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닝 남자 & 치마 여자' 의 세 번째 이야기가 너무 늦어져서 죄송하다.
좀 더 빨리 쓰려고 했지만 독자들의 추천과 코멘트가 너무 없어서 글을 쓰고 싶은 의욕이 없었다...
... 라기보다 여친과 헤어짐을 담보로 대판 싸우는 바람에 하마터면 자칫 연재 자체가 중단될 뻔 했다-_-
그래서, 애초에 쓰려고 마음 먹었던 [여자친구와 쇼핑 할 때의 주의점]에 대해선 다음편에 쓰도록 하고
이번편에서는 [여자친구의 신비로운 눈물샘]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한다
<3> 여자친구의 눈물꼭지는 퐁퐁 샘물같다-_-...
난 태어나서 싸움 같은 거 거의 해 본 적이 없다
생긴 것과는 달리 부드럽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고 남을 배려하는 등의 성품 때문에
안 싸우는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생긴 게 ‘조폭스러워서’ 싸울 일이 없었다-_-
여자친구 역시 태어나서 싸움 같은 거 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나와는 틀리게 좋고 싫음이 분명한 성격이지만 자신이 싫어하는 것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싫다면 그를 향해 험담하거나 비난하기보다는 아예 관심을 안 갖는다)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싸울 일 자체를 만들지 않는 성격이다
그러나, 이런 우리 둘이 만나면 이상하게 싸우게 된다
싸움도 그냥 싸우는 게 아니라 거의 매일 반복하다시피, 또, 처절할 정도로 싸운다
왜 싸우는지에 대해서는 굳이 얘기하지 않겠다
(어차피 이 연재 자체가 우리 둘의 싸운 얘기가 대부분일테니 앞으로의 연재를 기다리시라)
엊그제 화이트데이 때도 싸웠다
영화까지 예매해 놓고서는
둘이 같이 삼겹살 파티도 하고 아이스크림 케익도 같이 먹자고 계획까지 다 세워 놓고는
여자친구 완전히 삐지는 바람에 난 한밤중까지 쫄쫄 굶다가 24시간 체인점 '김밥천국' 에 가서
'돈까스랑 김밥 세 줄이랑 우동 하나랑 쫄면 하나’를 사다가 다 먹어 버렸다
(싸워서 스트레스 받아서 그렇게 먹었다고 나름대로 생각하고 싶다-_-...)
먹으면서 진짜 속 터지고 열 받았다
그래서 혼자 소리쳤다
도대체! 내가 뭘 잘 못 했다고 그러는 거야!
말하지 않는데 알아서 다 해 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구?
내가 무슨 점성술사냐! 니가 말 하지 않는데 어떻게 다 알아!
내가 무심해서 슬프다고? 원래 이렇게 생겨 먹은 걸 어쩌라구!
그래도 니가 하자는대로 다 하려고 하잖아!
물론, 나도 고집 부리면서 못 고치는 것도 있지만
이제까지 그렇게 살아온 것을 어떻게 한 번에 다 고치냐고!
서로 차차 고쳐야 하는 거 아니야!”
혼자서 잔뜩 화 나서 소리를 치던 나는...
배가 불러오기 시작하자 행복한 포만감으로 인해 갑자기 화가 다 풀려 버렸고-_-
(내가 원래 단순한 놈이라서 화가 나도 금방 잊어버린다)
왜 내가 화를 냈는지에 대한 '논리적 당위성' 을 망각한 채로
'무조건 내가 잘못했다고 싹싹 빌자' 라는‘논리박약하지만 더 설득력있는 당위성’을 앞세워‘사죄 전화’를 했는데...
<초반전>
“여보세요”
(몇 번 안 받더니만 기어이 전화를 받았다)
“왜 전화 안 받았냐? 잤냐?”
“아뇨”
(일부러 전화 안 받은 거 같지만 그냥 모른 척 밀고 나가보자)
“안 잤는데 왜 전화 안 받았냐”
“그냥 안 받았어여”
“왜 그냥 안 받았는데”
“지금도 안 받으려고 했는데 받은 거에여”
(여기서 뜨끔 했지만 멈추지 말고 계속 전진해야 한다)
“난 무슨 일 있는지 알고 걱정했잖아. 전화를 왜 안 받고 그래”
“어제 헤어지자고 소리 치고 전화 끊었잖아여. 그럼 이젠 우린 헤어진 거잖아여”
“헤어지면 전화 안 받는 거냐?”
(내가 한 말이지만 이게 뭔 말이래-_-...)
“헤어지면... 헤어지면 전화 안 받는 거잖아요”
(역시 바로 반격이 들어오는군)
“서로 화가 나서 그렇게 소리친 거지 실제로 그러자는 건 아니잖아”
“헤어지자고 말 하면 헤어지는 거잖아요. 왜 말을...”
“하여튼! 전화 안 받아서 걱정했잖아!!”
“......”
<초반전 분석>
일단, 서두는 양 진영이 적절한 선에서 잘 마무리 지었다고 생각된다
여자친구는 몇 번 전화를 안 받으면서 자신의 감정상태에 대해 강하게 어필하였고
나 역시 몇 번의 전화를 하는 동안 많이 걱정했다는 심경을 강하게 피력했다
특히, 마무리에서 ‘말 자르기 기술’은 초반전의 백미였다고 생각된다
거기서 말을 계속 이어가봤자 소모적인 각자의 명분만 내세우게 되고 마무리에 애를 먹었을테다.
적절한 타이밍에서의‘강한 어택’, 그리고 태클에 넘어져 주는 이런 태도가
이전투구식의 난타전을 피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술이었다
<중반전>
“우린 서로가 너무 틀려요”
“틀린 게 당연하지. 같을 수가 없잖아”
“틀려도 너무 틀리다구요. 오빠는 너무 무심하고 여자의 마음을 너무 몰라요”
(언제나 같은 패턴의 싸움으로 흘러간다)
“내가 원래 성격이 무심한 걸 어쩌냐. 고치려고 노력하잖아”
“고치려고 해도 안 되잖아요. 그것 때문에 내가 얼마나 속상한 줄 알아요”
“이제껏 살아온 시간이 있는데 어떻게 단기간에 고쳐지냐”
“그러면 오빠가 고쳐질 동안 난 매일 이렇게 가슴 아파야 되잖아요”
“그럼 너도 무뎌지려고 노력해 봐. 그러면 덜 속상할 거 아니냐”
“......”
여기서 난 해서는 안 될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야 만다
'너도 무뎌지려고 노력해 봐...’라는 이 말 한 마디...
모든 여자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여자친구는 특히‘사랑에 완전히 목숨을 거는’그런 타입니다.
남들은 아직 여자친구가 어려서 그런다고, 나이 먹으면 틀리고 학교 졸업하면 틀리고
직장 다니면 틀리다고 말을 해 주는데, 솔직히 여자친구 나이 이십대 중반으로
넘어가고 있어서 나이가 결코 어리다고 할 수도 없을뿐더러 학교 졸업해도 남들처럼
직장에 취업하는 게 아니라서 (피아노 전공이다)‘사랑에 목숨 거는’이 모습이 달라질 가능성이라는 게 거의 없다.
더군다나, 태어나서 바지를 입어본 적이 거의 없는, 자타 공인하는‘여자 그 자체’가 아니더냐...
목에 칼이 들어와도 절대 변할 수 없는 것인데, 그것을 너무나 잘 아는 오빠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는 게 너무 속상했던지 참았던 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핸드폰 붙잡고 통곡 하면서 울기 시작한 게 거짓말 안 하고 한 시간을 훌쩍 넘겨 버렸다!
솔직히, 여자들 울 마음만 있으면 한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운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이렇게 한 시간 내내 끊이지 않고 울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놀라웠다.
실제로 눈물이 그렇게까지 날 수 있느냐 하는 것도 놀랍지만
한 시간 내내 울음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도 놀랍다. 정말 대단하지 않는가!
여하튼, 한 시간 동안 운 다음엔 다음 한 시간 동안은 아무 말 않고 침묵하기로 돌입했는데...
진짜, 나 말로만 들어봤지 한 시간 동안 한 마디도 없이 핸드폰을 들고 있다는 거 자체를 처음 해 봤다.
뭐 예전에 여자친구 잠 든 다음에 아무 말 없이 전화기 들고 있었던 적은 있었지만 이건 분명히‘미필적 고의’가 아니더냐!
그러나, 약자인 나로서는 그저‘말 좀 해봐’‘야아’등등의 말 몇 마디만 할 수 있었을 뿐 더 이상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중반전 분석>
언제나 되풀이 되는 패턴의 싸움에서는 조그만 실수가 운명을 좌우하게 된다.
다소 지루하고 서로에게 소득 없는 싸움일지라도 침착하게 잘 이끌어가야 적어도 본전이라도 할 텐데
성급한 말 한 마디가, 특히, 자신의 감정에 이기지 못한 말 한 마디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나로서는 그것을 참지 못하고 한 마디 하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고, 말 그대로‘사서 고생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마무리>
두 시간 여가 지난 다음에...
“이젠 끊어요. 더 이상 할 말 없어요”
“내가 잘 못 했다니까. 고친다니까”
“오빠는 결코 나아질 수 없어요”
“왜 그러셔! 나아지는 모습을 지금부터 보여주면 될 거 아니셔!”
(여자친구가 조금의 틈을 보여주면 바로 유머러스한 말투로 헤쳐나갈 시도를 한다)
“아니에요. 오빠는 결코 나아질 수 없어요. 지금도 똑같잖아요”
“뭐가 똑같아. 난 니가 우는 동안 울지 말라고 안 했잖아”
(저번에 울 때 울지 말라고 했다가 더 욕 먹었다. 우는 사람보고 울지 말라고 하면 더 서럽다나)
“그게 오빠의 한계에요. 내가 울면 울지 말라고밖에 더 말해요”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는데”
“오빠는 내가 울 때 언제 눈물 닦아준 적 있어요?”
“그럼 뭐 어떻게 하라고? 내가 눈물 닦아 주라고?”
“......”
그렇다
그런 거였다-_-
여자친구가 울 때엔 그냥 내버려두는 게 아니라 가서 눈물을 닦아 줘야 하는 거였다-_-...
“그러면 오빠가 지금 집 앞으로 갈까?”
“싫어요”
(하긴 지금 너무 늦은 시간이다)
“오빠는 내가 오란다고 오는 거잖아요. 그래서 싫어요”
(으잉? 그럼 얘는 늦은 시간이라서 오지 말라는 게 아니란 말인가?)
“아니야. 내가 가고 싶어서 가는 거야”
“아니에요. 오빤 내가 오라고 해서 오는 거에요”
“아니라니깐. 내가 지금 간다”
“오지 말아요”
(그러나, 목소리에 힘이 없는 걸로 보아 이건 내가 가야 되는 분위기다)
“잠깐만 기다려라. 내가 갈게. 가서 전화할게”
“싫어요. 오지 말아요”
“아냐! 내가 갈게. 기다려! 금방 준비하고 갈게”
“나 전화 끊을래요”
“갈게! 기다려!”
이렇게 전화를 끊은 나는 여자친구의 집으로 잽싸게 가야 했다
<마무리 분석>
여자친구와 싸우다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했다고 느꼈을 때 가끔 자포자기하면서 포기하는 남자들이 있다.
그러나, 그건 어리석은 행동이다.
그것이 최악이라고 느껴서, 도저히 손 써 볼 방법이 없다고 느낄 때라도 결코 늦은 것이 아니다.
내가 여자친구에게 듣는 가장 큰 지적은 ‘뭐든지 논리적으로 해석하려는 방법’에 있었다.
난 싸워도 논리적으로 싸우고 결론도 논리적으로 내려고 하지만 여자는, 아니, 적어도 내 여자친구는 그게 아니었다.
논리적으로는 안 맞아도 감성적으로 진심을 보여준다면 해결이 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물론, 나 역시 지금도 완전히 납득한 것은 아니다. 고등교육을 받은 우리이고,
평소 논리적인 사람이라고 서로를 느꼈음에도 둘의 관계에선 그것보다 감정에 지배받는 게 대부분이었다
여하튼, 몇 시간 동안의 치열한 싸움은 그 늦은 시간 여자친구에게 찾아가서
약 이십여 분 정도 안아준 것으로 모두 해결 되 버렸으니...
이렇게 간단한 것인 줄 알았다면 애초부터 시작도 안 했을텐데-_-...
새삼 연애라는 게 보통 힘든 것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