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5살 직장인입니다
이제 한국에서도 만 나이를 사용하겠다하니 곧 23살이 되겠네요
저는 운이 좋게도 나름 화목하고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사랑도 많이 받고 나쁘지 않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자랐습니다
나름 인서울 공대 졸업하고 직장을 잡아 일한지 1년이 조금 넘었네요
대학때는 장학금도 받아가며 공부했고 알바, 공부도 꾸준히 하며 불성실하다 정도는 아니게끔 살아오고있습니다
그런데도 5년전 스무살때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어찌하든 나는 죄인일 수 밖에 없는것같다는 생각에 괴롭고 후회가 됩니다
어리지는 않았으나 자식들 두고 가는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웠겠습니까
아빠가 투병중일때 저는 한번 웃는 모습이라도 보고자 실없는 농담이나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일부러 과장되게 했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안그래도 무거웠을 발걸음에 철없는 자식 두고 간다는 짐을 얹었다는 생각에 아직도 괴롭습니다
사람은 뭔가 상황이 나빠지면 본능적으로 어떤 원망할 곳을 찾곤 하는것같습니다
저의 경우에도 그랬네요
그런데 장례식장에서 상주로 앉아 돌아보니 남편잃은 불쌍한 엄마와 고등학생이던 어린 동생뿐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원망할곳은 저 자신밖에 없더라구요
저는 울고있는 엄마와 동생을 두고 객들에게 인사하고 장례 절차를 밟는다는 핑계로 울어주지도 못하는 매정한 자식으로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다시 서울로 올라와 작은 방안에 앉아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나다
아빠는 왜 그렇게 죽어야했나
아빠는 스트레스로 병을 얻었고 스트레스는 가정을 부양해야했던 책임감에서 왔을것이고 그 책임감은 나로부터 비롯되었겠구나 하는 생각에 아 아빠는 내가 죽였구나싶었습니다
싶은게 아니라 사실이겠지요
제가 태어났을때 엄마아빠는 고작 27-29살쯤되었을까요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한 가정을 책임지기에는 참 어리다 싶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행복하기만 했고 사랑 받았던것이 너무 고맙고 미안합니다
내가 아빠를 죽였어라고 한다면 대번에 아니라고 할것을 압니다
아빠는 저를 정말로 사랑했거든요
진통제를 이기지 못하고 떠났을 정도로 아픈 몸으로 고작 감기걸린 저에게 아픈건 다 당신께 달라고 할 정도로 절 사랑했던걸 알아요
그럼에도 제가 아빠를 죽게 했다는건 변하지 않잖아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줄알았습니다
조금 더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어요
제가 본 어른인 아빠는 힘들어하지도 않고 엄청 대단한 사람이었거든요
근데 어른이 된다고 아프지 않은건 아닌가보네요
그냥 참는 시간이 길어지고 내색하지 않는 법을 배우는건가 봅니다
언젠가 다시 만나면 제가 경험한것들을 이야기해주려 최대한 많은것을 경험하고 웃고 울고 행복하고싶습니다
그런데 참 쉽지가 않네요
떠나는 사람은 꿈에서 일부러 매정하고 매섭게 굴어 정을 뗀다고 하던데 우리 아빠는 어쨌건 자길 죽인 사람에게조차 모질지 못할까요
왜 꿈에서 조차 내가 밉냐는 한마디에 그렇게 우는걸까요
가지말지라고 하고싶었는데 혹시 입밖에 뱉었다가 듣고 어디 좋은곳으로 못가고 있을까봐 지금까지 꿈에서 조차 가지 말지라는 소리도 못뱉고있네요
누가들으면 배가 불렀네 싶고 언젠가 떠올리면 참 같잖은 생각이었다 싶을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매일매일 너무 보고싶어요
사는게 조금 벅차고 힘들어요
살아가는게 무섭고 세상이 너무 무서워요
남들 다 겪는 아픔에 제가 너무 유난인걸까요
그렇게 어린 나이도 아닌데 어른답지 못하다 소리 듣거나 누군가 걱정시킬까봐 어디에도 털어놓을수가 없어 여기서라도 말해봤어요
두서없이 쓴 글이라 무슨 소리야 싶을수도 있겠지만 어디에도 못하는말 익명에라도 기대어 털어놓고 싶어서 써봤어요
두서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