 빙판에서 넘어져 크게 다쳤다는 얘기를 언니에게 들었어요큰고모는 암에 걸렸다던가? 제가 너무 매정할수도 있어요. 솔직하게 아무 생각도 들지않았어요.죽어도 뭐. 그들의 자업자득이죠. 제가 그들을 안타까워할 이유가 있나요?
그리고 정말 부고 소식을 들었습니다.할머니가 병원에서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셨다고 언니가 나에게는 아무말도 하지않고혼자 갔다 돌아온 후 일주일쯤 지난후에 알려주더라고요 '자기가 당일날 알려줬더라도 너 안갔을거지 않냐고'그렇긴 한데, 뒤늦게 들으니 기분이 좀 이상하긴 했어요. 엄마한테는 당일날 말하고 다녀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몇 달 쯤 지났을때 언니에게 대뜸 이런 문자가 왔습니다[너 아버지 용서안할꺼야? 아버지가 돌아가셔도, 너한테 연락하지마?]
제가 아버지한테 받은 사과가 없는 데 그저 그의 딸이란 이유로 용서해야했을까요?
일단 용서와는 별개로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연락받겠다. 그리고 찾아가겠다고 말했어요그쪽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안가면 패륜이잖아요마지막의 마지막의 도리로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찾아가야지요
언니는 그걸 화해의 표현으로 알아들었는지 저와 함께하는 식사자리를 잡더라고요아버지가 식사자리에서 [용서해줘서 고맙다]라고 말했어요저는..... 이제 잘 모르겠어요
최근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역시나 혼자갔다온 언니가 말하길 삼촌도 많이 늙었다고 하더라고요. 큰고모도 돌아가셨고요이제 과거에 우리를 괴롭히던 사람들 다 사라졌다고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나는 아직도 과거의 기억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데아버지를 용서해야하는건지용서하지 못하는 내가 너무 무도 한건지
사과를 종용하는 언니나, 이제 자신과는 아무상관없다 구는 엄마도제 고민을 해결해주진 못해요
많은 분들의 객관적인 시선이 궁금했어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삼촌이 결혼했으니 작은아버지라 불러야하는데 글에선 삼촌으로 통일했습니다오해없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