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2947245?sid=102
"부르는 게 값이고, 예비부부는 존재 자체가 돈이었다."
심지어 어떤 예복업체는 웨딩플래너 소개로 예비부부가 방문해 상담만 받아도 웨딩플래너에게 돈을 주었다.
<경향신문>은 웨딩업계의 실태를 폭로한 보도에 이어
실제 웨딩 컨설팅 업체와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및 혼수업체 사이의
혼수 리베이트가 어떻게 이뤄지고, 어떤 방식으로 컨설팅 업체가 돈을 버는지 확인할 수 있는
내부문건을 단독 입수했다.
상납은 관행이고, 플래너로부터 더 많은 고객정보를 받기 위한 각종 이벤트가 이어지고 있었다.
스드메, 웨딩홀, 혼수업체들이 웨딩 컨설팅 업체에 상납하는 각종 비용은
최종 소비자인 예비부부들에게 돌아갔어야 할 혜택이다.
이와 함께 발품을 팔아 결혼 준비를 하는 일명 ‘워킹족’에게 스드메 업체가
컨설팅 업체 납품가보다 수십만 원 이상 폭리를 취하고 있는 실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컨설팅 업체로부터 ‘후려치기를 당한다’고 할 정도로 저렴한 가격에 납품을 하는 대신
이윤을 남기기 위해 워킹 고객에게 비싼 가격을 물린다”고 했던 전직 플래너의 말은 사실이었다.
웨딩홀들 플래너 모아 상납성 이벤트
웨딩홀이 고객 유치를 위해 웨딩 컨설팅 업체와 플래너에게 제공하는 혜택은 다양했다.
매 분기마다 각 웨딩홀은 웨딩 컨설팅 업체 플래너들을 모아 각종 시식회 및 시연회 등을 제공한다.
웨딩홀이 어떤 콘셉트를 갖고 어떤 방식으로 식을 진행하는지를 알리는
‘정보 제공성 이벤트’이기도 하지만, 실질은 ‘상납’에 목적이 있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웨딩홀의 콘셉트 등을 설명하는 자리라면 정보만 제공하고 끝내면 될 일이다.
그러면 이런 이벤트도 굳이 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웨딩플래너들은 결혼식 당일 웨딩홀을 찾아 식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런 이벤트를 매년 하는 줄 아나.
(웨딩플래너에게) 눈도장도 찍고, 잘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수십만~수백만 원짜리 경품 추첨을 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전직 업계 관계자)
실제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서울 서초구의 한 웨딩홀은
‘핑거푸드 시식, 포토박스 이벤트, 아티스트의 축하공연을 진행한다’는 공문 하단에
웨딩플래너 혜택으로 ‘당일 행사에 참석하신 웨딩플래너님 대상으로
백화점 상품권 20만원을 증정해 드립니다’라고 기재해 놓았다.
서초구의 또 다른 유명 웨딩홀 역시 뉴 콘셉트 발표 명목으로
행사 진행 공문을 발송하면서 ‘ ○○○○ 웨딩페어 참석자 프로모션’으로
‘참석자 전원 3만원 상당의 럭키박스 증정’, ‘럭키 드로우를 통한
총 3000만원 상당의 경품 증정
(애플 맥북에어, LG프라엘 풀팩, 백화점 상품권 100만원, 프라다 지갑 등)’이라고 선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웨딩플래너들이 부익부 빈익빈이다.
혼수를 많이 소개하는 사람은 수익이 많이 남는다
대부분 먹고살기 힘들다 하면서도 이 업계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업
체마다 각종 리베이트가 다양하게 제공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낮시간에 강남구청역(청담동) 일대에서 루이비통 가방을 들고 다니는 젊은 여자는
전부 웨딩플래너라는 말이 왜 나오겠느냐”고도 했다.
<경향신문>은 웨딩홀을 찾은 하객당 웨딩홀견적 금액에서 2~3000원씩 컨설팅 업체에 ‘리베이트’를
지급하고 있는 실태도 문건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 강남 일대에 이름난 유명 웨딩홀들도 모두 업체에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있었다.
굳어진 관행인 셈이다.
예를 들어 결혼식에 웨딩홀견적을 낼때 하객 400명이 왔다면 웨딩홀은 컨설팅 업체에
120만원(400명×3000원)을 리베이트 명목으로 돌려주는 식이다.
이 돈은 웨딩플래너와 컨설팅 업체가 5대 5 또는 6대 4로 나눠 갖는다.
강남구 논현동의 한 웨딩홀은 리베이트 안내건으로
‘토요일·일요일 예식의 경우 웨딩홀견적후 2000원의 리베이트를 지급’이라고 명시한 문건을
웨딩플래너 업체에 발송했다.
또 잔여 타임 웨딩홀견적에 한해 대관료 무료 제공 및 식대 할인 프로모션을 제공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한 전직 웨딩플래너 는
“통상 싸게 나오는 잔여타임 웨딩호견적은 웨딩홀을 예약한 뒤 파혼하면서
홀이 갑작스럽게 비었을 때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결혼 예정일을 1~3개월 남겨놓고 파혼한 경우 ‘저렴한 잔여 타임’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위약금은 위약금대로 받고, 해당 홀을 비워놓을 수는 없으니
급하게 결혼해야 하는 부부들을 상대로 좀 더 저렴하게 프로모션을 하고,
대신 그 자리를 채워주는 웨딩플래너에게 좀 더 센 리베이트가 간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혼전임신을 했거나 결혼식 직후 급히 해외로 가야 하는 예비부부들이 자리를 채운다.
스튜디오는 발주 건당 웨딩플래너에 페이백
스드메 업체들이 먼저 ‘페이백’을 제시하는 경우도 많다.
많은 금액의 페이백을 보장해줄수록 플래너들은 해당 업체로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해주기 때문이다.
강남구 논현동의 A스튜디오는 결혼 비수기인 6월 1일부터 8월 31일 발주건에 한해
발주 1건당 플래너 페이백 5만원을 주겠다는 공문을 업체에 보냈다.
비수기에 쉬는 것보다는 플래너에게 리베이트를 해서라도 운영하는 게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다.
대신 이들은 고객에게 촬영한 사진의 원본과 수정본을 현금으로 받아 이윤을 남긴다.
또 다른 강남구 논현동의 B스튜디오는 스냅촬영 비용으로
66만원의 저렴한 프로모션을 하면서,
정작 촬영에 포함돼야 할 각종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하고 있었다.
B스튜디오는 야외촬영 허가에 필요한 촬영비 20만원, 입장권 1만원(1인당) 등을
고객에게 납부하도록 하고, 심지어 원본 CD비, 수정CD비로 추가금을 받고 있었다.
또 사진 한 장당 3만원, 드레스 1벌 추가 촬영시 10만원,
촬영장소를 인근 한 곳 더 옮길 때마다 15만원씩 더 부과했다.
드레스 한 벌을 더 입고 촬영한 뒤 원본·수정 CD(할인가 33만원)를 받고,
사진 10장(할인가 20만원)을 추가하면 63만원의 추가비가 발생한다.
촬영비(66만원)에 상응하는 추가금비용이 드는 셈이다.
프로모션비는 웨딩플래너가 속한 컨설팅 업체에 제공하는 납품단가로,
추가비는 각 업체가 컨설팅 업체와 관계없이 고객으로부터 받는 수익이다.
웨딩플래너에게 상납하는 혼수업체들
서울 강남구의 C예복업체가 컨설팅 업체에 발송한 ‘○○○○마케팅비 지급’ 공문을 보면
혼수업체가 고객 유치를 위해 어떤 상납을 진행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공문에는 ‘○○○○ 웨딩 플래너님 예약 후 맞춤 예복을 진행하신 모든 고객님에 한하여
소개수수료 외 고객님당 30만원의 마케팅비를 추가로 지급해드립니다.
단, 상담 후 맞춤예복을 진행하지 않으신 고객님에 대해서는
고객님당 10만원의 마케팅비를 지급해 드립니다’라고 적혀 있다.
또 비수기 기간 내에 계약건수 1위를 한 플래너에게는 맞춤 수트 1벌,
2위 웨딩플래너에게는 수제화 1족을 상품으로 지급한다고도 적혀 있었다.
고객이 계약을 하든 안 하든 플래너에게 돈을 줄테니 고객을
자신의 예복업체로 보내달라는 리베이트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는 “요즘 가장 이윤을 많이 남기는 분야가 남성예복”이라며
“원단값이라고 해봤자 아무리 수입원단이라도 실제 판매되는 가격에 비하면
결코 비싸지 않은데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을 상대로 비싼 가격에 정장을 팔아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웨딩플래너로부터 추천받은 예복집을 찾은 고객들은 대부분 적어도 한 벌 이상의 예복을 맞추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겨울에는 코트까지 팔아먹으니 얼마나 남는 장사겠느냐”고 했다.
실제 강남구 신사동의 한 예복업체가 웨딩플래너에게 수수료 확인용으로 발송한
고객 구매내역에 따르면 고객 1인당 100만원 이상의 예복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웨딩컨설팅 업체는 고객이 예복업체에 지불한 돈의 20%와 부가가치세(VAT)를
합한 돈을 수수료로 챙긴다.
단순히 고객에게 괜찮은 예복업체를 추천하는 것을 넘어 예복업체와 컨설팅 간의
암묵적인 리베이트 상납계약이 체결돼 있는 것이다.
컨설팅 업체로부터 고객만 연결받으면 추가비용을 통해
스드메 및 혼수업체가 이윤을 남기는 것은 각자의 ‘능력’이다.
각 업체들이 컨설팅 업체와 플래너에게 더 높은 각종 리베이트와 페이백,
수수료 지급을 보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D스튜디오는 비수기 고객 확보를 위해
웨딩컨설팅 업체에 ‘6월 6일~8월 31일 발주건에 대해 5만원 페이백’,
‘7~8월 촬영자 10만원 페이백’ 보장 공문을 보냈다.
D스튜디오는 예비부부들이라면 한 번쯤 알아봤을 유명 스튜디오다.
유명 웨딩스튜디오조차도 컨설팅 업체에 프로모션 명목으로
정기적으로 고객 유치 대가를 상납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캐주얼한 콘셉트로 각종 연예 프로그램에 소개됐던 E스튜디오도
‘이벤트 넷, 발주건당 플래너 페이백 5만원 이벤트’를 공문으로
발송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F스냅촬영 전문 스튜디오는 ‘전체 결제금액의 20% 환급’을 약속하기도 했다.
심지어 리베이트로 결제금액의 30%를 보장하는 스튜디오도 존재했다.
‘페이백’, ‘리베이트’ 등의 이름으로 웨딩컨설팅 업체나
웨딩플래너에게 전달되는 각종 상납금은 컨설팅 업체별로 액수가 제각각이다.
많은 물량(고객)을 보내주는 컨설팅 업체에는 더 많은 상납금을,
적은 물량을 보내주는 소규모 컨설팅 업체에는 적은 액수를 제시한다.
얼마를 어떤 방식으로 받는지는 컨설팅 업체 간에도 비밀이다.
이름만 대도 누구나 알 유명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운영하는 G메이크업 공문에는
‘ㄱ점(지점명)의 이벤트 진행사항이며, ㄴ점(지점명)은 오픈되지 않은 내용입니다.
타 웨딩컨설팅 회사 및 지인 분들께는 절대 노출되지 않게 부탁드립니다’라며
보안을 요구하는 문구를 기재해놓기도 했다.
각 지점끼리도 이벤트 가격이 비밀인 것이다.
결혼시장은 결국 명시된 가격이 존재하지 않는다. 부르는 게 값이 되는 세계인 셈이다.
‘베일에 싸인’ 가격정보 시장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고객이다.
전직 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고객들은 일생에 단 한 번의 결혼이니 ‘눈탱이’를 맞아도 한 번 맞는 것 아니냐”고 했다.
최소한의 이윤이라도 남기기 위한 업계 내의 치열한 눈치싸움과
각종 상납 경쟁이 만들어낸 도덕 불감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