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기적이고 열등감이 많은 사람이라 너를 좋아하는 게 조금 어려웠다. 그렇게 나이차이가 많지 않은 또래인데도 불구하고, 나와는 달리 너는 큰 사람처럼 느껴져서. 뭐든 잘하고, 곧잘 해내고, 누가 봐도 바르고 좋은 사람, 무엇보다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게 보여서 지금 위치가 아니라 평범하게 사회에 나왔어도 넌 반드시 빛날 사람이었을 걸 아니까. 나 역시 네 빛에 이끌리는 중이면서도 그 찬란함이 괜히 부럽고 질투났다.
그에 반해 나이가 차 사회에 나올수록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내 처지는 비루하기 짝이 없어서, 스스로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는 게 싫었다. 널 볼 때마다 양가감정을 느끼곤 했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처지에 이 마음을 아득바득 긁어모아 전한다 한들 너에게 닿기나 할까. 필요하기나 할까. 내가 누군가를 응원할 수 있는 상황이나 될까.
그럼에도 지칠 때면 네 목소리가 듣고 싶고, 네 웃는 얼굴이 보고 싶었다. 예쁘게 차려입고 다정한 말을 건네는 널 보며 피로를 풀다가도 다가올 내일에 속이 답답해지면, 못된 마음에 너의 미소에 심술이 났다. 그럴 때면 또 비참해지고. 그렇게 넌 절대 알 수 없는 마음을 가지고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해댔다.
물론 답은 없었다. 좋아하고 싶지 않은데 찾게 되고, 막상 보면 좋은데 마음이 무겁고. 그저 더 이상 순수하게 선망하고 응원하고 사랑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난 것 같다고 느낄 뿐이었다.
깊게 좋아하지는 않겠다. 부단히 방어했다고 생각했는데, 무던한 수준이었던 걸까. 결국 어떻게든 네게 향하고 마는 시선을 끊을 방도는 없었다. 사랑은 호기심을 동반한다고 했던가. 어떻게 저렇게 괜찮은 사람으로 보일 수 있었을까 궁금했고, 저런 삶을 사는 넌 어떤 생각을 할까 알고 싶었고, 나도 너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해봤다. 그렇게 나라는 사람을 잊고 온전히 너를 보게 됐다. 점점 너를 담으며, 너를 닮고 싶었다.
어느 쌀쌀한 듯 포근한 저녁이었나. 밤이 수놓인 잔물결 위로 누워 네게 깊숙이 안기라는 말을 건네며, 공간 가득 일렁이는 금색 빛에 입술을 꾹 물고 벅차오르는 감정을 삼키던 너를 기억한다.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목소리로 이런 위로를 전하는 널, 마음에 담지 않을 방법은 없다고.
마침 오늘도 그냥, 내일 아침이 어둠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네 목소리가 생각나는 바람에, 그래 하루쯤은 더 눈을 떠볼까 용기가 생겨서. 되도 않는 필력으로 차오르는 감정들 댕강댕강 다 잘라 먹으며 주절거려본다.
고맙다, 진심으로.
네 덕분에 나 역시 타인의 행복을 온맘 다 해 빌어줄 수 있는 성숙한 어른이 되고 있어. 네가 행복할수록 내가 좋은 사람이 돼. 그러니 부디 오늘도 잘 지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