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아버지께서 이탈리아 출장 갔다가 사오셨던 진짜 이탈리아 파스타.
진짜 맛있는 파스타는 올리브유 살짝 두르고 소금, 치즈, 후추만 뿌려먹어도 맛있다는 말을 들어서 치즈만 뿌려먹었더랬지요.
슬라이스 치즈와 짝퉁 파마산 치즈밖에 모르던 시절이라 크래프트 녹색통의 가루 치즈를 잔뜩 뿌려 먹었는데도 확실히 뛰어난 맛을 보여주더군요.
그리고 이렇게 파스타 만들어 먹기의 대장정이 시작됩니다.
처음으로 소스까지 만들어 본 까르보나라.
물론 정통 까르보나라와는 거리가 먼, 생크림 잔뜩 들어간 까르보나라입니다만 이 당시에는 이게 진리였습니다 ㅋㅋ
그리고 이렇게 시판 토마토 소스에 면 버무려 먹거나, 가끔 큰맘먹고 크림 파스타 정도 만들어 먹다가 커다란 도약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으니...
키친에이드 반죽기에 파스타 만드는 액세서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본격적으로 면을 뽑아내기 시작하면서 파스타 인생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세몰리나 밀가루에 달걀 섞어서 면을 쭉쭉 뽑아내기 시작한 거지요.
그렇게 만든 이탈리아식 오리지널 까르보나라.
베이컨이 아니라 판체타를 쓰고, 크림소스가 아니라 달걀 노른자를 섞어서 만들었습니다.
처음 만들어 먹었을 때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까르보나라의 맛!"이라며 감동의 도가니에 빠졌었지요.
부카티니 알 아마트리치아나.
파스타 기계로 속에 구멍 뚫린 파스타도 만들 수 있길래 만들어 본 부카티니입니다.
안쪽에 구멍이 뚫려있어서 독특한 식감을 만들어 냅니다.
아마트리체 지방에서 매콤하게 만들어 먹는 파스타인데, 매운 거 좋아하는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 듯 싶네요.
봉골레 파스타.
조개를 잔뜩 넣고 만들었던 파스타입니다. 조개 삶은 물을 면수 대신 넣다보니 너무 짤 거 같아서 조금만 넣다보니 면이 좀 말라보입니다...
그보다 더 아쉬운 건 이탈리아의 진짜 봉골레(손톱만한 크기의 작은 조개)를 구할 수가 없어서 아직 오리지널 봉골레 파스타는 못 먹어봤다는 거지만요.
꽁치 파스타. 이름만 들어도 왠지 비린내 날 거 같은 느낌입니다만, 실제로는 맛술과 마늘을 함께 넣어서 그런지 그렇게 비린내가 나지 않습니다. 참치 통조림 넣은 스파게티 느낌이랄까요.
"밥 먹는 술집을 차렸습니다"라는 책을 읽고 만들어봤던 파스타입니다. 먹을때마다 제주도가 생각난다는 장점이 있지요.
에밀리아 페렝의 "냄비 파스타" 책을 읽고 만들었던 바질페스토 로제 파스타.
설거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냄비 하나로 모든 걸 끝내버리는 레시피입니다.
무엇보다 바질페스토와 토마토까지는 당연한 조합인데 여기에 크림을 부어 로제 스타일로 먹어도 맛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게 큰 소득입니다.
심야식당을 읽고 만들었던 나폴리탄 스파게티.
"나폴리에는 없는 나폴리탄 스파게티"로 유명하지요. 인터넷 상에는 "나폴리탄 스파게티 괴담"이 더 유명하지만요.
2차대전 끝나고 일본의 호텔 주방장이 통조림 스파게티로 만들었다는 썰이 있습니다.
그래서 면을 알덴테가 아닌 오버쿡에 가깝게 푹푹 삶고, 당시에 넘쳐났던 스팸도 잘라넣고, 케첩도 뿌리고 타바스코 소스도 뿌려 먹는 파스타입니다.
"고독한 미식가"의 작가인 구스미 마사유키가 절에서 합숙을 하며 수행하다가 나폴리탄 한 접시 먹고 나서는 "그간의 수행이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악마적 만족감이었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케첩과 기름과 타바스코의 조합이 미각을 말초적으로 만족시킵니다 ㅎㅎ
이탈리안 미트볼 만드는 김에 만들었던 미트볼 스파게티. 커다란 미트볼과 스파게티가 함께 놓여있으면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몬스터"님이 지상에 강림한 모양이라 경건한 마음으로 먹게 됩니다.
그런데 미국 살면서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미트볼 스파게티가 진짜 이탈리안 음식이 아니라 미국으로 이민 온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만든 음식이었다는 거지요.
우리나라에서 먹는 짜장면이 진짜 중국 음식과는 좀 거리가 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려나요.
-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