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유서를 씁니다.
몇 번째 유서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죽을 용기도 내지 못하는 나는,
살아갈 용기도 내지 못해 오늘도 허덕입니다.
어김없이 오늘을 살러 나갑니다.
수면제와 우울증 약 공황장애 약 많은 약에 취한
나의 아침,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을 살기 위해 초점 없는 눈과
텅 빈 마음으로 지하철을 탑니다.
출근길엔 어김없이 사람이 많습니다.
콩나물 같은 지하철 속에서 나는 오늘도
휩쓸려 갑니다.
운이 좋으면 앉는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나는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양보합니다.
그 순간 하나로, 사람은 사람을 보고
버티며 산다는 말을 잠시 떠올립니다.
잠시나마 텅 빈 내 마음이 조금 나아집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숨이 차오르고 어지러울 때면
나는 노래를 듣습니다.
가사를 먼저 듣던 제가,
이제는 무슨 가사인지, 어떤 멜로디인지
모른 채 그냥 하염없이 듣습니다.
나를 이 사람 가득한 지하철에서 버티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그러다 지나치게 숨이 차오르면
파우치 안에서 안정제를 꺼냅니다.
내 스스로 나에게 안정을 주는 것이 안정제가 아닌
노래라는 핑계를 대봅니다.
그렇게 또 오늘도 나는 나를 속입니다.
회사에 도착해서 컴퓨터를 켰습니다.
이 작은 화면 속 안에는 나를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오늘도 난 상냥한 생기 있는 내가 되어,
연기를 합니다.
사람들은 그림자가 드리운 어두운 사람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나는 허기졌던 애정을
아주 밝은 나를 연기하며 채웁니다.
퇴근을 합니다.
또 다른 나를 연기하며 나름의 허기짐을 달랬다고 생각했는데,
출입문을 나서자마자 나는 다시 한없이 배고파집니다.
집에 돌아왔습니다.
무언가 먹을 힘이 없습니다.
얄밉도록 알록달록한 수면제 몇 알을 삼킨 채,
잠에 듭니다.
오늘도 또 다른 내가 자는동안 냉장고 음식을 꺼내먹었나봅니다.
나도 기억을 못하는 내 자신이 이렇게라도 허기를 달랜걸까 하고
묵묵히 치우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어떻게해야 나는 나로 살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