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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들야들 결혼서약 (34)-가끔은 둘이서 혹은 여럿이서 추억을 만들어보세요?

윤빛거진 |2004.03.17 10:14
조회 11,678 |추천 0

#34. 가끔은 둘이서 혹은 여럿이서 추억을 만들어보세요


 

 

그래도 제법 날씨가 추워졌다.
조금씩 어둑해지자 산속은 쌀쌀함이 느껴졌다.
서은은 어쩌면 오늘 그렇게 원하던 벽난로를 피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을 하니 아이처럼 벌써 두근두근했다.
물론 석훈과 단둘이 떠나왔다면 그건 정말 가슴 설레게 즐거운 일이지만 이렇게 친구들과
함께 떠나온 것도 나름대로 가슴 설레는 매력이 있었다.
이상하게 시간이 아깝고 매우 즐겁다.
더욱이 나름대로 상처는 입었지만 모두 어른스럽게 매끄럽게 넘어가는 방법들을 터득한 것
같다.

 

<<우린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삶이 아주 힘들 때는 여행을 떠나보라고 했던 말들을 많이 접한 것 같다.
그런데 그 말이 새삼스럽게 정답같다.

 

"저녁 식사는 우리 남자가 할게....그리고 서은이 소원대로 고구마 구워
먹을 준비도 해왔으니까 장작도 패자고.....안그래도 제법 쌀쌀한
데....."

 

병준이 유독 즐거운듯 떠들고 있다.
아무래도 분위기를 유쾌하게 끌어가려는 배려인 것 같아 고맙다.

 

"장작은 내가 팰게....."

 

서은이 나섰다.

 

"야, 그거 생각보다 힘들어....."

 

민석이 말렸다.

 

"하지만 나 한번은 꼭 해보고 싶었어....."

 

"정말 발상 한번 특이하구나....장작이 패보고 싶었다니....."

 

지수가 킥킥 웃었다.

 

"너 정말 엉뚱한 것 아니?"

 

혜민이도 옆에서 거들었다.
희윤이도 같이 웃는다.
그 모습을 보니 서은이는 안심이 되었다.
가장 신경 쓰였던 게 희윤이었던 것이다.

 

'같은 여자들끼리 남자 때문에 상처주고 입히는 건 정말 싫다......'

 

석훈은 희윤이 옆에서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기분이 조금 상하긴 했지만 그의 배려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저런 것쯤은 이해해줘야겠지.....'

 


서은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질투심이 너무나 강한 것일까?
서은인 여자친구들과 함께 장작을 팰 수 있게  준비가 된 곳으로 갔다.
물론 남자들도 쫓아왔다.
하지만 멋지게 도끼를 내리치는 서은이의 마음을 몰라준채 전혀 허공에서 따로 노는 도끼질
이었다.
모두 죽어라하고 웃어댔고 서은인 자못 쑥스러웠다.
석훈이 그렇게 유쾌하게 웃는 것을 보는 게 얼마만인지 모를 정도로 석훈이 큰 소리로 웃었
다.
서은인 남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낑낑거리면서 장작을 팼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약간의 경력이 붙은 것일까?
나무가 쪼개지기 시작했다.
물론 모양은 형편없었지만 서은은 온몸에 땀을 흘린채 열심히 장작을 패고 있었고 모두들
그 열의에 박수를 보내주었다.
남자들은 씽크대 있는 곳에서 그 큰 몸짓들을 서로 부대껴가면서 음식을 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석훈도 그들 사이게 끼여 움직이는 게 자못 우습게 보였다.
하지만 그가 음식을 만드는 모습은 생각 이상으로 진지했다.
정말 믿음직스런 남자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우습게도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서.....절실히 그런 생각을 하게 되다니.....
그들은 찌게를 끓이고 삼겹살 구울 준비도 했다.
준비해온 밑반찬도 정리하고 하는 것이 여자 이상으로 섬세했다.
남자들이 음식 만드는 모습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 미처 몰랐었다.
그리고 그들의 음식 솜씬 기대이상이었다.
밥을 조금씩 먹기로 유명했던 희윤이마저 입맛이 돌았는지 남들과 같이 무섭게 밥 먹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이렇게 새삼스럽게 먹는다는 것이 즐거운 줄 미처 몰랐던 것 같다.
물론 놀러와서 맛보는 고기의 맛은 언제나 특별했지만 말이다.
모두 식사를 하고나자  남자들은 기꺼이 설거지까지 했다.
그들의 배려는 여자들의 기분을 정말 기분좋게 만들어주었다.
설거지까지 끝나자 과일을 내놓고 힘겹게 서은이 패놓은 장작을 벽난로에 때기 시작했다.
물론 인스턴트 커피도 함께 끓여내놨다.
저절로 한숨이 나올만큼 매력적인 맛이었다.
물론 함께 싸온 고구마를 함께  불에 구웠다.
벽난로에 불을 보자니 마음이 편해졌다.
이렇게 편안한 시간을 가져보는 게 얼마만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구마가 익었는지 고소한 냄새가 났다.
모두 신기한듯 고구마의 껍질을 벗기고 한입씩 베어물었다.

 

"정말 맛있어....."

 

혜민이 감탄한듯 말했다.

 

"맞아......바로 이 맛이야....이래서 가끔은 전원이 좋은 거야....."

 

"그래도 매일 이렇게 살라고 하면 모두 지쳐버릴 걸....."

 

"그러니 우린 그렇게 자주 이런 곳을 찾을 수 없게 되있는 거야.....먹
고 살아야하니 말이야......그래서 소중한 걸 아는 거지....."

 

"공기도 정말 남달라.....우리 바깥에 나가서 바람좀 쐬자....안그래도
여긴 벤취도 잘해놨잖아......모기는 좀 극성을 떨겠지만 말야....."

 

모두 찬성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쟈켓을 하나씩 걸치고 말이다.

 

"야....제법 쌀쌀한데....."

 

"그래도 시원한데.....개운하고....."

 

"저 가로등 잘 되있는 거봐....꼭 그림 같다....."

 

정말 불빛들이 아름답고 탁자와 의자도 보기 좋게 꾸며져 있었다.
일행은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석훈이 은근슬쩍 서은이 옆에 앉았다.

 

"가끔 서로 시간이 될 때 이렇게 같이 여행을 하자고....."

 

"선생님 친구분들은 다 결혼하셨어요?"

 

"글쎄...반 정도는 가고 반 정도는 아직 솔로지...사실 내 나이도 그리
많은 나인 아니니까....."

 

 

"그럼 다음엔 선생님 친구들도 같이 와요....."

 

희윤이가 다시 밝게 떠들고 있었다.

 

"야, 너 너무 속들여다 보인다......"

 

"그러지 뭐....어려운 일도 아니고 오히려 이렇게 아리따운 아가씨들이
랑 함께라면 녀석들이 더 좋아할 걸....."

 

"잘됐다...."

 

지수가 맞장구를 쳤다.

 

"별이 많네요......정말 좋아요....."

 

"가끔 이렇게 나오는 건 정말 괜찮은 일이야....그것도 이렇게 괜찮은 친
구들이랑 함께라면 말이야......"

 

"맞아요....."

 

"참 정식 결혼식은 언제 올리실 거에요?"

 

"우리 모두 초대해주시는 거죠?"

 

민석이었다.
표정이 너무나 밝아서 오히려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고마웠다.

 

"물론..... 과 친구들 전부 부를 생각이야.....난 모르더라도 날 본 사람들
은 있을 테니 완벽한 남도 아니고......"

 

"아마 모두 놀랄 거예요....."

 

"그렇겠지.."

 

"저기 산책 길은 예쁘네요....가로등도 만들어놓고....."

 

"좋지? 이뢰뵈도 이곳 예약하려면 힘들다구....."

 

"그렇겠네요....서울 근처에도 이렇게 좋은 곳들이 있으니까요...."

 

"찾아보면 의외로 가까운 곳에 좋은 곳들이 있어....."

 

그들은 그렇게 한참 수다를 떨고 있었다.
한참 지나자 은근슬쩍 석훈이 서은을 잡아 끌었다.
서은도 은근슬쩍 석훈을 따라 나섰다.
그리고 커플은 가로등이 쫙 놓여진 길을 걸었다.

 

"아름답긴한데 하지만 그렇게 긴 길은 아니네요....."

 

"길이 끝나가는 게 아쉬워?"

 

"이렇게 둘이서 오래오래 걷고 싶은데......"

 

"아쉬우면 계속 왔다갔다하면 되지..."

 

"그래도요....."

 

석훈이 서은이의 손을 꽉 잡았다.

 

"좋은 친구들을 뒀군....."

 

"당신들 친구들은 어때요?"

 

"정식으로 소개시켜줄게....모두 놀랄 거야...."

 

"친구들은 미진씨 알고 있어요?"

 

"왜 마음에 걸려?"

 

"날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 어떡해요?"

 

"다 마음에 들어할 거야.....왜냐하면 처음으로 날 힘들게 한 여자거든
.....내 친구들은 그런 내 모습들을 알고 있어...."

 

"그래서 더 실망하면 어떡해요? 별 여자 아닌데....그러면...."

 

"그런 게 마음에 걸려? 내 눈에만 특별하면 되는 거 아니야?"

 

"물론 그렇긴 하지만요...."

 

석훈이 가로등 밑에서 서은과 마주보고 섰다.
그리고 어깨에 손을 얹었다.

 

"내 눈을 봐......."

 

"........"

 

"이젠 믿을 수 있지? 세상에 눈빛은 거짓말을 할 수 없거든....아주 일
류 배우가 아니라면 말이야....난 적어도 배우는 될 수 없는 사람이
야....."

 

"거짓말이라도 정말 듣기 좋아요....."

 

"세상에 이런 거짓말을 할 정도로 내가 괜찮은 사람으로 보여?"

 

석훈이 킥킥 거렸다.
그리고는 잠시 후에 아주 소중하게 서은일 끌어안았다.
서은인 아주 한참을 그의 품에 안겨있었다.
그런 포옹이 그 어떤 애정 표현보다 따뜻하고 근사하게 느껴졌다.
그 사람에게 정말로 소중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한참만에 포옹을 풀고는 석훈이 서은이 이마에 키스해줬다.
따듯한 입술이었다.

 

"너무나 근사해요....꿈일까봐 겁이 날 정도로요....."

 

"당신에게 상처도 많이 줬어.....하지만 나도 같이 상처받았다는 걸 기억
해줘.....당신이 상처받으면 나도 상처받아.....그걸 기억해야해....당신
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한 거라고....어떤 상황에서 판단을 해야 된다면
그걸 가장 먼저 기억해....."

 

"당신 너무 근사한 사람이예요.."

 

"고마워.....당신이 알아주니 정말 나도 그런 생각이 드네....난 정말 근
사한 놈이라고 말이야.....남자들끼리 얘기한 건데....내일 잠시 낚시좀
갔다와도 될까? 이 근처엔 저수지도 있다니까 말이야......"

 

"나도 가고 싶어요....나도 해본 적 있어요...여자친구들이랑요.....향
어 잡아봤어요.....낚시줄 던지는 거 저도 할 수 있다구요....."

 

"그럴래?"

 

"꼭 같이 갈 거에요...."

 

"알았어. 그렇게해...."

 

둘은 다시 가로등 밑을 걸었다.
그의 손에는 계속 힘이 주어져있었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소중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게 이렇게 가슴이 애잔해지는 것인 줄을 미처
몰랐었다.
이런 느낌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순간순간 스쳐서 느끼는 감정들이 의외로 먼 시간까지 기억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가 사람들을 통해 간직하고 있는 감정들은 의외로 그런 한순간에 받은 감정들인 것이
다.
큰것이 아닌 그렇게 작은 것들로 말이다.
그 작은 한순간 사람의 진심이 전해지는 것인가 보다.
밤하늘에 별이 빛나고 있었지만 세상은 어두웠다.
불빛이 없었다면 가야할 길을 몰랐을 것이다.
통나무집에 도착했을 때 이미 친구들은 모두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그들은 언제 준비해왔는지 화투를 치고 있었다.
갑자기 하늘의 별빛이 어쩌고 하던 것들이 무색해졌다.
하지만 석훈과 서은도 그들 사이에 끼여 눈에 불을 켜고 열심히 화투에 열을 올렸다.
화투마저 끝나자 그들은 그대로 피곤한 몸을 누인채 잠이 들어버렸다.
누가 먼저인지 알 수 없게 하나씩하나씩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아침이 되었을 때 석훈과 서은은 서둘러 일어났다.

 

"새벽에 당신과 함께 산책길을 걸고 싶었어...여긴 산이니까....조
금 험한 길일 수도 있지만 일찍 오르는 산의 맛도 아주 일품이거
든......그래도 여긴 험하진 않아...적당히 오를만해....."

 


석훈과 서은은 세상이 너무나 촉촉해보인다고 서로 말을 주고 받았다.
쌀쌀한 느낌은 이내 사라지고 땀이 나기 시작했다.
거친 산은 아니지만 제법 힘들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신선한 공기는 매력적이었다.
어느 정도 올랐을 때 석훈과 서은은 산밑을 내려다보았다.

 

"좋지?"

 

"네....일어나긴 좀 힘들었지만 정말 좋아요..."

 

"남들 모두 자고 있을 때 깨어있는 것도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야.....나
름대로 매력있어.....특히 이런 경우에는 말이야....내가 조금은 특별하
단 생각이 들거든....."

 

"정말 상당히 부지런한 사람이 된 것 같아요....."

 

"더욱이 이렇게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잖아....."

 

"조금은 으쓱해도 되겠네요?"

 

"물론이지....가끔은 그런 최면도 필요해.....아쉽지만 그만 내려가
지.....친구들이 기다리겠어....."

 

"좋아요....."

 

석훈과 서은은 서둘러 산을 내려왔다.
돌아오니 병준과 민석은 아직도 잠들어 있었고 희윤과 혜민, 지수는 씻고 화장까지 한 채였
다.
역시 남자와 여잔 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아침 겸 점심도 역시 남자들의 몫이 되었다.
그들은 카레라이스를 한다고 법썩을 떨었다.
의외로 남자들의 요리솜씨는 제법 써줄만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스턴트 커피맛이 일품이었다.
안그래도 커피를 좋아하지만 이렇게 산속에서 식사를 마친 후에 마시는 한잔의 커피는 정말
그대로 예술이었다.
여자친구들도 낚시터에 따라간다고 했다.
낚시터는 가까웠다.
차를 타고 가니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낚시대를 만진 것은 것은 석훈이었다.
여자친구들은 구경을 했고 남자친구들도 줄을 던졌다.
서은도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 줄을 던졌다.
여자친구들은 하지만 이내 싫증을 느꼈는지 저수지에 만들어놓은 텐트안에 들어가버렸다.
허름하지만 잠을 잘 수 있는 시설이었다.
하지만 고기는 쉽게 잡히지 않았다.
오히려 근처에 횟집을 하는 아저씨로 보이는 사람이 전문꾼처럼 고기를 잡고 있었다.
주로 이곳도 향어가 잡히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포기하고 있을 때였다.
찌가 움직였다.
서은은 몹시 흥분했고 낚아채는 것에는 익숙치 못한 서은 대신 석훈이 향어를 낚아챘다.
고기의 힘은 대단했다.
고기는 잡히고 나서도 그 기운이 한참을 갔다.

 

"우리 이거 가지고 가서 먹죠....어차피 내일 올라갈 거니까......저녁
거리로 매운탕 끓여요.....나온 김에 겸사겸사 장도 봐갖고 가고....."

 

민석이 말했다.

 

"그러지....뭐...."

 

석훈이 흔쾌히 말했다.
통나무 집에 도착했을 때 피곤했는지 더러는 늦잠을 자고 힘이 팔팔한 사람들 더러는 산에
오른다고 사라져버렸다.
석훈과 서은은 산속의 계곡물을 쉽게 찾아냈다.
물이 정말 차가웠다.

 

"매운탕 끓일줄 알아요?"

 

서은이 말했다.

 

"어려울 거 없어...남자들 스타일대로 끓이는 방식이 있거든.....있다 맛
만 봐......."

 

"이렇게 즐거운 여행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나랑 같이 와서 그런 거 아니야?"

 

"피......"

 

서은은 웃고 말았지만 그 말은 거의 전적으로 사실이었다.

 

"참 희윤인 뭐래요?"

 

" 생각보다 참 괜찮은 친구야....어른스럽게 잘 넘어가줬어......"

 

"다행이예요..."

 

"매력적인 친구니까 곧 좋은 사람 만날 거야...그리고 아직 어리니까 가
능성은 아직도 무궁무진하고...."

 

"왠지 아쉽게 들리네요?"

 

"질투하는 거야?"

 

"질투는 무슨?"

 

서은은 필요이상으로 오버하고 있었다.

 

"어..질투하는 것 맞는데......"

 

서은인 석훈을 흘겨봤다.

 

'하지만 분명 열받고 있는 건 전적으로 사실이긴 하다'

 

남자들은 이번 여행에 전적으로 희생하기로 작정을 했나보다.
그들은 매운탕 끓이는데 또 한차례 부산을 떨었다.
그들의 음식 솜씨가 뛰어난 것인지 아니면 밖에 나왔다는 그 자체가 음식을 맛있게 만들었
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맛있었다.
여자들은 주로 국물을 먹었고 그래서 남자들이 대부분의 고기를 먹었다.

 

"오늘 하루도 그럭저럭 간 것 같은데....."

 

병준이 한마디했다.
병준이로 인해 분위기는 훨씬 산뜻해진 것만은 사실이었다.
서은이 밖에 나와있는데 옆에 병준이 나와 앉았다.

 

"다들 즐거워보여서 다행이야....안그래도 마음이 편치 않았거든."

 

"네 남편은 지금 애들과 함께 있어...아무래도 배려해주는 것 같아....정
말 좋은 사람이야....."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

 

"부부 일심동체라는 말 같은데....그런데 너희들 정말 닭살스럽더라....
형님도 그렇게는 안보이는데 엄청 자기 와이프 챙기는 것 같더라
구......"

 

"정말 좋은 사람이야.....시간이 갈수록 느끼게 돼...."

 

"그런 사람이 진짜야.....넌 적어도 제대로 사람을 만난 것 같아."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이제 어려운 일은 다 끝난 거겠지?"

 

"사는 게 고난과 그 고난의 해결이란 반복으로 이루어지지만 그동안 있었
던 최악에 속하는 그런 고난은 사라졌을 거야..."

 

"네 말이 맞다고 믿을래...."

 

"네 남편을 믿어....."

 

"네가 이렇게 옆에 있어줘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넌 정말 좋은 친구
야......"

 

"그건 나도 그래.....내가 유일하게 섹시함을 느끼지 못했던 여자가 바
로 너니까.....그런 식으로 깨기엔 너무나 아까운 친구였거든....."

 

"기분나쁘게도 들리는데?"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은 아니야."

 

"야!"

 

서은은 소리를 지르며 병준의 팔을 툭 쳤다.
병준이 필요 이상으로 아픈 척을 했다.

 

"야, 내 몸 아직도 다 낫지 않았어."

 

"꾀병 부리지마...."

 

"형님도 참 안됐군. 이런 여자폭군을 만나다니....."

 

"뭐야?"

 

서은이 눈을 흘겼으나 이내 둘은 웃고 말았다.
서서히 마지막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모두 모여 마른 안주와 함께 맥주를 마셨다.

 

"시원한데...."

 

"시간이 가는게 아쉬운데....."

 

"선생님 덕분에 정말 즐겁게 지낸 것 같아요...그것도 올 공짜로 말이
죠....."

 

"이런 정돈 얼마든지 해줄 수 있어.....그 정돈 벌고 있다구....."

 

"두 사람 처음에 누가 먼저 좋아했어요?"

 

"그건 내가 잘 알고 있지....그 사이에 희생양이었니까....."

 

병준이 나섰다.

 

"야....하지마...."

 

서은이 쑥스러움에 말렸다.

 

"세상에 이렇게 바보같은 두 사람은 없을 거야....서로 좋아하면서 가슴
앓이를 있는 대로 했으니까....정말 어리석은 커플이었지."

 

"정말이야?"

 

지수가 거들었다.

 

"하마터면 형님 질투심에 죽을 뻔했던 일도 있어....."

 

"얘기 그만둬...."

 

석훈이 말렸다.
모두 궁금한듯 귀를 쫑긋거렸다.
하지만 그들은 구체적인 내용을 들을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병준이 다시 자신의 턱에 다가오는 위험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연애담은 제대로 시작도 하지 못하고 끝을 맺었다.
석훈과 서은은 늦은 밤에 남들이 다 자는 것을 확인하고 밖으로 나왔다.
후레쉬를 들고 나온 두 사람은 벤취에 다정하게 앉았다.

 

"정말 아쉬워요....."

 

"나도 그래.....앞으론 이런 시간을 자주 갖자고....."

 

"고마워요...."

 

"올라가면 내 친구들도 함께 만나자고.......그리고 정식으로 할아버지
게 말씀드리러 가야 되고......물론 당신 부모님들께도 말이야......"

 

"알았어요......"

 

석훈이 서은이 어깨를 끌어안고 자신에게 기대게 만들었다.

 

"이렇게 평화로운 시간이 존재할 수 있다니 예전엔 생각지도 못했었
어....."

 

"항상 외로웠어요?"

 

"항상은 아니었지만 외롭지 않았던 순간이 더 적었던 건 사실이야....."

 

"부모님을 잃은 건 정말 슬퍼요....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예
요......"

 

"처음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괴로움이었어....그런데 시간이 가니 만
사 그런 것처럼 조금씩 적응하게 되더군.....하지만 한 순간엔 불숙 내가 또 외
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견딜 수 없어지게 되지만 말이야....하지만
당신이 있고 나서는 적어도 혼자라는 생각은 버리게 됐어...."

 

"할아버진 당신을 정말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알고 있어. 하지만 그 방식은 마음에 들지 않아.....그래서 가끔 화가
나.....물론 지금은 당신에게 만족스럽게 해주시지 않는 것 때문에 화가
나있고....하지만 원래 그런 방식밖엔 모르시는 분이야.....지금껏 그런
식으로 살아오셨기 때문에 차마 그 방식을 버리시지 못하는 거야....세상
에 사람이 변하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거든.....오히려 포기해버리는 게
쉽지....."

 

"그런 것 같아요...."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게 변하는 거라지만 한편으론 그것만큼 힘든
것도 없어......"

 

"이젠 저한테 기대요.....저도 힘이 될 수 있다면요....."

 

"당신이 이 세상에 그것도 내 옆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나한텐 힘이
돼....특별히 당신이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야.....그건 사랑
하는 사람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동의할 거야....그때부터 세상
이 변하거든.....양희은의 "사랑 그 쓸씀함에 대하여"란 노래 들어봤어? 당신 세대의 노래는
아니겠지만...."

 

"음악프로에서 들어봤어요....."

 

"그 가사를 듣는데 왠지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군......"

 

"불러줄 수 있어요?"

 

"쑥스러워서 싫어....."

 

"꼭 듣고 싶어요...."

 

석훈은 잠시 망설이더니 거의 허밍에 가깝게 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줬다.
그의 목소리가 너무나 쓸쓸하게 들려 서은은 마음이 아팠다.

 

 

<< 다시 또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을 하게 될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아.

 

도무지 알수 없는 한가지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은 이 세상도 끝나고

날 위해 빛나던 모든 것도 그 빛을 잃어버려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도무지 알수 없는 한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일

참 쓸쓸한 일인것 같아.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 세상도 끝나고

날 위해 빛나던 모든것도 그 빛을 잃어버려.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 조용한 밤하늘 때문인지 더욱 아프게 다가왔다.
서은은 그의 품에 안긴 채로 그를 꼭 껴안았다.

 

"내가 있잖아요.....이젠 슬퍼하지 말아요......"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야 후회를 하지.....자신의 이기심
에 대해서....그리고 제대로 사랑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

 

"이젠 제가 당신의 친구도 애인도 아내도 되줄게요....물론 능력엔 좀 벗어나겠지만......."

 

서은은 웃으며 말했다.
석훈은 그런 서은을 보고 소리를 내서 웃었다.
밤은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과 함께 말이다.
다음날 그들은 식당에서 밥을 사먹고 서울로 향했다.
석훈은 어느날 보다도 기운차게 보였다.
슬퍼하던 그의 모습이 생각나 서은은 그의 그런 모습에 안도감을 느꼈다.
이젠 적어도 그의 아픔을 함께 느낄수도 나눌수도 있다.
그는 이제 서은과 함께 나누기로 한 것 같았다.
그는 이제 서은에게 마음을 열어준 것이다.
서울로 올라가는 길은 분명 힘들고 지친 길일텐데도 서은은 힘든지를 몰랐다.
친구들은 대개 잠이 들었지만 서은은 더욱 또렷해지는 자신을 느낄 수가 있었다.
세상은 새롭게 시작될 수도 있었다.
 

 

<<사람이 사람의 마음에 전해질 수만 있다면 말이다......
또한 사람의 마음에 사람이 전해질 수만 있다면 말이다>>

 

 

 

*****오늘 날씨에 어울리는 내용일 것 같습니다....양희은의 노랫말을 음미해보세요

제가 오늘 집들이가 있어 가능하면 밤에 올리고 안되도 내일 오전엔 올리겠습니다......상쾌하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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