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현재 예고 미술과 1학년을 다니고 있어
성적도 실기도 둘 다 중위권으로 어느 하나 특출난게 없음
예고도 그저 그런데 학비만 많이 뜯어가는 데 붙었어 심지어 미달 떠서....
그런데 중위권이야. 그 ㅈ밥 예고에서 중위권.
미술학원에선 나름 상위권이었어서 자신감에 가득 차서 왔는데 난 그냥 ㅈ밥이었음
미술 실기 잘하는 애들 보면 표정은 모르겠고 확실히 그냥 찍어내는 기계처럼 그림을 그려내
그런데 잘 그려. 감히 내가 넘보지 못할 정도로
걔넨 그걸로 주목받을 수 있고 본인들도 그걸 알아.
걔네를 보니까 난 지금 뭐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별로 잘하지도 않는 취미 하나 즐기지도 못하게 되어버리고.
사실 입시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인 4월에도 그런 생각 들어서 그만두려고 해봤는데 엄마가 그러시더라고.
한번 선택한 거니까 끝까지 하라고.
그 말 듣고 10월까지 버텼고,
이제 예고에 붙어버려서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아 난 이걸 끝까지 해야 하는구나, 이런 무력감 비슷한 거에 짓눌려 살았거든.
이상하지 않아? 분명히 내가 동의해서 시작한 건데.
나는 내가 진짜 재능 있고 즐겨하는 걸 입시가 끝나고서야 알게 되었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건 가수야.
자작곡도 벌써 몇 개 있고 미디도 엄마 몰래 독학하고 있어. 자작곡에는 아니지만 춤 없는 노래에 안무 만들어 붙이는 연습도 하고 있고.
가창력과 기본 피지컬은 객관적으로 봐서도 요즘 아이돌에 뒤지지 않아. 난 연습생도 한 적 없고 노래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는데.
재능이 있는 걸 입시가 끝나고서야 알게 되었어.
무대에 서는 걸 좋아한다는 것도 학년말 뮤지컬에서야 알게 됐어.
내가 가수는 물론이고 아이돌 할 수 있을 정도로 예쁘다는 것도 입시 끝나고 살을 빼고서야 알게 되었거든.
하지만 엄마가 심하게 반대하실 것 같아.
연예인이 되는 걸 별로 좋아하시지도 않고
입시할 때 그 몸무게로도 캐스팅 몇 번 왔었는데 다 쳐낸 것도 엄마거든.
그것보다 나는 엄마가 말씀하신 한 번 결정한 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너무 걸려.
분명히 재능 있는데, 나는 즐기고 있었는데, 지금 다시 시작하기엔 너무 늦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