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저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5년동안 한 여자아이를 좋아했습니다. 처음부터 부끄러움이 많고 소심했던 저는 그 친구 앞에만 서면 괜히 작아지는 기분이 들곤 했습니다.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어려웠고, 그래서 그 아이가 보이면 피하거나 멀찍이서 바라만 봤습니다.
학교가 끝날 무렵이면 일부러 시간을 맞춰 그 아이와 같은 길을 걷기도 했고, 체육시간이면 넓은 운동장 속에서도 제 시선은 늘 그 아이에게만 머물렀습니다. 그 아이가 웃으면 저도 따라 웃게 되었고, 슬퍼 보일 때면 괜히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지곤 했습니다.
그렇게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치는 동안 저는 단 한마디도 건네지 못한 채 짝사랑을 이어갔습니다. 고백은커녕,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던 사랑이었지요. 어느새 졸업이 다가왔고, 결국 마지막 순간까지도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제 마음속 깊은 곳에만 조용히 간직한 채, 그렇게 흘려보내고 말았습니다.
고등학교도 같이 가고 싶어서 그 아이와 같은 학교를 지망했지만, 저는 떨어지고 남고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었지만, 저는 여전히 그 아이를 잊지 못했습니다. 친구들과 웃고 떠들면서도, 문득 그 아이의 이름이 떠오르면 창밖을 가만히 바라보게 되더군요. 가끔은 그 친구가 다닌다는 학교 앞을 지나가면서 ‘잘 지내고 있을까’ 하고 생각에 잠기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아이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인스타그램에서도 언팔이 되고… 그렇게 제 마음속에서 그 아이는 점점 멀어졌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그냥, 조용히 마음속 어딘가에 두고 살아갔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렀고, 어느 날 오랜만에 친한 중학겨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저는 처음으로 그 아이를 짝사랑했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랬더니 친구들이 놀라더니만, 한 친구가 말했습니다.
야, 걔도 너 좋아했었어.
처음엔 믿기 어려웠습니다. 중학교 시절의 저는 너무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학생이었고, 그 아이는 예쁘고 착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던 친구였거든요.
제가 장난하지 말라고 하며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자, 다른 친구가 졸업 전에 마지막으로 다 함께 찍은 단체사진을 꺼내 보여주었습니다.
그 사진 속에서, 그 아이가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날 집에 돌아와서도 저는 오랫동안 그 사진을 들여다봤습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도 한참을요.
그때 처음으로, ‘내가 용기가 조금만 더 있었다면…’ 하고 후회했습니다.
아.. 그 아이도 나처럼, 말 한마디 못한 채 가슴속에만 감추고 있었던 걸까.
우린 그렇게 서로를 몰라본 채, 지나쳐 버렸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