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은 친구랑 절교한 이유,
ㅇㅇ
|2024.07.19 17:37
조회 592 |추천 1
친구랑은 고등학교 때 둘만 붙어 다닐 정도로 굉장히 친했었어.다른 과, 다른 반이어도 말이지.고등학교 1학년 때 따돌림을 당했고,그런 애들 틈에서 다니기 싫어서 혼자 다니다 이 친구를 만나게 되어 사실 나한텐 굉장히
고마운 친구였어. 이 친구는 다른 친구들이 많았는데도 나랑 다녀줬거든.
고3 우린 생산직으로 취업을 했는데, 이 친구의 이모부가 공장에서 높은 직급에 있어서
우리를 같은 부서에 넣어준다고 호언장담을 했어.
근데 결국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었고, 나는 이 친구보다 먼저 입사를 하게 되었지.
난 너무 안맞아서 두 달 만에 퇴사했어..
20대 초반 나는 서울로 상경하고 싶은 마음만 있었는데 마침 이 친구가 자기 자취할거라고
같이 살자 그래서 부천에 월세 방을 구하기로 했어. 사정 상 친구는 이모랑 함께 살고 있었는데, 아주 보수적이셨지. (
나는 열 번 넘게 부천에서 방을 구하면서도 진짜 너 자취할 수 있겠냐고 되물었고
무조건 자기는 자취할거라고 했어.
계약금이 50만원이었고, 나의 전재산은 75만원 정도였지.
자기는 지금 여유 자금이 없다고 너가 내면 어떻게든 보증금은 반반씩 낼 수 있다고 하더라고.
계약금 50만원을 바로 보냈지. (나는 보증금은 부모님한테 부탁하려고 했음)
그날 밤 울면서 전화가 왔어. 이모가 자취 못하게 해서 못할거 같다고.. ㅎㅎ
50만원은 이모가 준다고 했다고 꼭 주겠다고 했지.
생활이 어려우니 행방을 찾았지만 계속 꼭 줄게 하면서 그렇게 몇 년이 지났어.
그래도 연락은 하고 지냈고.
20대 중반 서울로 올라가게 되었고, 우린 둘 다 다른 직업을 하고 있었지.
내가 몇 번 파주로 놀러를 갔고, 이 친구가 이번엔 내 쪽으로 오겠다며 홍대에서 만나기로 했어.
음, 연락이 안되더라고. 핸드폰이 고장났나 해서 약속한 시간에 장소로 나가서 기다렸지.
한 시간 뒤에 문자가 오더라고, 급한 일이 생겼다고. 다음엔 자기가 다 쏜다고.
그 다음 약속도 역시나 취소가 되었어.
반년 뒤에 만났는데 자기가 홍대에서 뭐 하고 놀았는데 이런 얘기를 하더라,
기분이 좀 안좋았지만 뭐 급한 일이니까 이해해야지 했어.
근데 이상하게 내 쪽으로 오는 날에만 그렇게 약속이 취소가 되더라, ㅎㅎ
열 번중에 아홉 번은 취소였어.
나중엔 약속도 안하려고 했지.
난 정말 주변에서 아니면 칼같이 인간관계를 끊는 걸로 유명한데, 이 친구한테만은
너무 고마웠어서 그게 안되더라구.
그러다 설날이라 본가에 내려가니 오랜만에 만나서 놀자- 했지.
지방이지만 이 친구는 굉장히 시골 쪽에 살아서 버스로 한 시간이 걸리는 곳에 살았어.
당일날 연락이 안되더라, 음......
근데 이게 안나가기가 좀 애매하잖아?
추위에 덜덜 떨면서 한 시간을 기다렸는데, 문자가 오더라.
어제 밤에 갑자기 사촌오빠랑 사촌언니가 찾아와서 자기한테 술을 엄청 먹였대.
나는 화가 났고, 그래서 나올 수 있는 거야? 했더니,
'근데 지금부터 준비하면 한시간이고 나가는데 한시간이고 날이 추워서 버스도 운행 안할 수도 있는데, 근데 나갈 수 있어!'
나오기 싫다는 거잖아? 그냥 집에 갔지.
명절이라 다들 오랜만에 고향에 와서 다들 삼삼오오 만나서 노는데 너무 처량했어.
그 뒤로도 만나자는 연락이 왔고, 미안하지만 매번 이렇게 약속 취소되고 취소된 연락도
당일 혹은 시간 지나 연락 받는 것도 너무 기분 나쁘다고 했지.
장문의 카톡이 오더라.
이런게 반복이 되어가도 내가 이 친구를 끊어낼 수 없었던 건 가장 힘들었을 때,
유일하게 내 옆에 있어줬었기 때문이었어.
이상한건 얘 주변 모두가 나를 알고 있었어.
제일 친한 친구라고 자랑을 엄청 한다는거야. 남자친구도 만나면 맨날 내 얘기 밖에 안한다고.
그러다 친구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 할아버지랑 같이 자랐거든,
(친구는 본가 / 나는 서울) 휴무 때 얼굴 보러가겠다고
맛있는거 사가겠다고 했지. 친구가 정말 고맙다고 위로된다고 그날 보자고 했어.
당일날 혹시나 뭐 필요한거 없나 물어봤지,(참고로 난 운전을 못했어 이때)
커피, 휴지(30개짜리 묶음), 뭐 이것저것, 그리고 하늘보리 큰거 3개를 사다달라는거야.
솔직히 당황했어. 아무리 돈 주겠다고 해도 대중교통 이용하는거 뻔히 알텐데..
휴지도 그렇고 하늘보리는 또 뭐지, 했지.
차마 휴지는 못사고 하늘보리는 작은거로 4개 정도 사간거 같아.
정류장이 어딘지도 몰라.. 사실 마중 나와있을 줄 알았어. (다음정류장 led 표시도 꺼져있었음)
어딘지 몰라서 계속 주의 깊게 보다한 정거장 전에 내렸더니 친구가 막 웃으면서
정거장을 어떻게 모르냐 막 이러더라고.
참고로 시골은 정거장이 그냥 기둥하나야....
기분이 많이 나쁜 상태였지. 그냥 주고 집에 갈까 하다 그래도 왔는데, 하고 집에 들어갔어.
사온거 정리하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물이 많더라고, 그래서 뭐지? 하고 물어봤어.
물 있는데 하늘보리는 왜 사오라고 했어? 하니까,
'강아지 물' 이러더라고...
충격의 도가니였어 정말.
최대한 빨리 집에 돌아오는 버스를 탔고, 한참을 생각했지.
연을 끊고 싶어도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다 싶어서 좀 기다렸어.
그동안 이 친구는 매일 우울한 이야기만 몇달을 시도때도 없이 카톡으로 보내더라,
오늘은 죽으려고 했는데 차마 못죽었다.
솔직히 너무 힘들었어. 나도 개인적인 일들로 힘들고 피곤한데, 매일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가득하고..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친구가 만나자고 연락이 왔고, 또 다시 약속은 당일 취소가 되었어.
그리고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우리의 연은 여기까지인것 같다고 행복하게 살으라고 하고
연락을 끊었어.
몇 달 뒤에 '아직 나한테 화났지'라고 왔더라..
지금까지 자기가 한 모든 행동들에 대해 이 친구는 정말 당연하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거구나..
그리고 지금 이 친구와 연을 끊고 나는 정신적으로 피폐하지도 않고, 모든 일이 다 잘 풀리기 시작했어.
정말 신기하더라...
참고로 그동안도 돈 정말 많이 빌렸어 ㅋㅋ..
난 그 뒤로 절대 그 누구에게도 돈을 안빌려주고 있어. 차라리 주고 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