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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가정에서 자랐지만 아이 잘 키울 수 있겠죠?

쓰니 |2024.07.18 14:00
조회 7,992 |추천 24
항상 보기만 하다 글 남겨보는 건 처음이네요.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써보겠습니다.

전 이혼가정에서 자랐어요.
부모님이 어렸을 적부터 정말 많이 싸우셨어요.
그때는 자세한 이유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돈 문제였던 것 같아요.
이혼의 결정적인 이유는 엄마의 빚 때문이었어요.
너무 많은 이야기가 얽혀있지만 자세한건 생략할게요.
어렸을때부터 부모님 싸우는 소리 많이 듣고 자라서 그런지
커서도 누가 소리 지르면 괜히 어깨가 움찔움찔 했어요.
그래서 어쩌다보니 연애기간동안 저한테 싸울때도 소리 한번 안 지르고 언제나 조곤조곤 감정기복 없는 사람이랑 결혼했네요.
부모님 이혼 후에는 아빠랑 살았어요.
아빠는 제가 중학생일 때 재혼하셨구요.
새엄마도 제 또래 딸이 있어서 부모님 두분 다 항상 조심스러워하신 탓에 그래도 큰 사건사고 없이 잘 지냈어요.
그런데 제가 고등학교 2학년일 때 아빠랑 새엄마 사이에 아들이 생겼어요.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생생히 다 기억나요.
멋쩍게 웃지만 내심 기분 좋아보이던 새엄마랑 미안해하면서 얘기하지만 너무 기뻐하시던 아빠까지도요.
저도 그 나이에 알 건 다 알아서 이미 40대 후반인 아빠와 새엄마가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에 참 두분 많이 사랑하시나보다 하며 속으로는 그 아가를 조금 미워했어요. 아니 사실 많이 미워했어요. 심지어 아들이라 친할머니가 너무 좋아하셨어요. 이혼 전에 제 엄마가 아들 못 낳았다고 할머니한테 구박 많이 받으셨거든요. 엄마 잘못 때문에 이혼한 거 알지만 그래도 온갖 시집살이 다 하며 아들 못 낳았다고 구박까지 받던 엄마 생각하니 울컥하고.. 그냥 모든게 다 감당하기 너무 버거웠어요.
무엇보다 공부에 집중해야 할 때니 저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아이를 가진, 조심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분노도 많았구요.
아까 언급했다시피 새엄마 딸도 제 또래라 공부에 한창 집중해야 하던 시기라 이 계기로 조금 친해졌었네요.
아무리 그래도 신생아 있는 집에서는 도저히 못 살겠다 싶어 고2 겨울방학부터는 도서관에서 최대한 늦게까지 공부하다 친할머니 댁 가서 자고 학교 가고 그랬어요.
사실 친할머니는 그 잘난 아들 낳은 며느리 힘들다고 아기 보느라 거의 저희 집에서 살아서 할머니 얼굴 볼 일은 또 많지 않았네요.
서론이 너무 길어졌지만, 지금 제가 임신을 한 상태에요.
예쁜 우리 아가 품고 이런 안 좋은 얘기 써서 너무 죄책감이 들지만 정말 너무 답답하고 우울한데 마땅히 털어놓을 곳이 없어서 적어봐요.
저 아이 잘 키울 수 있겠죠?
임신하기 전에는 마냥 나는 우리 아기 잘 키울거다, 내가 받은 상처 되물림하지 않게 누구보다 예쁘게 사랑 듬뿍 주며 키울거다. 이랬는데, 요즘 우울증 때문일까요? 자꾸 안 좋은 생각만 드네요.
나름 궂은 환경 속에서도 전 잘 자랐다고 생각했는데,
전 괜찮았던 게 아니었나봐요.
사실은 많이 아프고 힘들었는데 그런 저를 보듬어줄 사람이 없어서, 나도 모르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고 내색해야겠다는 생각조차 못 했었나 봐요.
하루에도 몇번씩 이렇게 예쁜 제 아가를 감히 내가 키워도 되는걸까? 내가 잘 키울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우리 아가에서 상처주면 어쩌지? 이런 생각하다 그냥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아가에게 상처주는 것 같아 또 못난 저 자책하고..
이러면 안되는거 알지만 계속 이 생각이 끊이지 않아요..
아빠랑 새엄마가 아들 생겼을 때 내가 미워하지 말고 축복해줄 걸.. 괜히 저도 아기가 생기니 그런 마음이 드네요.
한번씩만 잘 키울 수 있다 힘 주세요. 저 잘 키워볼게요.
저 정말 잘 키울 수 있겠죠? 결국엔 또 도돌이표네요.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건지.. 글 쓰다가도 몇번씩 울컥해서 글이 횡설수설한 것 같네요. 긴 글 읽어주셔 감사합니다.
제 우울한 글에 혹여 오늘 하루 기분 망칠까 걱정되네요.
추천수24
반대수4
베플ㅇㅇ|2024.07.20 14:50
저도 이혼가정에 새어머니 밑에서 자랐습니다. 저는 정서적으로 학대아닌 학대를 당했고, 아버지와 어머니를 통해서 부부도 남이될수 있다는생각에 아이를 낳고싶지 않았습니다. 저와똑같은 아이가 될까봐요 그런부분을 남편이랑 사전에 이야기 많이했고 남편이 생각바꾸어주려고 많이 노력해주었고, 지금도 아이낳고 문득문득 제가잘하고 있는건가 의문은 듭니다. 아이는 눈으로만 볼줄 알았지 아이와 함께 하면서 물질적으론 풍요로웠지만 정서상 엄마 아빠의 손길이 필요했던 그때 나는 정말 불쌍하게 컸구나라는 자기연민이 들때도 많습니다. 쓴이님도 엄마 처음이시자나요. 저도 처음이구요. 저는 자기객관화를 굉장히 노력해서 제가 부족한 부분을 회피하지 않고 바라보았어요. 이혼가정에서 자란 피해자라고 핑곗거리 만들고 싶지않아서, 내가 부족한부분은 인정하고 남편에게 도움 요청했습니다. 아이와 상호 교류하는 법에대해서 저는 많이 부족합니다. 이혼가정에 외동에 자라다보니, 아이들이랑 어떻게 교류해야될지 모르겠더라구요. 남편이 그래서 아이랑 상호 교류를 많이 해주고 놀아주고 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 주고있습니다. 대신에 저는 남편이 잘 못하는 환경정리와 옷매무새와 같은 생활 습관 교육관련된 부분에서 채워가고 있구요. 아이는 혼자 양육하는게 아니고 공동으로 남편과 함께 양육하는 부분이니까 배우자분이랑 충분히 협의하고 노력하시면 됩니다. 8살된 아이가 저한테 태어나게 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할때 정말 눈물 많이 났습니다. 저는 아이 만할때 나는 왜 태어났을까 계속 반문하고 엄마 아빠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못했거든요. 정말 많이 부족한 제가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쓴이님도 충분히 하실수 있어요. 마음껏 사랑해주시고 과거의 쓴이님을 보듬어주세요. 쓴이님이 잘못하신건 하나도 없습니다. 0에서 플러스로 채워갈 일만 있으실꺼예요. 모쪼록 남은기간 건강하게 잘 품으시고 건강하게 순산하시고, 몸조리 잘하시고 화이팅하세요.
베플ㅇㅇ|2024.07.20 16:34
이런 생각 자체가 화목하지 못한 가정에서 커서 그런거고. 제 생각은 본인만 희생당한것처럼 썼내요. 새엄마와 아빠가 당신이 고3 이라고 임신도 미뤄야 하나요? 내가 보기엔 새엄마와 아빠가 당신 눈치도 많이 본것 같은데? 그리고 이혼가정에서 자란것치곤 화목하게 자랐다고 생각되는데요? 그러니까 결혼도 하고 임신도 한거지. 정말 힘들게 자란 사람들이 이 새상애 얼마나 많은데 배부른 소릴 합니까? 당신 발바닥만도 못하게 사는 사람들 천지요. 임산부라 여기까지만 쓰죠. 징징거리고 살지마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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