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추억이 될 순간을 기리고 간직하며 여기에 적어봐요
저는 올해 3월 말 여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 더불어 직장에서 새롭게 온 사람은 같이 일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고 자기 생각과 고집이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매일매일이 힘들었고 지옥이었고 퇴근하고 나서도 출근하기가 두려웠습니다
결국 저랑 같이 일하는 선생님 한 명과 저는 팀장과 부서가 나뉘어졌고 우리는 다른 부서로 편입되었습니다
새롭게 편입된 부서의 상사는 좋은 분이셨고 근속 1년도 안된 저를 데리고 다니면서 타 부서 사람들과 얘기를 하면서 적응을 잘 하라는 의미로 독려해주었습니다
올해 4월, 그 상사는 저를 데리고 타 부서 팀장 사무실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처음 보는 분이라 당황해했고 그 자리가 불편한 신입사원 티가 팍팍 났죠
그녀는 목소리도 이뻤고 울림도 아름다웠습니다 머리는 짧았지만 잘 어울렸어요
이렇게 그녀와 저는 처음 만났습니다
저는 30대 초반 그녀는 40대 후반이었습니다 하지만 띠 동갑이 넘는 나이차이를 불구하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불편하게 해주지 않는 그런 배려심에 저는 상사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런 상사도 있구나, 이런 사람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등등.. 세상에서 제일 이뻐보였습니다
사무실에서 과일을 먹고 가라며 박수를 치던 모습이 왜 그렇게 기억에 남는지 그 당시에는 몰랐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보니 전 그 모습에 반했더라구요
사내 메신저로 과일 잘 먹었다고 하고 메세지를 보냈고 답장으로 아 선생님이었냐며 몰랐다는 말의 답장이었습니다
그렇게 친해졌고 매일 톡을 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머릿속 한 구석에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유부녀였으니까요
톡을 시작하면 퇴근하고도 새벽까지 메세지를 하고있는 제 자신이 보였습니다
몸과 마음 그리고 정신적으로 힘들던 때 그녀는 제게 내린 단비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처음은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만남의 횟수는 잦아지고 죄의식이 사라져갔습니다
5월 어느 날, 그녀는 저에게 사실을 하나 고백했습니다
이혼 소송 중이라고 합니다 이유는 자세하게 물어보진 않았습니다 아마 리스+성격차이 인걸로 보입니다
그녀에게는 30년 가까이 되는 친구가 있습니다 이혼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본인을 제외하고 5명이라고 했습니다. 남편, 자식1, 자식2, 친구, 저
친구는 제가 궁금하다며 만나자고 했고 우리는 삼자대면을 했습니다 그녀는 제가 불편해할까봐 만나려하지 않으려 했지만 저는 두려울 것이 없었습니다
친구는 절 보고 그녀가 곧 이혼하는걸 알고있냐고 물었고 알고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후 분위기는 생각보다 좋게 이어졌습니다
친구는 그녀가 없을 때 저에게 부탁했습니다 행복하게 해달라고.. 불쌍한 애라고.. 저는 이때까지만 해도 정말 행복하게 해줄 생각에 맘이 들떴습니다
그리고 5월 중 이혼을 했고 3개월 이내에 무슨 서류를 제출해야 완전하게 이혼이 된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던 그녀의 모습이 잊혀지질 않습니다
자기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라며 울고 애 딸린 이혼녀가 됬다고 말하며 후련할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아 더 슬픈 것 같다며 우는 모습을 보니 저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끝내 참았던 기억이 나네요
시간이 흘러 제 생일날 아침 일찍 일어나 좋은 곳을 보여주고 싶다며 섬으로 놀러 가고 하루종일 운전하던 그녀는 피곤해했지만 제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러고 집에 들어가서 바로 잠들었습니다
또 시간이 흘러 그녀의 생일날 그녀의 생일 달에 해당하는 꽃을 사고 그녀가 좋아하는 커피를 사고 또 반지를 선물해주었습니다 손가락 사이즈를 몰라서 금은방 아저씨와 30분간 11~13호 사이에서 고민 또 고민하며 결국 골랐습니다
다행히 잘 맞았고 잘 어울렸습니다
시간이 더 흘러 이젠 스킨쉽이 낯설지 않을 때 쯤 그녀는 한가지 더 고백을 합니다 자기는 관계에 있어서 11년째 리스라고 했습니다
처음엔 거짓말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맞는 것 같았습니다 이걸 글로 설명할 순 없지만 거짓말 치는 것 같진 않았습니다 거짓말 칠 이유도 없구요..
처음 손을 잡을 때 스킨쉽을 싫어해서 얼굴을 찡그리던 그녀의 표정이 생각납니다
20대부터 노출이 심한 옷을 입길 좋아했고 남자들이 그런 시선을 자기에게 주는게 싫었고 남자친구를 사겨도 남자들의 야한 손이 싫었답니다
정말 우연하게도 저는 키스를 할 때 손을 쓰지 않습니다
맨 처음 손을 잡고 팔짱을 끼고 시간이 흘러 차 뒷자석에 앉아 같이 앉아보고 볼에 뽀뽀를 거쳐 시간이 지나고 키스를 하고 더욱 시간이 지나 관계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속궁합은 잘 맞았고 서로 만족해 했습니다
우리는 행복했습니다 물론 회사 근처에선 손잡는 것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했지만 그래도 같이 퇴근하는 길은 정말 좋았습니다
저는 장손에 장남입니다 더불어 남동생은 동성애자입니다
엄마는 결혼은 무조건 해야한다, 자식은 무조건 있어야한다, 학생 때부터 들었던 말입니다
동생이 커밍아웃을 하고 자연스럽게 화살은 저에게 왔습니다
주변에 하나 둘 결혼을 하고, 연애를 한다고 자랑을 하고, 부모님도 자기 친구들 자식들 서서히 결혼한다며 저에게 압박 아닌 압박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제 마음은 어느 새 잔금이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어딜가서 여자친구가 있다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입장, 같이 손잡고 가면 보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 언젠가 끝을 내야하는 사이,
이런 것들이 저를 옭매여 왔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제가 나이를 올려서 그녀와 비슷한 나이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녀는 항상 저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사람이라며 미안해하고 저는 마음 속 불안감이 커져갔습니다
부모님께는 뭐라 말하나,친구들에겐 뭐라고 소개하나, 직장사람들에겐 어떻게 말해야하나,
걱정부터 들었습니다
저는 아이를 원했습니다 아이라도 생기면 억지로라도 같이 살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그녀는 나이로 인해 반대했습니다
이도 저도 안되는 상황에서 저는 답답했습니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주변에선 하나 둘 안정되어 가는데 저만 멀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가도 그녀와 같이 있을 때면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부모님께 얘기하고 싶다고 .. 친구들이 뭐라고 생각하던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거절했습니다 부모님한테까지 미안해하고 싶지 않다고,
그녀는 제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 걸 시작으로 마음이 변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하지만 절 질책하진 않았습니다 본인도 언젠가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었으니까요
그녀는 자기를 원망하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고 그걸 보는 저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제 자신이 싫었습니다
눈물 보이기 싫다며 일하러 가라고 일으켜 세우는 그녀를 보니 눈물이 펑펑 나왔습니다
저는 사랑한다고 말했고 그녀 또한 알고있다며 사랑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자기 인생의 마지막 남자이자 사랑이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딱 1년이 될 때에 쿨하게 떠나겠다고 말하고 우리는 얼굴을 보고 있지 않는 상태입니다
제가 많은 걸 포기하면 될 것 같은데 현실이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그녀 또한 이혼을 했지만 멀쩡한 아빠가 있는 상태에서 제가 다가간다면 아이들에게 혼란을 줄 것 같다며 거절했습니다
슬프지 않고 아프지 않는 이별은 없다고 하지만 어떻게 하면 덜 아프게 보내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보내도 서로 힘들겠지만.. 시리고 아프겠지만 견뎌보려합니다..
추가로, 그녀가 이 글을 볼 확률은 제로에 가깝지만 가진걸 다 버려서라도 만나고 싶고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행복하고 따뜻하게 해줘서, 사랑이란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줘서, 너무 고맙고 미안하고 다시 한번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