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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사랑이야기-1

쓰니 |2024.06.16 22:55
조회 318 |추천 1

십 수 년 전, 고등학생이었던 우리는 대학 프로그램에서 만나게 되었다.

모두 초면인 친구들이 가득했지만, 같은 조로 약 일주일을 함께 공부도 하고 게임도 밤새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너와 나도 그랬다.

게임 세레머니로 노래를 부르는 너를 보며 멋있다고 생각했고, 웃는 모습이 귀여웠다.

그렇게 시간이 금세 지나갔고, 마지막 날 각자의 지역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며 정든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수능 끝나면, 대학생이 되면, 성인이 되면 우리 꼭 다시 만나자고.

그러고 내가 타야할 버스를 타려는 순간 누군가가 뒤에서 날 불렀다.

너였다.

너는 내 핸드폰 번호를 물어보았고, 그렇게 우린 번호 교환을 했다.

다른 친구들과 한 것처럼 똑같이 수능 끝나고 대학생이 된 성인일 때 다시 만나자고 인사했다.

 

그렇게 1년 반이 흘렀다.

우리는 수능을 쳤고, 대학이 어느 정도는 다 정해져있었고, 갓 성인이 된 20살이었다.

시간이 남아돌던 그 시기 나 역시 시간을 흘려보내며 하루하루를 살던 중,

너에게 연락이 왔다.

안부 인사와 함께 만나서 같이 놀지 않겠냐고 했다.

다른 친구들과는 다르게 우리 둘은 지역은 달랐지만 1시간 정도면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살고 있었고,

예전 노래를 잘 부르던 너의 모습이, 웃는 모습이 귀여운 너의 얼굴이 떠올랐다.

버스 타기 전 등 뒤로 나를 불러 세웠던 너의 목소리까지도.

주말에 약속을 잡았고, 어색하지만 또 반갑게 우리는 처음으로 함께 만나 놀았다.

그동안 공부는 잘 했냐, 대학은 발표가 다 났냐, 고생했고 앞으로 정말 신나게 놀 일만 있을거라며 꽃길을 상상하며 깔깔거리며 이야기를 나눴다.

둘 다 공부만 열심히 해온 학생이었기에 이성친구와 노는 법을 잘 몰랐고, 삐걱거리며 얘기하는 그게 데이트라는 것도 잘 모른 채 우리는 그저 노는 것이 재밌다며 만나면 다음 약속을 잡기 바빴다.

그러다 문득, 이건 호감이며 이 감정이 좋아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너는 덜덜거리는 목소리를 애써 붙잡으며 고백을 했고, 나는 그래 라는 말을 하기 부끄러워서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게 첫사랑이 시작되었다.

글쎄, 지금생각해보면 그때 그 것이 사랑까지 이어졌는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몇 달 만나지도 못하고 우리는 헤어졌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동안 우리가 했던 데이트는 고작 손잡고 길을 걷거나 함께 밥을 먹거나 노래방에서 최신곡을 부르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 나는 손잡고 길을 걸을 땐 심장이 도로에 떨어져서도 팔짝팔짝 뛰고 있을 것만 같았고,

함께 밥을 먹다가 눈만 마주쳐도 부끄러워서 헛기침을 하고 내 밥그릇만 보며 밥을 먹었고,

노래방에서 너가 스크린을 보며 노래를 부르면 옆모습만 흘깃흘깃 보며 설레던 그런 시간들이었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가 내 손을 처음 잡던 순간이 20년 인생 중 가장 용기를 낸 순간이었을테고,

나랑 노래방에 가서 한 곡 들려주기 위해 혼자서 이미 몇 번이나 잘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찾았을 테니까.

하지만 최종적으로 우리가 진학했던 대학은 약 4시간이나 떨어진 위치였고, 갓 20살인 우리는 그 거리를 극복할 능력도, 돈도 없었다.

시작하는 것도, 멀어지는 것도 어려웠던 우리의 첫 번째 연애가 끝이 났다.

 

사실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기 너무 힘들었다거나 울면서 밤을 지새진 않았다.

나는 대학을 갓 입학한 새내기였고, 내 앞에 펼쳐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에 급급했다.

선배들은 매일같이 밥을 사줬고, 동기들끼리는 매일같이 술게임을 배우며 즐겁게 놀았다.

매일 같은 교복을 입고 등교했던 단조로운 아침이

무슨 옷을 입을지 고민하고, 고데기를 하고, 화장을 하고 등교 하는 바쁜 아침으로 바뀌었지만,

매일 다르게 입을 옷을 사는 것도 재미있었고, 이제는 내가 화장을 해도, 립스틱을 발라도, 귀걸이를 해도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 게 그저 신기해서 다 재밌었다.

그러다보니 나를 좋아한다는 동기가 생겼다.

친구들은 과CC를 만들어보겠다며 나와 그 동기를 엄청 밀어줬다.

볼링을 치러 가면 무조건 같은 팀을 시켰고, 길을 걸을 땐 우리 둘을 남겨두고 먼저 걸어가고는 했다.

그런 분위기에 이어 데이트도 몇 번 했다.

함께 길을 걷고, 밥을 먹고, 노래방도 갔다.

하지만 심장이 거리에 튀어나올 것 같지도 않았고, 밥 먹다가 눈이 마주쳐도 빤히 보며 밥이 잘만 넘어갔다.

그래서 그 동기의 첫사랑은 실패하고 말았다.

그렇게 학기가 끝나고, 여름방학이 되었다.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대학 친구들은 여름이 꺾일 쯤에 다시 보자며 인사를 했고, 나 역시 우리 집에서 방학을 만끽했다.

 

어느 날, 카톡이 왔다.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온 몸이 찌릿찌릿했다.

너였다.

너 역시 방학이 되어 고향으로 왔고, 각자 고향에 있는 우리의 거리는 다시 1시간이 되었다.

이런 저런 미사여구를 지나서, 시간 되면 한번 보지 않겠냐며 너가 조심히 물어봤다.

내 심장이 다시 팔딱팔딱 뛰는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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