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보기만 하다 글 남겨보는 건 처음이네요.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써보겠습니다.
전 이혼가정에서 자랐어요.
부모님이 어렸을 적부터 정말 많이 싸우셨어요.
그때는 자세한 이유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돈 문제였던 것 같아요.
이혼의 결정적인 이유는 엄마의 빚 때문이었어요.
너무 많은 이야기가 얽혀있지만 자세한건 생략할게요.
어렸을때부터 부모님 싸우는 소리 많이 듣고 자라서 그런지
커서도 누가 소리 지르면 괜히 어깨가 움찔움찔 했어요.
그래서 어쩌다보니 연애기간동안 저한테 싸울때도 소리 한번 안 지르고 언제나 조곤조곤 감정기복 없는 사람이랑 결혼했네요.
부모님 이혼 후에는 아빠랑 살았어요.
아빠는 제가 중학생일 때 재혼하셨구요.
새엄마도 제 또래 딸이 있어서 부모님 두분 다 항상 조심스러워하신 탓에 그래도 큰 사건사고 없이 잘 지냈어요.
그런데 제가 고등학교 2학년일 때 아빠랑 새엄마 사이에 아들이 생겼어요.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생생히 다 기억나요.
멋쩍게 웃지만 내심 기분 좋아보이던 새엄마랑 미안해하면서 얘기하지만 너무 기뻐하시던 아빠까지도요.
저도 그 나이에 알 건 다 알아서 이미 40대 후반인 아빠와 새엄마가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에 참 두분 많이 사랑하시나보다 하며 속으로는 그 아가를 조금 미워했어요. 아니 사실 많이 미워했어요. 심지어 아들이라 친할머니가 너무 좋아하셨어요. 이혼 전에 제 엄마가 아들 못 낳았다고 할머니한테 구박 많이 받으셨거든요. 엄마 잘못 때문에 이혼한 거 알지만 그래도 온갖 시집살이 다 하며 아들 못 낳았다고 구박까지 받던 엄마 생각하니 울컥하고.. 그냥 모든게 다 감당하기 너무 버거웠어요.
무엇보다 공부에 집중해야 할 때니 저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아이를 가진, 조심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도 많았구요.
아까 언급했다시피 새엄마 딸도 제 또래라 공부에 한창 집중해야 하던 시기라 이 계기로 조금 친해졌었네요.
아무리 그래도 신생아 있는 집에서는 도저히 못 살겠다 싶어 고2 겨울방학부터는 도서관에서 최대한 늦게까지 공부하다 친할머니 댁 가서 자고 학교 가고 그랬어요.
사실 친할머니는 그 잘난 아들 낳은 며느리 힘들다고 아기 보느라 거의 저희 집에서 살아서 할머니 얼굴 볼 일은 또 많지 않았네요.
서론이 너무 길어졌지만, 지금 제가 임신을 한 상태에요.
예쁜 우리 아가 품고 이런 안 좋은 얘기 써서 너무 죄책감이 들지만 정말 너무 답답하고 우울한데 마땅히 털어놓을 곳이 없어서 적어봐요.
저 아이 잘 키울 수 있겠죠?
임신하기 전에는 마냥 나는 우리 아기 잘 키울거다, 내가 받은 상처 되물림하지 않게 누구보다 예쁘게 사랑 듬뿍 주며 키울거다. 이랬는데, 요즘 우울증 때문일까요? 자꾸 안 좋은 생각만 드네요.
나름 궂은 환경 속에서도 전 잘 자랐다고 생각했는데,
전 괜찮았던 게 아니었나봐요.
사실은 많이 아프고 힘들었는데 그런 저를 보듬어줄 사람이 없어서, 나도 모르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고 내색해야겠다는 생각조차 못 했었나 봐요.
하루에도 몇번씩 이렇게 예쁜 제 아가를 감히 내가 키워도 되는걸까? 내가 잘 키울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우리 아가에서 상처주면 어쩌지? 이런 생각하다 그냥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아가에게 상처주는 것 같아 또 못난 저 자책하고..
이러면 안되는거 알지만 계속 이 생각이 끊이지 않아요..
아빠랑 새엄마가 아들 생겼을 때 내가 미워하지 말고 축복해줄 걸.. 괜히 저도 아기가 생기니 그런 마음이 드네요.
한번씩만 잘 키울 수 있다 힘 주세요. 저 잘 키워볼게요.
저 정말 잘 키울 수 있겠죠? 결국엔 또 도돌이표네요.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건지.. 글 쓰다가도 몇번씩 울컥해서 글이 횡설수설한 것 같네요. 긴 글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제 우울한 글에 혹여 오늘 하루 기분 망칠까 걱정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