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은 사슴을 호랑이로 만들지 말라!
무릇 정치지도자가 자신의 철학을 지니는 것은 마땅한 것이나, 자신의 철학이 국민의 뜻을 거슬러 강행되면 원하지 않은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던가? 의욕이 지나치면 부족함만도 못할 수 있으니 부디 상고하시라. 오늘은 조선시대 허균의 호민론(豪民論)을 소개하여, 정치인들의 각성을 촉구해 본다.
호민론 - 허균
천하에 두려워할 대상은 오직 백성뿐이다. 백성은 홍수나 화재 또는 호랑이나 표범보다도 더 두려워해야 한다. 그런데도 윗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백성들을 업신여기면서 가혹하게 부려먹는데 어째서 그러한가? 이미 이루어진 것을 여럿이 함께 즐거워하고, 늘 보아 오던 것에 익숙하여 그냥 순순하게 법을 받들면서 윗사람에게 부림을 당하는 사람들은 항민(恒民)이다. 이러한 항민은 두려워할 것이 없다.
모질게 착취당하여 살가죽이 벗겨지고 뼈가 부서지면서도, 집안의 수입과 땅에서 산출되는 것을 다 바쳐서 한없는 요구에 이바지하느라, 혀를 차고 탄식하면서 윗사람을 미워하는 사람들은 원민(怨民)이다. 이러한 원민도 굳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자취를 푸줏간 속에 숨기고 몰래 딴 마음을 품고서, 세상을 흘겨보다가 혹시 그 때에 어떤 큰일이라도 일어나면 자기의 소원을 실행해 보려는 사람들은 호민(豪民)이다. 이 호민은 몹시 두려워해야 할 존재이다. 호민이 나라의 허술한 틈을 엿보고 일의 형편을 이용할 만한 때를 노리다가 팔을 떨치며 밭두렁 위에서 한번 소리를 지르게 되면, 원민은 소리만 듣고도 모여들어 모의하지 않고서도 소리를 지르고, 항민도 또한 제 살 길을 찾느라 호미, 고무레, 창, 창자루를 가지고 쫓아가서 무도한 놈들을 죽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라고 했다. (하략......)
PS) 세상은 바뀌었다. 주먹으로 백성의 입을 막고, 호미, 고무레, 창, 창자루를 빼앗는다고 원민(怨民)과 호민(豪民)이 사라지는 것이 결코 아니다. 호미, 고무레, 창, 창자루보다 백성들이 더 무서운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