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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이고 연봉도 괜찮은 직장..죽을때까지 이 일만해야할까요

ㅇㅇ |2025.05.04 20:24
조회 8,503 |추천 12
삼십대 후반 여자입니다.
대학졸업하고 학점이며 토익이며 스펙 열심히 쌓아서 한 회사에 입사했어요.

지금이나 그때나 취업은 쉽지 않았어서 이력서 수백개 써보고 면접스터디도 하며 준비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회사에 합격했어요. 대기업은 아니지만 중견기업 규모의 안정적인 회사였어요.

저도 가고 싶었던 계열의 직종이 있었고 너무 하고싶은 일도 있었는데 워낙 취업난도 있고 하다보니..
원하는 직군도 하나 더 붙었었는데 그때는 또 안정이 최고다 하니까 안정위주로 직장을 골랐어요. 직업이 아닌 직장을 선택한거죠.

제가 공부하고 하고싶었던 일과 완전히 관계없는 직종이었고 회사 들어가서 처음부터 배웠던 것 같아요.

그렇게 오랫동안 한 회사를 다니니 연봉도 계속 올라갔고, 회사 복지도 나쁘지 않고 무슨 일이 있지 않는 이상 정년도 보장되구요.

야근을 좀 많이 하기도 하지만 야근수당도 받고..
그래도 견딜 수 있을만한 업무강도고요.

하지만 회사일 집안일 육아에 같이 치여 투잡이나 제가 하고싶은 일을 따로 배우고 키워나갈 여유는 없어요.

저는 아직도 이 일이 좋지는 않고 아무런 보람도 느끼지 못해요. 그냥 기계처럼 일하고 있고…

더 큰건 제가 관련 전공자도 아니고 회사에 어쩌다 와서 공부한 게 전부이다 보니 아무리 해도 결국 전공자들보다는 지식이 얕고 한계가 있어요.
(아무리 실무를 해도 애초에 회사 내에서도 관련 전공 학사+석사만 할수있는 상위 직군이 있어서 관련학위를 따지 않으면 할수없는 부분이 있어요)

뭔가를 남들보다 전문적으로 잘 할 수 없다는것도 알고, 그래서 승진을 하면서도 마음이 불편해요.

내 한계가 있는데 계속 이렇게 버텨서 어디까지 내 실력을 감추며 다닐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어요.

이젠 직급이 올라가며 월급도 꽤 많이 받아요.
거기에 정년까지 잘리지도 않으니 직장다니는 여자로서 나쁘지 않은 직장이지요.

남편도 벌이가 비슷하지만.. 정년보장되는 직장은 아니라 아무래도 제가 안정적인 수입원을 유지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서 너무도 당연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어요.
이제 아이도 곧 학교에 들어갈 거고.. 가정을 꾸렸으니 이게 맞는 걸 저도 알아요.

그런데 나이가 먹을수록 자꾸 우울해져요.
평생 이 일만 하면서 나이를 먹는것인가.

정년이라는 60살까지 나는 이러게 평생 재미없는 직업 한 가지만 하고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이직이 안되는 직종이기도 하고, 이 회사에서 나가는 순간 의미가 없어지는 경력이라..
이 연봉을 쭉 받으려면 평생 여기 묶여 있어야 하거든요.

나이 다먹고 철없는 생각인 걸 알지만, 어렸을때 하고 싶었던 다양한 직업들 직종들이 있었는데, 이렇게 흥미도 적성도 전공도 관계없는.. 직장을 30년 넘게 평생 다녀야 하는것일까.

좋아하는 직업도 잘하고싶은 직업도 잘하는 직업도 아닌 곳인데, 나가면 더 지옥이 될 걸 아니까 평생 여기에 다닐 걸 저도 알아요.

이 회사에서 나가고 나면 저는 60살이 넘어 다 늙어버렸겠죠.
다른 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지만.. 그 생각을 하면 너무 슬퍼요.

매일 같은 곳에서 같은 사람들과 마주치며 똑같은 말 똑같은일을 하며 앞으로도 20년을 넘게 늙어갈 생각을 하니
삶이 지치고 무료하고 우울해요.

다들 이렇게 살고, 이렇게 사는게 맞는거겠죠.
추천수12
반대수36
베플ㅇㅇ|2025.05.05 13:21
번아웃이 오신 듯 하네요.. 다들 배부른 소리라고들 하는데 글쓴이가 하루이틀 일하고 그만두며 하소연하는게 아니라 십몇년을 같은직장에서 일하고 이제서야 서글퍼져서 쓴 글인데.. 그저 위로가 필요해 보여요. 누구나 자기가 하고싶은 일만 하면서 살아가진 않다는걸 글쓰니 본인도 알고 있으니 그 오랜시간을 한직장에서 근무한 거겠죠. 그동안 성실히 살았으니 그렇게 안정적인 상태를 이뤄냈을 거고요. 본인도 해야하는걸 아니까 묵묵히 하고는 있지만 가끔씩 돌아보면 내가 그동안 한 것은 무엇인가, 앞으로도 이렇게 살 것인가, 고민하고 서글퍼도 하는 게 인간 아닐까요. 그래도 그 시간을 감내하며 이뤄낸 것들, 가정, 남편, 자식, 연봉 등 결실들을 보면서 다들 버티며 사는거지요. 그간 수고 많았어요. 토닥토닥..
베플ㅇㅇ|2025.05.05 08:09
직장생활 번 아읏이 쎄게 온거 같으니 휴식이 필요해보입니다
베플ㅇㅇ|2025.05.05 07:52
가진 조건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거죠. 누구나 꿈을 이루진 않으니까요. 그래도 쓰니는 절반의 꿈을 이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할까요? 맞아요.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직업에 불만을 품고 이직을 꿈꾸며 고통스럽게 살고 있어요. 얼마나 어리석은 일입니까? 애정을 가지고 노력하며 그 안에서 행복을 찾아보세요. 아주 작은 행복들이요. 전공자가 아닌데 그정도 버텼다는건 그쪽에 아주 재능이 없는 건 아니라는 뜻일텐데 그 쪽으로 더 파보세요. 보람은 찾아오는게 아니라 내가 의미부여하기 나름입니다. 회사에서 하나의 부품으로 살아가지만 의미 없는 일이 어디있나요? 의미가 없다면 애초에 내자리는 없는건데. 큰 업무 흐름 속에서 나의 역할을 생각해보고 회사에 또는 이 세상에 내가 미약하나마 기여하는 부분을 생각해보세요. 누구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은 있습니다. 그 미련으로 내 아이와 가족을 불행하게 만들지 마세요. 원하는 직종에 갔는데 그게 생각했던거와는 달랐을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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