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썰] 감정 조절하라던 보호자… 제가 하루 종일한건 뭐죠?
저는 병원 12년차 입니다.
오늘 10대 초반 아이가 검사하러 왔어요.
검사는 수액맞을 때 쓰는 angio로 혈관에 바늘 삽입 후 헤파린캡으로 연결 유지해서 채혈하는 검사예요
채혈 전에 이미 겁먹어서 몸을 계속 움직이길래
직원 한 명이 아이 한 손, 보호자는 반대쪽 손을 잡고 있었죠.
첫 채혈 끝나고 막히지 않게 생리식염수 넣는데
아이: “아야아야…” 하면서 힘들어했어요
저: “무서울 거 하나도 없어요~ 이제 찌르는 거 없어요, 고무마개가 대신해줄 거예요~”
그 다음 투약 때도 아이가 칭얼거리니까 아이한테
보호자(짜증 섞인 투로): “그냥 해, 그냥.”
안타까운 마음에 저는 아이한테
저: “미리 무서울 거 없어요. 아까 선생님이 말해줬죠? 잘 생각해봐요~ 이제 찌르는 거 없어요.” 하고 다시 설명해줬어요.
다음 채혈 때 보호자가 “이제 잘 할 거예요”라고 해서 했고,
아이는 “아아…” 소리는 냈지만 움직임 없이 잘 했습니다.
마지막 채혈 하는중
보호자가 갑자기 옆에서 “아흐~ 아흐~” 하고 신음소리를 내길래
저: “마지막이라 잘 안 나와서 그렇지 괜찮아요.” 하면서 보호자 쪽을 봤더니
보호자: “어딜 보세요? 주시하세요!” (큰소리)
보호자: “바늘 잡고 있으면 끝까지 봐야죠, 선.생.님!”
저는 왼손으로 아이 손 잡고, 오른손으로 주사기 잡은 상태였는데
보호자분을 달래려고
저: “아 네, 죄송합니다. 소리를 내셔서 혹시 어지러우신지 확인차 시선을 옮긴 거예요.”
보호자: “소리를 내든 말든, 샘플링하고 있으면 주시하셔야죠! 기본이에요 선.생.님
저:예 주시할게요
보호자: 몇 년 차인지 모르지만 기본이예요. 선.생.님!”
저: 네
저: “지혈은 3분 동안 해주세요.”
보호자: “알아요.”
다 끝나고 나가면서 보호자가 한마디 하시더군요.
보호자: “감정 조절 좀 하세요.”
…감정 조절은 제가 하루 종일 한거 아닌가요? ^^