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경험이 별로 없었어. 해야 할 일에 몰두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 나는 다정하고 자상하며 능력이 좋은 부모님의 큰아들이고, 학창 시절에는 공부, 졸업 후에는 일에 집중하니 당연한 결과이지만 능력도 갖추게 되었어.
40이 넘어서 한 사람을 만났고, 사랑하게 되었어. 원하는 건 다 해주었지. 그 사람은 내가 시간적 여유가 많은 줄 알았지만, 단지 바쁜 척 안 한 것뿐이고, 그 사람이 원하는 날 원하는 걸 해주는 게 큰 행복이었어.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람이 날 사랑해서 만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날 쉽게 깎아내리고 단점만을 말하더라고. 당연히 내가 살아온 상식은 좋아하지 않으면 만나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 무엇도 받거나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그건 나의 상식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어.
그래서 그만 만나자고 이별을 고했지만, 또 연락이 오는 걸 받아주는 걸 반복했어. 그러다 이건 서로에게 아니다 싶어 강하게 말했고, 날 차단하면서 끝이라고 그 사람도 말하며 헤어진 지 1년 가까이 되었어.
마지막 문자로 내가 물어봤어. 날 좋아하지 않았는데 왜 나에게 많은 걸 의지하고 요구했는지 물어봤어. 답변 대신 날 비난하는 답장을 받았지만, 진심으로 한 번이라도 터놓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보고 싶어. 왜 그랬는지 말이야.
생각해보니, 나는 그 사람에게 정말 작은 것 하나도 받은 게 없더라고. 사랑이라는 게 상호작용이고, 하다못해 형편이 안 좋더라도 작은 것 하나라도 해주고 싶은 게 사랑이잖아.
연락이 올 가능성은 낮지만, 갑자기 이렇게 생각이 날 때가 있어.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런 걸까? 시간과 물질, 마음을 다 했는데, 그 진심을 알면서 왜 거절하지 않았을까? 내가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한 걸까? 아니면 원래 그런 사람이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