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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입니다 (서명운동 동참해 주세요)

유가족 |2025.05.10 23:35
조회 54 |추천 0
 https://naver.me/58NtzXso
24년 12월 29일 이후로 시간이 멈춰버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입니다
저는 이번 참사로, 너무나도 사랑하는 엄마를 떠나 보냈습니다
삼남매 다 키우시고, 손주들까지 봐주신 다음, 황혼육아를 졸업하신지 딱 6개월만입니다
유난히 여행을 좋아하시던 엄마였기에, 한이라도 풀듯이, 여행을 참 많이 다니셨어요
그런 모습을 보며 저희 딸은 그간 자기를 키워주느라 마음껏 여행도 못다녔던 할머니가 고맙기도하고 미안하기도 했는지, 자기를 돌봐주던 마지막 날 "ing"라는 로고가 찍힌 비행기를 그림으로 그려 편지를 써서 드렸어요. 남은 인생 원없이 여행다니며 인생을 즐기시라고. 그동안 너무 감사했다고. 할머니 못보는건 서운하지만, 할머니가 즐겁게 여행다닐 거 생각하니까 자기 서운한건 참아낼거라고. 엄마는 그 편지를 보고서 펑펑 울며 지갑에 넣어 다니시다가, 친구들만 만나면 꺼내서 자랑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 편지를 엄마의 유류품이 되어버린 지갑에서 다시 보게될 줄은 정말이지 꿈에도 몰랐습니다. 지금쯤은 하늘나라에서 "ing" 로고처럼, 자유롭게 훨훨 여행을 다니시고 계실까요?
한동안은 너무 큰 충격에 엄마와 생이별하게 된 이유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인지 뭔지 그딴거는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더군요. 부끄럽지만, 사회적 참사인지 뭔지 나는 그냥 모르겠고, 우리 엄마가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그냥 제자리에 주저 앉아 펑펑 울기만 했습니다. 정신을 차리면 이 끔찍한 현실을 마주해야 하니, 그냥 멍하니 지냈어요. 그러다가 조금이라도 정신이 들라치면 더이상 엄마라고 부를 사람이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다시는 엄마를 안아볼수도 만질수도 없다는 사실이 공포스러워서 현실을 제대로 볼 수가 없더라구요. 
그러다가 100일이 되어갈때쯤, 언론에서 참사 100일을 추모하며 이런저런 방송이 나오는데, 처음에는 진짜 예고편만 봐도 심장이 멎을 것 같아서, 핸드폰을 꺼버렸어요. 그런데 정작 엄마의 딸인 내가 남들 다 보는 방송, 뉴스, 기사조차 외면한다는 사실에 너무 죄책감이 느껴지더라구요. 그래서 정말 두눈 질끔 감고 관련 뉴스들을 모니터링했고, 유가족들이 커뮤니티에 올리는 반응들도 심호흡해가며 하나둘씩 읽어 내려갔습니다. 사고원인을 심층취재한 탐사 프로그램은 차마 직접  보지 못하고, 남편한테 부탁해서 요지만 전해 들었구요
하나하나 뉴스들을 들어나가는데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우리엄마 인생이 순식간에 도둑맞았고, 우리엄마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난데없이 생이별을 당했는데, 나는 나 힘들다는 이유로 자초지종도 알아보려하지 않았구나. 어쩜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렇게 이기적이기만한 딸일까. 엄마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적어도 이유는 알아야지, 잘못한 사람이 있으면 합당한 값을 치뤄야지, 그리고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충격적이었던 것은 항공철도사고조사위 등 정부에서는 그동안 조사가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저희 유가족에게는 정말로 관련 정보를 하나도 하나도 주지 않았었거든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하는 심정으로, 저를 포함한 유가족 모두가 처음에는 이해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100일이 지나 보도되는 뉴스나 방송을 보니 기자들이 저희 유족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정부당국보다 더 열심히 사건을 파헤치고 있구나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이 많은 잘못들이 쌓이고 쌓여 무려 179분이나 되는 희생자가 발생했는데, 아직까지 조사가 내사단계에만 머무르고 있을 뿐 정식 수사단계로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입건된 사람도 0명이라는게 무슨 의미인지 알겠더라구요. 안타깝게도 그 많은 사회적 참사, 재난을 겪어내면서도, 우리사회는 아직까지 유가족이 목소리를 드높이지 않으면, 참사의 구조적 원인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알아내고 해결하고 책임져야할 사람은 책임지게 만들지 않는다는 거죠. 
다들 아시다시피 이런저런 사고원인 끝에, 사고가 대형참사로 커지게된 것은 무안공항에 있던 괴물같은 콘크리트 둔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사고가 발생한지 이틀만에 국토부에서 발표한 보도자료의 주요 요지가 "무안공항의 둔덕이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요. 당시에도, 국토부 장관의 저 발언을 얼핏 들었을 때, 너무나 참담했지만, 아까도 말씀 드렸듯 엄마 잃은 슬픔에 제정신이 아닌지라, 그런말이 귀에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었죠
아마 저를 포함한 유가족 대부분이 비슷한 심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처음에는 고인들을 수습하느라 너무나도 애쓰시는 일선 공무원(소방관, 경찰관 등)을 보며 정부도 애쓰구나 싶었고, 진상규명 철저히 하겠다고 (높으신 분들이) 그러니 그냥 믿었습니다. 그렇게 별 목소리 내지 않고, 지내다 보니 100일 지났고, 5월이 됐습니다. 그리고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죠. 주변사람들이 그러더라구요. 다 끝난거 아니냐고. 아니요. 시작도 안했습니다. 
그래서 이제서야 광주지역을 중심으로 유가족들이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조사 관련 정보 공개를 외치고 있고, 서명운동을 받고 있습니다. 다만, 사고지역이 전라남도다 보니 아무래도 전국민의 관심과 응원을 받는데 한계가 있고, 그래서 고민한 것이 온라인 서명운동입니다. 다들 아래 링크로 들어가셔서 "진상규명, 책임자처벌"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 동참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가장 힘든 것은 제 슬픔, 고통, 아픔 이런게 아닙니다. 무려 엄마를 잃었는데, 제가 어찌 감히 다시 일상으로 쉽게 돌아가고, 행복해지겠습니다. 그런 사치를 부리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힘든 것은 돌아가신 엄마를 위해 제가 해드릴 수 있는게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뭘하더라도 이미 세상과 이별한 엄마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요. 그런 절망 속에서도, 그나마 엄마의 죽음이 헛되지 않는 방법이 있다면, 그 자체가 저한테는 한줄기 희망일뿐입니다. 엄마의 죽음이 그냥 운이 좀 안 좋았던 사고로 끝나지 않길, 사고의 구조적 원인이 명명백백히 밝혀지길, 그래서 다시는 그 누구도 저와 같은 생이별을 당하지 않는데 조금이라도 일조하길 바랍니다.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정말 잠깐만 시간 내어서 서명운동에 동참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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