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그런 적 있지 않아? 남친이나 남편이랑 대화하다가 '아, 진짜 벽이랑 말하는 것 같다' 싶은 순간.연애 초반엔 안 그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말이 안 통한다는 느낌이 들더라.나는 너무 힘든데, 가장 가까운 사람이 정서적으로 의지가 안 되면 그게 더 속상하고 허탈하잖아.
내 남자친구는 보통 이런 식이었어.
1. 위로 대신 팩트 폭격"힘들다"고 하면 "그게 왜 힘들어? 이렇게 하면 되잖아" 같은 해결책부터 던졌어.(난 위로가 필요했는데!!!)
2. 공감 거부 & 네거티브 차단내가 힘들다고 말하면 "나는 공감이 안 돼", "그런 부정적인 얘기는 듣기 싫어" 하면서 아예 대화를 끊어버렸고.
3. 감정 무시"네가 예민한 거야", "별거 아닌 걸로 왜 그래?" 같은 말로, 내 감정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
그런 그를 정말 좋아했지만, 이 부분만큼은 바뀌길 간절히 바랐어.그래서 나도 감정적으로 떼쓰는 대신, 남자친구의 방식대로 논리적으로 설득하려고 노력했어.심리학, 대화법, 인간관계, 남녀 차이에 관한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고,조금씩 길이 보이기 시작했지.노력 끝에, 지금은 그가 누구보다 다정하고 감정적으로 든든한 사람이 됐어.오늘은 그 변화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나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
나도 글을 써보는건 처음이라,고작 이 짧은 글로 몇 년간의 모든 경험과 생각을 표현할 수 없다는 것도,이 글을 보고 모든 사람이 180도 변화할 수는 없다는 것도 잘 알아.다만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과 변화의 출발점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남겨.
<공감에 대한 오해>많은 사람들이 "공감"이라고 한다면 "맞아! 바로 그거야!"처럼 동의하는거라고 생각하는데,그건 공감이라는 말의 극히 일부에 해당되는 것 같아.물론 서로 마음이 통하면 좋겠지만, 솔직히 그게 현실적으로 항상 가능한 일은 아니잖아.특히 남친이나 남편처럼 사고방식 자체도 다르고, 오랫동안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고.
나도 어느 순간, '공감해줘'라고 말하는 나의 요구가그에게는 '내 마음에 동의해달라'는 식으로 들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그래서 그가 보였던 “난 그건 동의 못 해”라는 태도도, 어쩌면 나름의 반응이었을지도 몰라.나는 무조건적으로 나에게 동의해달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였는데 말이지.그래서 스스로에게 물었어.‘내가 말했던 공감해줘’의 진짜 뜻은 뭘까?
결론적으로 내가 느꼈던 가장 큰 괴로움은,내 감정을 알아주고 위로해주는 태도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었어.예를 들어볼게.
나는 병원에서 일해.환자들과 부딪히는 일이 많은데, 하루하루 감정적으로 정말 지칠 때가 많아.그런 날엔 "진짜 힘들었어" 하고 털어놓고 싶었는데, 남자친구는 늘 이렇게 말했어."원래 그런 일 아니야?", "그건 손님이니까 어쩔 수 없어."내 입장을 이해해달라고 해봤지만, 그가 평생을 '환자 입장'에서 살아왔으니한순간에 '직원 입장'으로 바라보는 건 어려웠겠지.결국 나는, 이 상황 자체를 완전히 이해해주는 건같은 일을 하지 않는 이상 어렵다는 걸 알게 됐어.그리고 나도 그의 직업 이야기를 들으면 똑같이 이해 못 하는 순간이 많았고.
여기서 내가 깨달은 건, 이해가 핵심이 아니라는거야.왜냐하면 내 상황을 하나도 모르고 이해하지 못해도내 마음을 달래주고 위로해주는 사람은 분명 있었거든.진짜 문제는, “왜 그렇게 느껴? 난 이해 안 가”처럼 감정을 판단하려는 '태도'에 있었던 거야.
나는 그동안 남자친구가 이렇게 말해주길 바랐던 것 같아.“비록 너의 감정이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너에게는 그 감정이 충분히 소중한 거겠지.나는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존중할게.”
그리고 나 역시 이렇게 말했어야 했겠지.“나에겐 지금 이 감정이 당연하고 소중해. 그러니까 그걸 그냥 있는 그대로 봐줘.”나는 이걸 말로 풀 줄 몰라서 그냥 ‘공감해줘’라고만 했던 것 같아.예를 들어볼게.
[공감X]"나 오늘 회사에서 완전 깨졌어. 너무 짜증나."→ "그게 왜 짜증나? 사회생활 하다 보면 그런 일도 있는 거지."이건 공감이 아닌 이유가 이해나 동의를 안해줬기 때문이 아니야.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봐주지 않고, 부정했기 때문에 공감이 아닌 거야.
[공감 O] "나 오늘 회사에서 완전 깨졌어. 너무 짜증나."→ "(그 일이 네 잘못 같아 보여도,) 회사에서 깨져서 많이 힘들었겠다."이건 무조건 편을 들어주는 것도 아니야.내 감정을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존중해줬기 때문에 공감이 된 거야.
상대방이 내 감정을 완전히 이해하는지 아닌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대신 중요한건, 그 감정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인정해주는 태도야.마치 이렇게 말해주는 것처럼: “네가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너에겐 분명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야. 그리고 나는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게.”이게 바로 내가 말하는 공감이야. 감정을 해석하려 하지 않고, 그저 곁에 있어주는 것.그럴 때 우리는 비로소 위로받는다고 느끼게 되는 것 같아.
<공감 실천 3단계>마지막으로, 이 모든 경험을 바탕으로내가 남자친구에게 실제로 부탁하고, 나 역시 지금까지 하고 있는“공감 실천법”을 정리해볼게.우린 이걸 통해 정말 많이 달라졌어.
1) 묻지도 따지지도 마라: 감정을 표현하는 순간마다"왜 그렇게 느껴?" "진짜 그럴만한 일인가?" 같은 식의 정당화를 요구하지 않기.그저 '모르는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해줘.
2) 감정 이름 붙여주기: 내가 느끼는 감정을 너의 입으로 다시 한 번 말해줘."아 그래서 억울했구나", "그건 진짜 속상하지" 같은 식으로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야.
3) 해결책 제시 금지: 내가 먼저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묻기 전까지는 해결하려고 하지 말아줘.나는 해결 방법을 몰라서 물어보는게 아니야.그저 누군가에게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야.
그리고 마지막으로무엇보다 중요한 건, 상대의 감정을 존중하려는 진심 어린 마음이라고 생각해.물론 쉽지 않을 수 있어.살아온 방식이 다르고, 이미 굳어진 대화 패턴도 있으니까.하지만 내 남자친구도 이걸 실천하면서 말이 변하고,그게 쌓여서 마음까지 바뀌는 걸 나는 직접 봤어.이제는 더 이상 내 감정을 평가하거나 고치려 들지 않아.그저 곁에 있어주고, 내가 감정을 느끼는 그 순간을 함께 해줘.
이 글이 누군가에겐 작은 위로이자변화의 첫 걸음이 되길 바라며 마무리할게.
다들 따뜻한 연애, 존중받는 관계 하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