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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대학생인데 사는게 너무 힘들어요

익명 |2023.09.23 01:12
조회 784 |추천 2
20살 대학생입니다. 친구가 없어서 그냥 아무한테도 말 안 하고 살다가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돼서 써봐요...

막상 쓰려니까 어디부터 써야 할지 모르겠네요. 본론부터 말하자면 저희 집은 형편이 별로 안 좋은 편입니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어렸을 때는 저소득층 혜택을 받으면서 학교를 다녔고, 지금도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한도까지 전부 받고 있어요. 학교에서 분위에 따라 주는 장학금도 거의 최대로 받고 있고요.

하지만 학비만 낸다고 생활이 가능한 건 아니잖아요... 기숙사를 들어갈 성적이 안 돼서 알바를 하며 자취생으로 살고 있어요. 하루에 6시간씩 주5일을 일하고 있고, 주말에도 일해요. 일이 끝나면 새벽 1시고, 귀가해 잘 준비를 마치고 과제와 공부를 하고 보면 시간은 늘 3시를 넘어있습니다. 부업으로 대필이나 디자인, 번역 같은 것들을 해주고 있어서, 그것도 같이 하고 보면 보통 4시나 5시쯤 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잠들면 다시 8시에 일어나서 수업을 들으러 가는 일상을 살고 있어요.

입학하기 전부터 쭉 알바를 해왔기 때문에 MT도, 신입생 환영회도 못 갔습니다. 2학기 개강총회도 못 갔어요. 동아리도 동호회도 못 들어갔어요. 어쩌다 한 번씩 고등학교 동창들에게 연락이 와도, 낼 시간도 체력도 없어서 인간관계가 거의 단절 직전입니다. 친구가 0명이에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만난 선배님들이 있지만 그마저도 전부 타 학과고, 고학년이시다보니 저와는 접점이 거의 없어서, 학교에서는 내내 혼자 다녔어요.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사실 일하는 건 견딜만해요. 제가 선택한 일이고, 친구 몇 명 없다고 당장 죽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다 괜찮아요. 근데 제가 너무너무 힘든 건, 이렇게 살고 있는데도 나아질 기미가 전혀 안 보인다는 거예요... 시급은 똑같은데 물가는 점점 오르고, 돈을 적게 버는 편이 아닌데도... 생활비 쓰고 전기세 수도세 내고, 헌 옷을 새 옷으로 바꾸고, 몸 아픈 곳 고치러 병원 다니고, 밥 해먹을 시간도 없어서 이것저것 사먹다 보면 돈도 금방 바닥납니다. 비싼 걸 사먹어서 그런 거면 억울하지나 않지, 거의 매일 삼각김밥과 컵라면과 빵으로만 때우고 있는데도 그래요. 그래도 사람답게 살아야 할 것 같아서 일주일이나 2주에 한 번씩 고기를 사먹는데, 돈 낼 때마다 손이 덜덜 떨려요. 대학교 입학이 확정되고 상경한 2월 말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쭉 알바를 해왔는데 모은 돈이 거의 없어요.

집에서 지원은 기대하기 힘들어요. 부모님 모두 육체적으로 많이 힘든 일을 하고 계신데, 집에 빚도 많고 동생이 아직 고등학생이라 그쪽을 더 신경쓰시는 것 같아요.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그만큼 거리가 생기는 느낌이에요. 어쩌다가 한 번 전화해도 목소리가 너무 지쳐계셔서, 할 이야기가 없어서, 힘드신 걸 아는데 차마 징징댈 수가 없어서 그냥 안부 인사나 하고 끊게 되더라고요.

꿈이라도 있다면 좀 더 사는 게 즐거웠을까요? 뭘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중학교 때까지는 공부도 잘했고 꿈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기억이 잘 안 나요. 고등학교에 올라오며 우울증이 심해져서 성적이 바닥을 찍었는데, 재수할 형편이 안 돼서 아무 대학이나 썼어요. 학과는 상경계열이라 취업에 아주 불리한 건 아닐텐데 여전히 성적이 잘 안 나오고 있어서... 모르겠어요. 먹고 살 수 있을까요? 저는 졸업하고도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요?

하루하루 죽지 못해서 살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죽어야 할 이유도 없고... 목표도 없고 꿈도 없고,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야 하니까 노력하고 있는데... 이 앞에 뭐가 있는지를 모르겠어요. 누구는 부모 잘 만나서, 좋은 환경에서 지원받으면서, 용돈 몇백만원씩 받으면서 대학생활을 즐기고 있을텐데... 제 대학생활은 왜 이런걸까요? 여기서 어떻게 더 노력해야 나아질 수 있을까요?

우울하고 잠도 안 와서 써봤는데 글이 두서가 없네요. 위로받고 싶은 건 아니고 그냥 누구든지 알아줬으면 좋겠어서... 여기가 이런 글 쓰는 곳이 아니라면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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