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바라고 쓰다 보면 언젠가 언니에게 닿지 않을까 바라는 글.언니 안녕하세요, 언니 소식을 마지막으로 본 지도 8년이 지났네요. 잘 지내고 있어요? 이름을 안 써야 할까 고민했는데 은성이란 이름이 가명이기도 했고 언니가 못 알아볼까 봐,,언니가 썼던 글을 처음 봤을 때도 참 마음이 아파서 많이 울었는데 잊고 살다가도 봄이 올 때쯤 생각이 나요.세상엔 갖가지 안타깝도 슬픈 사연들이 있잖아요. 다른 비슷한 사연들에는 그저 안타까운 감정이 다였는데 언니 글을 읽으면서는 정말 오열을 하고 몰입이 심했어요. 참 이상하죠?왜 그랬을까 생각을 해보니 3년 남짓한 행복했던 그 시간이 너무 예뻤어서 그런 거 같아요. 시간이 약이라고 결국엔 무뎌지고 어느 날엔 잊고 살다가도 불현듯 상처가 떠오르는 날이 있겠죠. 함께했던 기억이, 추억이 남아있으니까.. 아이를 볼 때면 문득 떠오르는 날도 있을 거예요.그런 날은 앞으로도 수 없이 많을 텐데 언니가 아파해야 할 날에 비해 행복했던 시간이 너무 짧아서 그게 더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이런 마음이 드는 거 같아요.글을 다시 읽으며 느꼈던 건 언니가 참 단단한 사람이라는 거에요.해성오빠랑 사귀기 전 서로 마음이 같지 않을때 용기있게 고백도 하고 상처받으면서도 좌절하지 않고 언니는 언니대로 살아가셨던 것도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용기있게 쟁취한 사랑을 지켜나가며 3년간 참 예쁘게 만났던것도 언니가 좋은 사람이라 그런거에요. 두 사람 사랑의 결실인 아이가 생겼을때도 도망치지 않고 책임지려 하고 부족하지만 좋은 부모가 되고자 했던 언니랑 해성오빠를 보고 많이 응원했어요. 지금의 나보다도 훨씬 어린 나이에 많이 무서웠을텐데 참 대단하다 하고요.그렇게 해성오빠가 하늘로 떠났을때도.. 다 포기하고 도망가고 싶고 놓아버리고 싶었을텐데 그러지 않고 언니의 자리를 지킨것도 대단해요. 어떻게 보면 언니가 제일 막막하고 힘들고 고통스러웠을텐데 언니를 걱정하는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서 더 괜찮은 척 잘 지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참 내면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저였다면 제 슬픔, 고통이 더 커서 모든 걸 놓아버리고 무너졌을텐데 언니는 책임져야할 인혜도 있었기 때문에 더 그럴 수 없었을 거 생각하면 그것도 안타깝고 또 그렇기 때문에 언니가 삶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으니 다행이라고도 생각해요.절대 극복되지 않을 것 같은 슬픔을 묻어둔 채 언니의 삶을 다시 찾은 걸 보고 너무 다행이라 생각해요. 인혜를 키우며 일도 시작하고 언니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곁에서 친구들도 만나고 정말 많이 고민하고 밀어내고 힘들어 했지만 결국엔 용기내서 새로운 사랑을 만난것도,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언니의 삶을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기까지 고민이 많았어요. 만약 언니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이미 8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얘기를 꺼내는 게 묻어둔 상처를 떠올리게 해서 언니를 슬프게 할까 봐 그게 제일 걱정이었고 무례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 같아 글을 썼다가 지웠다가 여러 번 반복했어요.
그럼에도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건 언니한테 전해주고 싶어서 에요. 언니가 글을 썼던 그 공간에서 최근에 몇몇분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어요. 그 당시에 언니랑 직접 얘기를 주고받았던 분도 계시고 언니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았어요. 그분들이 하나같이 하시는 말이 소식을 알 길은 없지만 그저 어디서든 언니가 행복하길 바라고 잘 지내고 계셨으면 좋겠다는거였어요.언니의 마지막 글 이후로 8년의 시간동안 아이들을 키우며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 많으셨겠지만 그 이면에 마음 아프고 슬펐던 일들도 분명 있었겠죠.주위의 시선들은 물론이고 언니의 사정을 알지도 못 하면서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또 뭐라고 말하고 다니고,, 언니가 아무리 단단하게 마음을 먹어도 그 과정에서 생채기가 나지 않을 수 없을거에요. 인혜가 초등학생일텐데 아이가 커가면서 속상한 일이 생길때도 있고 눈물 흘릴날도 있을 언니에게 전하고 싶었어요.언니의 오빠이자 해성이 오빠의 친구인 준수님, 또 그 친구분들, 언니의 친구분들, 언니의 가족분들을 제외하고도 이렇게 언니의 행복을 바라고 언니의 삶을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요.마지막으로 들었던 근황이 결혼과 둘째 얘기였어요. 이제 잘 지낸다고 말씀하셨지만 그 과정이 절대 편안하지만은 않았을 걸 알아서 이미 너무 많은 상처 위에 서 있는 언니가 더는 상처받지 않고 행복만을 누리길 기도해요.
가까운 지인도 아니고 건너 건너 아는 사이도 아닌 쌩판 모르는 남인데 내 가까운 사람일인 것처럼 안타깝고 슬퍼서 그저 이젠 언니가 행복하기만을 바라요. 어린 나이에 사랑스러운 아이를 얻었지만 너무 사랑했던 사람을 잃어야 했던 언니가 꼭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언니 글을 20번도 넘게 읽었더니 언니랑 저는 아예 관련이 없는 사람인데 꼭 언니가 제 언니같고 친구같고 혼자 친밀감만 엄청 나요ㅎㅎ 또 읽다보니 며칠전에는 인ㅎ 생일이었네요. 당연히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거라고 생각해요.이 글이 언니에게 과연 닿을 지는 모르겠지만 닿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언니, 꽃피는 봄이 왔어요. 저는 봄이 올 때면 얼굴도,이름도 모르지만 언니가 많이 생각나요. 언니에게 봄은 인혜를 만난 계절이기도, 해성이 오빠를 떠나보낸 계절이기도 하겠죠. 부디 언니도 준수님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 틈에서 많이 웃고 행복하길 바라요. 나중에 또 언니가 많이 생각 날 때 다시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