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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학원비

꿈이그린미래 |2023.09.17 16:39
조회 852 |추천 1

나는 내가 가난하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가끔 ‘너는 사실 말 그대로 가난하다’고 현실이 말해주는 날이 있다.

비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지출이 생길 때 그렇다.

 

졸업앨범비 71,000

수능원서용 사진비 10,000

수능원서료 42,000

수시접수 6개대학 전형료 240,000

그리고, 마지막 종합 학원비  78만원..

 

예산이 훨씬 초과되었다.

종합에서 단과로 옮겨 지출을 줄여보려했는데, 고3 수학단과가 50만원으로 언제 올랐지?


40만원을 들려 보냈는데, 원장한테 들은 말을 아이가 문자로 전한다.


토요일에 듣는 수학 특강까지 합하면 60만원.

일주일에 국어 2회, 영어 3회, 수학 3회 듣는 종합반과 별반 차이가 없다.

계산상으로 그렇다고 할 수 있으나 당장 지갑에 차액으로 18만원이 생활비로 남아있는 것과 아닌 것은 천지 차이다. 아직 9월은 이주 가량 남아있다.


생활이 가난해질  때 마음까지 가난해지지 않은 일은 쉽지 않다.

그게 자식에 관한 지출이라면 더욱 그렇다.

 

물려 줄 집도, 자동차도, 땅도, 현금도 없으니

공부만은 최대한으로 돕고 싶었다.

 

우리나라에서 천재가 아닌 이상

사교육없이 수학을 잘하기란 사실 어렵다고 봐야 한다.

지금 아들은 모의고사 2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모의고사 수학 11번을 넘기지 못하던 형과 달리

등급을 가르기 위한 킬러를 빼면 어쨌든 채점된 시험지에 동그라미가 더 많다.

 

2024년 수능은 11월 16일,

아이는 정확히 중학교 3학년 11월 16일부터 현재 다니는 종합학원을 다니고 있다.

 

첫 달 학원비가 39만원이었다.

통장의 잔고를 한 통장으로 몰아 뭉치돈을 만들고 만원 이하의 금액은 차액을 입금하여 최대한으로 인출했다. 그러고나니 5만원 남짓한 관리비 낼 돈이 부족했다. 연체료는 이천 원이 조금 안 되는데, 연체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더 무거워졌다. 빈 가슴속으로 초겨울 매서운 바람이 무자비하게 파고 들었다.

 

3월 본격적으로 고 1이 되자 학원비는 50만원이 되었다.

고 2가 되자 60만원이 되었고, 수학 선생님의 권유로 토요일에 하는 특강까지 등록하게 되었다. 아이가 수학에 재미를 붙이고 자신감 있어 하니 다른 방법은 없었다.

학교 시험도 모의고사도 꾸준히 점수가 올라갔다.

 

 전세금 담보 대출,, 이자 연체.. 월세로 재계약

가정폭력.. 신고.. 별거

내 이름으로 진 채무의 독촉.. 법원 불출석... 유치장 감금 명령..

법원 출석 후 재산 소명.. 이어서 파산 신청

 

최근 유튜브에서 보니 이 전체를 임플란트 하는데 할인해서 5천이라고 한다.

그는 풍치를 수년 간 인사돌로 버티다가 이가 한 두 개씩 빠지자 이가 허물어지기 시작했고, 결국엔 내 이름으로 된 전셋집을 담보로 80% 대출을 받았다. 일 년이 채 안되어 이자가 연체되기 시작했고 해당 금융업체에서 집주인에게 연락이 갔다.

나는 당시만 해도 그가 그 대출금을 모두 치과 비용에 썼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 후로 그는 주식을 한답시고 사업체를 개점휴업상태로 둔 채 일 년이 넘게 집에 들어앉아 있었다. 그래서 이를 하고 남은 돈을 주식에 쏟아부어 잃었다고 짐작할 뿐이었다. 그즈음 그와 나는 이미 대화가 끊긴 상태였다.

스물여덟개의 이를 전체 임플란트하는데 오천 만원이라면 대출금 전체를 다 치과에 썼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얼마 전부터이다.

 

가정경제에 있어 그의 경제관은 간단명료했다.

 

없으면 안 쓰면 된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공부를 하고자 하는 자식을 둔 부모에게 가장의 그러한 경제관념은 죽음 선고나 다를 바 없다. 당연한 일이지만 살아보니 그와 나는 접점을 만들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다. 일방적으로 참고 희생하고 묻어두는 인내의 임계치는 십 년이 넘어가자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어 가정폭력이 생겨났고 아이가 보는 곳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 나는, 신고로 찾아 온 경찰 앞에서 인생에서 가장 오랜 고민 끝에 정식신고를 결심했다.

그 일이 있고 몇 달 후, 그는 종적을 감추었다.

 

통장에는 그와 정식으로 이혼하고 한부모 가정으로 등록되면 받을 수 있는 만큼의 돈이 생활비로 입금되었다.


그렇게 4년이 흘렀고 이제 아이가 막바지 고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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