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길어요양해 부탁드립니다.
제목 그대로 언니가 해외여행을 가자는데 저는 너무너무 가기 싫습니다비행기값 내준다는데도 싫습니다여행비 전액을 다 내준다고 해도 싫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 싫어하냐면요6년 전 제가 22살 때 언니랑 단 둘이 유럽여행을 한 달간 갔다가 크게 데였기 때문입니다
6년 전에 제가 22살이고 언니가 23살이었을 때 저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려고 했고 언니는 대학교를 휴학한 상태였습니다언니는 대학생때 아니면 언제 가보겠냐며 한달동안 유럽여행을 가고싶다고 휴학을 했고 비용은 전액 부모님께 손을 벌렸습니다부모님은 언니가 몸이 약한 편이라 혼자 유럽에 보내기 너무 걱정이 되셔서 저한테 제발 같이 가주라고 사정사정을 하셨습니다 (언니가 태어나면서부터 인큐베이터에 있었고, 자라면서 기흉 등 자잘한 수술과 입원을 몇 번 한적이 있습니다)
저는 연년생 자매라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고 언니랑 성격, 성향이 정반대라서 해외는 커녕 국내여행도 같이 가기 싫었고 부모님이 비용을 전액 지원해주신다고 해도 언니랑 단 둘이 유럽에 한달동안 절대 가기 싫다고 했으나 부모님이 하도 사정하며 애원하시고 언니도 같이 가달라고 하기에 어쩔 수 없이 가게 되었습니다언니는 제가 원해서 가는게 아니라 (언니가 몸이 약하니까 거의 수발 들러 가는거지요) 언니때문에 가는 것이니 여행에서 제 편의를 많이 봐주겠다며 여행 계획도 니가 다 짜고 니가 가고 싶은곳으로 가고 니가 먹고싶은 곳으로 가자고 전적으로 제 계획에 맞추겠다고 했습니다저는 계획 짜는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계획을 다 짰고 출국하기 전에 예약도 다 마쳤고, 언니한테 마지막 컨펌도 받았습니다 언니는 대충 보고 그냥 좋다 괜찮다 하더라구요
그러고 여행을 가니 제가 짠 코스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맘에 안든다 하고, 이건 이래서 싫고 저건 저래서 싫고 온갖 불평불만을 늘어놓더라구요 저는 제가 계획을 다 짰으니 언니는 아무것도 모르고 수동적으로 저만 따라다니게 되는데, 언니는 옆에서 불평불만하고있고 저는 안되는 영어 써가며 길 찾아다니고 주문하고 해야되는데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너무 힘들고 후회됐어요
역시 제가 우려했던대로 언니랑 저는 성향이 너무나도 달랐고, 가장 안맞았던 점은, 저는 여행을 가면 편하게 입고 다니고 그 나라에서 꼭 봐야 하는 것들,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언니는 화장하는데 기본 1시간은 넘게 걸리고 저는 항상 먼저 준비 다하고 언니가 화장하는거 기다려야 하고, 예약 시간 늦을까봐 기차 놓칠까봐 혼자 초조해하고 조마조마하고 실제로 그래서 언니가 준비하는거 늦어서 체코에서 헝가리 가는 버스 놓친 적이 있습니다그리고 언니는 무조건 인스타에 올릴만한 사진을 건질수있는 예쁜 카페, 인스타에서 사람들이 많이 추천하는 카페 이런 곳들을 가야 한다는 입장이구요
애초에 제가 가고싶은곳들로 계획을 짜라고 한것도 언니였고, 출국 전에 제가 계획짠것들 보여주고 컨펌 받았을때 언니가 자기가 가고싶은 곳들도 좀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의견을 제시했으면 저도 계획에 반영했을텐데 그땐 일절 없었으면서 .. 이제와서 미리 계획한것들이 다 맘에 안든다고 하고 툴툴거리면서 따라오는데 정말 여행할 맛도 안나고 .. 언니도 마찬가지였겠지요 가기싫은곳 어쩔수없이 가야하는 입장이었을테니까요
여행 시작부터 언니랑 의견 차이때문에 싸우기도 하고 사이가 너무 안좋아졌는데 가장 힘든건 언니가 저보고 영어를 못한다고 구박하고 모멸감을 주는 것이었습니다언니는 4년제 대학 중 가장 좋은 여대를 나왔고 저는 전문대를 나왔는데, 평소에도 언니가 학벌로 많이 무시하긴 했으나 여행가서까지 그럴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계획표 들고 열차노선표 보면서 외국인들한테 잘 못하는 영어 써가며 길 물어보고 다니고 언니는 제 뒤에서 저만 졸졸 따라다니면서 저보고 너 아까 발음 틀렸다며 지적하고, 제가 영어를 너무 못해서 쪽팔린다며 입 열지 말라고 하고, 그래서 제가 그럼 언니가 길 물어보라고 하면 또 언니는 계획을 니가 짰는데 내가 어떻게 물어보냐며 저보고 다 미룹니다
언니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외국인들에게 무언가 물어보거나 하지도 않고 제 뒤에서 저만 졸졸 따라다니면서, 제가 외국인들한테 영어로 물어보고 하면 뒤에서 너 아까 문법이 어쩌고 발음이 어쩌고 지적하면서 졸졸졸 따라오는데 한달 여행하면서 싸우기만 하면 언니는 영어 못하는년 무식한년 대가리 빈년 등등 정말 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듣기 싫어 미치는줄 알았습니다
여행 반정도 지났을때 사이가 너무 안좋아져서 결국 경비 반반 나누고 따로 다니기로 했고, 저는 애초에 내가 원해서 온 여행도 아닌데 왜 스트레스받아가며 여기서 이러고 있나 싶어서 눈물도 나고, 유럽이랑 한국이랑 시차도 있는데 어린 마음에 부모님한테 매일 보이스톡으로 전화해서 울면서 하소연하고, (제가 전화할 시간에 부모님은 새벽 시간이라 잠도 못 주무시고 저때문에 더 스트레스 받으셨을테지요) 아무튼 그래서 나는 이만 여행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겠다 했습니다
부모님은 당연히 말리셨고 언니도 그때서야 심각성을 깨달은건지 저한테 한국 먼저 가지말라고 나머지 여행 잘 마무리해보자고 먼저 손을 내밀더군요그 이후로는 어째저째 서로 조심하며 결국 여행을 끝까지 마쳤습니다
유럽에 다녀온 후, 저는 언니가 다시는 학벌로 무시하지 못하게 공부를 해야겠다 생각했고, 편입을 해서 4년제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언니가 영어 못한다고 무시 안하더군요시간이 지나면서 언니는 어느정도 반성한듯, 그때 내가 왜그랬을까 .. 하나밖에 없는 동생한테 내가 왜그랬을까 후회된다며 다시 너랑 여행가면 정말 안싸우고 잘해줄 자신이 있답니다 그치만 저는 사람 안변한다 생각하구요 지금 언니의 반성과는 별개로 여전히 유럽에서의 기억은 악몽처럼 남아있고 언니와 잘 지내긴 해도 두번다신 같이 여행 안가겠다 마음 먹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6년이 지나서 제가 28살이고 언니가 29살인데요9월에 아빠 환갑 기념으로 가족 다같이 해외여행을 짧게 다녀왔습니다이번에도 모든 계획은 제가 다 짰구요 이번에는 언니가 영어 못한다고 뭐라 안하려나 걱정도 됐는데 다행히도 부모님 다 계셔서 그런지 영어 못한다거나 예전같은 면박은 안주더라구요근데 역시 사람은 안바뀐다 느낀게, 별거 아닌 일로 툴툴거리고 날씨 덥다고 짜증내고 .. 주변 사람들 다 불편하게 만들고 .. 여전하더라구요
예로, 어떤 일이 있었냐면 길을 걷고 있었는데 언니가 덥다고 물을 마시고 싶다고 해서 물을 사러 편의점에 갔습니다저는 계산하느라 잘 못들었는데, 제가 계산하는동안 아빠가 물을 언니 가방에 넣으려고 했는데 언니가 복조리 형태로 된 백팩을 메고 있었는데요
복조리 형태의 백팩은 양 옆에 끈이 있잖아요? 그 끈을 양 옆에서 이리저리 잘 조절하면서 가방을 열어야 끈 길이가 안 달라진다나...? 언니 말에 의하면 그렇습니다그런데 아빠는 뒤에 사람들 줄도 서있고 빨리 가야하니까 얼른 넣으려고 언니 가방에 끈을 잡아당긴거죠그래서 언니가 화를 내면서 그냥 나한테 넣으라고 하지 이 가방 끈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또 짜증을 내고 .. 아빠도 이게 그렇게 짜증낼 일이냐며 어처구니없어하고 엄마는 가만히 계시고 저는 계산하느라 못들어서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고 ...
나중에 분위기가 너무 싸해져서 결국 아빠가 언니한테 먼저 사과하셨어요아빠가 가방 끈을 막 잡아서 미안하다, 근데 너도 별거 아닌 일로 너무 짜증내지 말아라 여행 와서 기분 좋게 다녀야지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엄마가 옆에서 거들면서 그건 진짜 미안한 마음으로 사과하는게 아니라며 제대로 사과하라고 그렇게 사과하는건 오히려 사람을 농락하는거다 이렇게 말씀하셨더니 아빠가 정말 질린다는듯이 엄마한테 거들지 말라고 적당히 좀 하라고 하셔서 분위기가 더 싸해진거죠 .. 엄마도 아빠한테 한소리 듣고 기분 안좋아지시고
결국 언니가 아빠한테 그러더라구요 아빠가 먼저 잘못한거니까 내가 용서해주겠다, 나도 아까 짜증내서 미안하다 우리 쌤쌤으로 하자 이러는거에요...? 저 정말 옆에서 이걸 듣고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 아빠도 이미 지치신 것 같았어요 그냥 알았다 하고 말더라구요그래서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역시 언니랑 단둘이 여행 가는건 절대 안한다고 다시금 마음 먹게되었어요
그런데 며칠전 언니가 해외여행을 또 가보고 싶다며 저한테 같이 가자고 합니다저는 위에 나열한 일들로 언니와 해외여행 가는게 죽어도 싫습니다언니랑 둘이 해외여행 갈바에 저 혼자 템플스테이하는게 나을것같아요
언니도 제가 언니랑 해외여행 가기 싫어하는걸 압니다 제가 직접적으로 언니랑 해외여행 가기 싫다 이렇게 말하진 않지만요 암묵적으로 아는 것 같습니다 자기랑 해외여행 가주면 20만원짜리 롱패딩을 사주겠다, 면세에서 뭘 사주겠다, 비행기값을 다 내주겠다 이러고 있어요 지금근데 저는 뭘 사준다고 해도 언니랑 둘이 해외여행 가기 싫습니다
언니가 비용을 내준다고 해도 가기 싫은 이유는 또 있습니다저번에 언니 회사에서 콘도 숙박권이 당첨되어서 가족들 다같이 다녀왔는데, 언니가 자기 회사에서 당첨된거니 자기가 쏜다고 해서 갔습니다언니는 내가 콘도비용 냈으니 나는 아무것도 안하겠다, 나는 돈을 냈으니까 이러면서 저랑 부모님보고 뭐 해줘 뭐 갖다줘 뭐 사다줘 이것저것 다 시키더라구요
언니가 숙박비 내준건 고마운데 이건 뭐 가족들끼리 서로 장사하는것 마냥 나는 돈 냈으니까 아무것도 안할래 이런 태도가 너무 눈에 보이고, 우리가 언니 수발 들고 있는 모양새라 기분이 썩 좋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돈 안내줘도 되니까 하인노릇하러 가는 여행 하고 싶지 않습니다아무튼 상기 이유로 또 한번 언니와 여행 가지 말아야겠다 다짐하게 되었어요
제가 언니한테 언니랑 해외여행 가기 싫다고 말하면 언제적 일로 뒤끝 부릴거냐 이러면서 또 제가 속좁다고 뒤끝 길다고 제탓할것같고 또 싸울것같고 또 집안 분위기 싸해지는게 싫어서 말하기도 싫습니다
이런 고민을 아빠한테 말씀드렸더니 아빠가 다 이해한다고 아빠가 무슨 해외여행이냐고 돈 아끼라고 반대하는척 해주셨는데 언니가 그럼 국내 여행이라도 가자고 합니다 ㅠㅠ 저는 언니랑 국내 어디라도 가기 싫습니다.. ㅠㅠㅠ언니한테 솔직하게 나 너랑 여행 어디든 가기 싫다 이렇게 말하면 되는데, 말하기 쉽지가 않네요.. ㅠㅠㅠㅠ
댓글에 왜 언니한테 말을 못하냐는 분들이 계셔서요...저도 어렸을땐 할말 다했어요 근데 그럴때마다 엄마가 언니편들면서 니가 말 못되게 하는거다, 니가 언니한테 버릇없게 구는거다, 언니한테 사과하라고 저만 혼내셔서 점점 말 못하게 되더라구요.. 지금은 그냥 말 안하고 참는게 편한 상태이기도 하고 .. 이것도 습관이 된것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